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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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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사진] 저도 피서 중이에요 · 박물관 여행

등록 2005-09-02 00:00 수정 2020-05-03 04:24

▣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1. 저도 피서 중이에요


고향 부모님 댁에 두 아이를 데리고 휴가차 다녀왔습니다. 시골의 한낮 무더위가 굉장해서 아이 둘과 무척 힘들게 보냈답니다. 햇볕에 내놓아 데워진 물을 오래된 양은 대야에 부어놓고 아이 둘을 물놀이하게 했는데요, 그중 둘째가 찌그러진 대야에 앉아 있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사진에 담아보았습니다. 아기가 앉아 있으면 볼품없는 대야도 황금 욕조보다 더 멋지게 변해버리나 봐요. /엄정미

이 아이에겐 최고의 피서로 기억되겠네요.
사진을 찍을 땐 좋은 소재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소재를 살려내는 몇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이 사진처럼 인물을 가운데에 배치하면 사진에서 힘이 빠져버릴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시선이 분산되기 쉬워 주목도가 낮아진다는 것입니다. 가끔 예외가 있지만 좀더 한쪽으로 붙여야 합니다. 카메라 앵글도 낮췄어야 합니다. 찌그러진 양은 대야에 걸맞은 주변 풍경을 같이 담는 것은 사진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보약이 됩니다. 앵글이 높아서 아이의 오른쪽 위에 보이는 뒤쪽 공간이 잘렸고 그 바람에 아이 오른쪽의 공간도 느슨하게 보입니다. 배경이 받쳐주는 사진과 그렇지 않은 사진의 차이는 매우 큽니다.

2. 박물관 여행

미국 캘리포니아의 게티박물관에 가서 찍었습니다. 사진이 전혀 박물관과는 상관없어 보이긴 합니다. 환하게 웃는 모습이 귀여워서 가장 좋아하는 사진입니다. 80mm 렌즈를 끼고 슬라이드 필름에 찍은 걸 스캔해서 올립니다.
/김성회

배경의 짜임새에서 부족한 점이 많아 보였습니다. 그러나 인생의 한가운데에서 어떤 한순간을 프레임으로 옮겨 정지 화면으로 고정하는 것은 사진만의 큰 매력이며, 이 사진도 그런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생은 길고 긴 동영상입니다. 한 순간도 빠지지 않고, 잠을 잘 때도 돌아갑니다. 사진은 이런 깜찍한 순간을 영원하게 만들어 줍니다.

박물관이라는 공간적 배경을 알리기 위해 이 사진의 뒤편 한가운데에 ‘박물관’이라고 표기된 걸 넣은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간접적으로 보여줄 시각적 요소가 있었다면 더 좋았을 덴데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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