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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 그대여, 이 꽃길 따라

경남 창녕에서 만난 만화방창(萬化方暢) 야생화들… 다투는 듯 수줍은 듯 아기의 뺨인 듯 상춘객 맞아
등록 2016-03-24 18:05 수정 2020-05-03 07:17
자갈과 낙엽이 가득한 산비탈에 노란 꽃을 피운 복수초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야생의 들풀꽃을 채취해가는 사람들로 전국의 산이 몸살을 앓고 있는데, 이곳은 주변의 가시덤불 때문에 사람 손을 타지 않았다.

자갈과 낙엽이 가득한 산비탈에 노란 꽃을 피운 복수초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야생의 들풀꽃을 채취해가는 사람들로 전국의 산이 몸살을 앓고 있는데, 이곳은 주변의 가시덤불 때문에 사람 손을 타지 않았다.

볕이 따스한 3월14일 경남 창녕으로 ‘꽃 마중’을 나갔다.

산으로 이어진 양지바른 곳에 키가 손마디만 한 ‘할미꽃’(사진 ②)이 허리를 숙이고 있다. 아침 해에 줄기의 솜털은 하얗게 눈부시지만 ‘노루귀’(③)는 하루 시작이 조금 빠르다. 분홍 꽃봉오리가 활짝 터지지 않았다. 봄에 가장 먼저 꽃을 피운다는 ‘변산바람꽃’(④)은 남녘에선 이제 끝물이다. 아기 볼 같던 연분홍 꽃잎이 스러진다. 늦은 봄 마중에 마음만 바쁜 상춘객을 ‘너도바람꽃’(⑤)이 위로해준다. 생각 못한 만남이 반가운데, 볕 들고 바람 누그러진 곳 양보하고 겨우 큰 바위 옆에서 꽃대를 밀어올렸다.

산행의 절정은 수북한 낙엽을 뚫고 여기저기 쑥쑥 올라온 노란 ‘복수초’(⑥) 군락. 주변의 가시덤불 덕분에 숲 속 비밀정원이 사람 손을 타지 않았을까? 지난가을 쌓인 낙엽과 자갈 더미에서 노란 봄꽃이 쏟아져내리며 번져 있었다. 새하얀 꽃받침이 탐스러운 ‘꿩의바람꽃’(⑦)을 뒤로하고 일행은 ‘만주바람꽃’(①)을 찾는다. 해가 중천인데 작고 여린 꽃봉오리를 오므리는 중이다. 산의 북사면 차가운 땅을 뚫고 나왔지만, 산중의 그늘이 아직 겨울처럼 차다.

① 이름처럼 산의 북사면을 좋아하는 만주바람꽃. 일정을 서둘렀지만 그늘이 빨리 지는 곳이라 이미 꽃봉오리를 닫고 있었다.

① 이름처럼 산의 북사면을 좋아하는 만주바람꽃. 일정을 서둘렀지만 그늘이 빨리 지는 곳이라 이미 꽃봉오리를 닫고 있었다.

② 할미꽃

② 할미꽃

③ 노루귀

③ 노루귀

④ 변산바람꽃

④ 변산바람꽃

⑤ 너도바람꽃

⑤ 너도바람꽃

⑥ 복수초

⑥ 복수초

⑦ 꿩의바람꽃

⑦ 꿩의바람꽃

⑧ 흰괭이눈

⑧ 흰괭이눈

⑨ 보춘화(춘란), ⑩ 산자고(아래쪽)

⑨ 보춘화(춘란), ⑩ 산자고(아래쪽)

창녕=<font color="#008ABD">사진·글</font>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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