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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돔잡이 어부의 삶은 계속되네

11월부터 5월까지 제철인 제주 강정 앞바다 옥돔잡이 첫 출어, 해군기지의 날카로운 바늘에 찔리다
등록 2015-11-10 22:21 수정 2020-05-03 07:17
부표를 바다에 던지고 있다. 부표에는 특징적인 깃발을 달아서 어구를 설치한 이를 구분한다.

부표를 바다에 던지고 있다. 부표에는 특징적인 깃발을 달아서 어구를 설치한 이를 구분한다.

“40초라니… 어떻게 찾지?”

지난 10월24일, 무전 통신을 마친 대복호 선장 김영우씨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어선을 피해 주낙을 설치할 수 있는 위도의 방위각이 40초였다. 너무 좁다. 낚싯 바늘 같은 공간을 찾아나서야 한다. 멀리 다른 어선들의 불빛이 간간이 보인다. 해 뜨기 직전의 암흑을 훑고 다니며 주낙을 설치할 바다를 찾는다. 갑판에서는 동생 영삼씨가 준비를 마치고 형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

김영우·영삼 형제 어부는 제주 강정마을에 산다. 어머니는 해녀였다. 나라에선 민관복합형 관광미항이라 부르고, 많은 주민들은 해군기지라 알고 있는 그 공사가 시작되면서 어머니는 바다를 잃어버렸다. 그나마 형제가 벌이는 옥돔잡이는 육지에서 떨어진 바다에서 이뤄지는 일이라 공사의 영향이 적다. 이제 가족의 생계가 온통 옥돔잡이에 기대어 있다.

옥돔은 11월부터 5월까지가 제철이다. 올해 옥돔잡이는 이제 시작이다. 출어 전날, 어머니와 어부 두 형제는 하루 종일 주낙에 미끼를 꿰었다. 74상자의 주낙을 들고 나왔다. 한 상자에 150개의 바늘이 있지만, 바늘마다 옥돔이 잡히는 것은 아니다. 한 상자에 4마리만이라도 잡히기를 형제는 바란다.

주낙을 놓고 다시 걷어들이는 사이 한낮이 되었다. 쉴 새 없이 꼬박 9시간이 흘렀다. 첫 옥돔이라 씨알이 크지는 않지만, 포획량은 나쁘지 않다. 바로 마을 어귀로 옥돔을 옮긴다. 어머니와 누이 미량씨가 펼쳐놓은 좌판 주변에는 벌써 외지인들이 기다리고 있다. 흥정은 미량씨가 한다. 어머니와 형제는 옥돔을 손질하기 바쁘다. 1시간도 안 되어서 옥돔은 동이 났다.

올해 첫 옥돔잡이를 시작한 지 열흘이 지난 11월4일, 누이 미량씨는 김포공항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몸이 좋지 않아 서울에서 병원 검진을 받고 내려가는 길이었다. 미량씨는 강정 해군기지 건설 반대 싸움으로 기소되어 벌금형을 받은 상태였다. “내 고향 지키겠다는 일을 한 것뿐이다. 나는 죄가 없다. 벌금을 낼 수 없다”던 미량씨는 돌연 영어의 몸이 됐다.

가족은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평범하게 살았다. 느닷없이 고향 바다에 들어선 관광미항 또는 해군기지의 날카로운 바늘에 찔렸다. 상처 난 그들의 삶이 힘겹게 계속되고 있다.

주낙에 미끼를 꿰고 있다. 미끼로는 고등어와 꼴뚜기가 쓰인다.

주낙에 미끼를 꿰고 있다. 미끼로는 고등어와 꼴뚜기가 쓰인다.

첨단 계측 장비와 육안을 총동원해 주낙을 설치할 곳을 찾고 있다.

첨단 계측 장비와 육안을 총동원해 주낙을 설치할 곳을 찾고 있다.

첫 출어라서 만선은 아니지만 나쁘지 않은 어획을 거두었다.

첫 출어라서 만선은 아니지만 나쁘지 않은 어획을 거두었다.

오전에 잡은 옥돔은 육지에서 들어온 주문량을 제외하고는 그날 다 팔려나간다.

오전에 잡은 옥돔은 육지에서 들어온 주문량을 제외하고는 그날 다 팔려나간다.

제주 강정= 사진·글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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