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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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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 선생님과 이건이

선생님 한 분에 학생 한 명 보성 장도분교의 특별한 수업…

내년에 이건이가 졸업하면 학교도 문닫아
등록 2018-07-17 17:16 수정 2020-05-03 07:17
전남 보성 벌교 장도분교장의 유일한 학생 6학년 김이건과 김성현 교사. 녹차로 유명한 보성에는 특별한 섬 하나가 있다. 유일한 유인도인 벌교읍 장도다. 벌교 장암리에서 남동쪽 3.8㎞ 해상에 있는 면적 2.92㎢, 해안선 15.9㎞의 작은 섬으로, 꼬막·짱뚱어가 나오는 갯벌이 아름답다. 이건이와 김 교사가 부자지간처럼 공부하고 있다.

전남 보성 벌교 장도분교장의 유일한 학생 6학년 김이건과 김성현 교사. 녹차로 유명한 보성에는 특별한 섬 하나가 있다. 유일한 유인도인 벌교읍 장도다. 벌교 장암리에서 남동쪽 3.8㎞ 해상에 있는 면적 2.92㎢, 해안선 15.9㎞의 작은 섬으로, 꼬막·짱뚱어가 나오는 갯벌이 아름답다. 이건이와 김 교사가 부자지간처럼 공부하고 있다.

전남 보성 벌교의 작은 섬 장도에는 300여 명이 산다. 하나뿐인 학교 ‘벌교초등학교 장도분교장’. 2016년 친구들이 뭍으로 떠나 6학년 김이건(13)이 홀로 남았고, 지난해 김성현(34) 교사가 새로 부임했다. 그렇게 둘의 특별한 수업이 시작됐다.

자전거를 타고 학교를 다니는 이건이의 수업은 오전 9시쯤 시작된다. 책 한 줄 읽기도 버겁고 곱셈, 알파벳도 서툴기만 했다. 이건이를 위해 선생님은 아침부터 밤까지 일대일 밀착 교육을 한다. 이건이가 수업을 잘 따라오면 수업시간, 어려워하며 머리를 싸매면 쉬는 시간이 되는 섬마을 학교. 볕이 좋은 날에는 예정에 없던 야외 수업을 한다. 점심에는 영양사와 조리사 역할까지 하는 선생님이 이건이와 나눠 먹을 밥을 안쳐놓고 수업하기도 한다. 섬 곳곳에 둘이 땀 흘려 키운 것들이 식탁에 오르고, 달콤한 간식이 되기도 한다.

수요일마다 두 사람은 배를 타고 특별한 외출을 한다. 본교인 벌교초등학교에서 열리는 공동학습을 위해서다. 기상 악화로 돌아오지 못하는 날이면 이건군이는 선생님 집이 있는 전남 고흥에서 자기도 한다. 고흥에서뿐만 아니라, 매주 성현씨를 만나러 장도에 들어오는 아내 권진희(35)씨와 두 아들 강유(7), 신유(4)는 이건이와 친형제처럼 어울려 논다.

벌써 6학년 1학기가 끝나가고, 내년에 이건이는 인천 아버지 곁으로 가 중학생이 된다. 더는 학교에 다닐 만한 나이대 아이가 없는 섬 장도. 선생님도 섬을 떠날 것이다. 이대로라면 하나뿐인 장도의 학교가 내년엔 문을 닫게 된다.

벌교초등학교 장도분교장의 유일한 학생 6학년 김이건(왼쪽 둘째)이 김성현 교사와 교문 앞에 섰다. 맨 왼쪽은 김 교사의 큰아들 강유, 맨 오른쪽은 둘째 신유.

벌교초등학교 장도분교장의 유일한 학생 6학년 김이건(왼쪽 둘째)이 김성현 교사와 교문 앞에 섰다. 맨 왼쪽은 김 교사의 큰아들 강유, 맨 오른쪽은 둘째 신유.

2교시 수학 시간, 이건이가 하품을 한다.

2교시 수학 시간, 이건이가 하품을 한다.

3교시 음악시간, 이건이가 틀린 음을 지적받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3교시 음악시간, 이건이가 틀린 음을 지적받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4교시 체육 시간, 이건이는 김 교사와 탁구를 쳤다. 심판을 보던 김 교사의 아들 강유가 점수판을 넘기고 있다.

4교시 체육 시간, 이건이는 김 교사와 탁구를 쳤다. 심판을 보던 김 교사의 아들 강유가 점수판을 넘기고 있다.

수업을 마친 이건이가 김 교사의 아이들과 들에서 놀고 있다.

수업을 마친 이건이가 김 교사의 아이들과 들에서 놀고 있다.

이건이 할아버지가 방금 딴 옥수수를 김 교사 부부에게 건넸다. 셋째를 가진 김 교사의 아내는 두 아들을 데리고 매주 장도를 찾는다.(위)/ 섬에 단 한 명뿐인 경찰, 파출소 소장님에게 이건이가 방금 찐 옥수수를 전하고 있다.(아래)

이건이 할아버지가 방금 딴 옥수수를 김 교사 부부에게 건넸다. 셋째를 가진 김 교사의 아내는 두 아들을 데리고 매주 장도를 찾는다.(위)/ 섬에 단 한 명뿐인 경찰, 파출소 소장님에게 이건이가 방금 찐 옥수수를 전하고 있다.(아래)

육지로 나가는 배가 하루에 두 번 있는 섬. 배가 들어오자 부두에서 놀던 이건이가 이웃 할머니의 짐을 나르고 있다.

육지로 나가는 배가 하루에 두 번 있는 섬. 배가 들어오자 부두에서 놀던 이건이가 이웃 할머니의 짐을 나르고 있다.

돌이 지나자마자 엄마를 잃고, 인천에서 직장 일로 바쁜 아빠와 떨어져 사는 이건이. 4살 때부터 할머니 할아버지와 장도에서 살았다. 저녁 7시, 누워서 컴퓨터게임을 하는 이건이.

돌이 지나자마자 엄마를 잃고, 인천에서 직장 일로 바쁜 아빠와 떨어져 사는 이건이. 4살 때부터 할머니 할아버지와 장도에서 살았다. 저녁 7시, 누워서 컴퓨터게임을 하는 이건이.

김 교사는 이건이에게 넓은 세상을 알려주려고 제주도, 강원도 평창, 서울… 전국 방방곡곡을 데리고 다녔다. “이건이는 어릴 적 저와 닮았어요.” 김 교사도 전남 고흥의 지죽도에 사는 섬 소년이었다.

김 교사는 이건이에게 넓은 세상을 알려주려고 제주도, 강원도 평창, 서울… 전국 방방곡곡을 데리고 다녔다. “이건이는 어릴 적 저와 닮았어요.” 김 교사도 전남 고흥의 지죽도에 사는 섬 소년이었다.

보성=사진·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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