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24시간 문 여는 휴다방을 아십니까?
수도권에 첫눈이 내리고 온 나라의 수은주가 영하로 내려간 2023년 11월17일 밤, 주차장 한편에 세워진 컨테이너하우스가 거리의 노동자들을 따뜻한 불빛으로 맞이한다. 술자리를 파하고 귀갓길을 재촉하기엔 좀 이른 밤 10시,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 이동노동자쉼터 휴다방의 8평 남짓한 공간은 대리기사로 가득하다. 텔레비전 앞에는 일고여덟 명의 기사가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한일전 경기를 보고, 다른 한쪽에선 탁자에 둘러앉은 기사들이 콜을 놓칠세라 휴대전화를 노려본다. 머리를 동여맨 여성기사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고양시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택배·음식배달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크게 늘어난 2021년 12월, 덕양구 화정역 광장과 일산동구 장항동 라페스타 공영주차장에 이들을 위한 쉼터 휴다방을 마련했다. 휴대전화 충전기, 와이파이, 탁자와 의자, 냉온정수기, 커피와 차 등을 갖췄다. 이곳을 운영하는 고양시노동권익센터가 이따금 노동상담과 건강상담을 하고 핫팩도 나눠준다. 휴대전화로 카카오톡 지갑의 정보무늬(QR코드)를 인식기에 비춰야 출입문이 열린다.
배달노동자·대리기사·퀵서비스기사·환경미화원·방문판매원 등을 위한 공간이지만, 낮에는 주로 배달노동자가 찾고 밤에는 대리기사들의 업무공간이자 쉼터가 된다. 2022년 한 해 동안 8만978명이 쉬다 갔고, 2023년 들어 11월22일까지 이미 10만3988명이 다녀갔다.
휴일 없이 매일 일하는 10년차 대리기사 이현용(52)씨는 이곳을 자주 찾는다. 집이 일산이라 라페스타 휴다방에서 일과를 시작한다. 그가 휴일도 없이 일하는 이유는 수입이 갈수록 줄어서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때가 요즘보다 일하는 시간은 짧고 수입이 훨씬 좋았다. 대리기사 사이에선 ‘대리기사 100만 시대’란 말을 흔히 쓴다. 콜을 받기가 점점 힘들어져 경쟁이 치열함을 실감하기 때문이다. 콜을 잡아도 대리운전비의 20%를 업체가 가져가고 보험료와 교통비를 제하면 60% 정도가 손에 떨어진다. 하루 10만원 벌기가 쉽지 않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폭서기와 혹한기를 견딜 만하게 해준 휴다방이 고맙다. 한편으론 야속하기도 하다. 콜을 못 잡아 텔레비전과 휴대전화를 번갈아 보며 시간을 축내다가 따끈한 차와 실내 온기에 나른해진 몸을 뒤치며 ‘내가 너무 게으름을 피우는 건 아닐까’라고 자책하는 순간이 그렇다.
코끝이 아린 추위와 함께 깊어가는 겨울, 따뜻한 곳에 머물기보단 한파 속으로 나서길 기다리는 손님들로 휴다방이 북적인다. 이들에게 이른 세밑 인사를 전한다. “바쁜 크리스마스, 해피 콜 이어~.”
고양(경기)=사진·글 이정우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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