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 사람들이 모인다. ‘성난 사람들’이 함께 외친다. “물러나라.”
2024년 9월28일 오후 숭례문부터 서울광장까지 서울 세종대로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이들은 ‘퇴진광장을 열자!’라고 적힌 대형 펼침막을 머리 위에 펼쳤다. 노동자·농민·빈민·여성·청년·교수·대학생 단체 회원과 시민들이다. 집회 이름을 ‘윤석열 정권 퇴진 시국대회’라 붙인 이들은 몇 가지 퇴진 이유를 들었다. 그 첫째가 ‘헌법 유린과 민주주의 파괴’다. 법 앞에 예외와 특혜가 버젓이 행사됨을 말한다. 특히 대통령 가족과 측근이 그 대상이란 점이 더 많은 이들을 광장으로 불러냈다.
다른 이유론 ‘전쟁위기 고조와 친일역사쿠데타’를 꼽았다. 한·미·일, 한–일 군사동맹 구축을 꾀하며 일본의 재무장에 동조하는가 하면 영토주권 포기를 의심하게 하는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친일 파시스트’ 인사들을 주요 공직에 등용하고 과거사 등 한-일 현안을 일본의 편에서 풀어가는 점도 화를 불렀다.
또 중요한 이유는 ‘민생파탄’이다. 청년 실업자가 늘고 양질의 일자리는 사라진다. 중소상인 폐업이 100만 명을 넘어서는데 부자감세로 사회복지 예산을 크게 줄여 서민들을 벼랑 끝으로 내몬다. 쌀값이 폭락해도 저관세 수입을 멈추지 않고, 노동자 실질임금이 3년 연속 하락해도 부동산 가격 부양책으로 가계 부채가 치솟는 현실이 퇴진을 입에 올리게 했다.
광장의 모습은 2016년 가을과 닮았다. ‘불의한 권력’과 시민의 분노는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을 자아낸다. 달라진 점은 집회가 끝나면 광화문광장에서 청와대 들머리 청운동을 향했던 이들이 세종대로에서 용산 길목인 남영동을 향한다는 정도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끌어내리려는 퇴진광장에 촛불이 모인 건 2016년 9월 기업 53곳이 강제 출연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비선 실세인 최순실(개명 뒤 최서원)씨의 인사 개입이 한겨레 보도로 알려지면서부터다.
여야는 2016년 11월17일 국회에서 이른바 ‘최순실 특검법’을 통과시켜, 헌정 사상 첫 특검팀의 현직 대통령 수사가 이뤄졌다. 국회는 이를 토대로 12월9일 재적 299명 중 234명 찬성으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92일간 심판을 이어온 헌법재판소는 2017년 3월10일 탄핵심판을 열었다.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이 오전 11시21분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주문을 읽었다. 재판관 8명 전원이 파면을 의결한 결정문에서 헌재는 “피청구인의 행위는 최서원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 또 “피청구인의 지시 또는 방치에 따라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많은 문건이 최서원에게 유출된 점은 국가공무원법의 비밀엄수의무를 위배한 것”이란 점을 주된 파면 사유로 꼽았다.
2016년 10월29일 2만 명 규모로 시작된 촛불시위는 2차 20만, 3차 100만… 6차 232만으로 폭발했다. 헌재 선고일 열린 20차 집회까지 누적 1600만 명을 넘어섰다. 8년이 흐른 뒤 숭례문 앞 퇴진광장에 모인 이들은 2024년 10월8일부터 국민투표 운동에 들어간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11월9일·20일, 12월7일 대규모 시국대회를 예고했다.
사진·글 이정우 사진가
*낯섦과 익숙함, 경험과 미지, 예측과 기억, 이 사이를 넘나들며 감각과 인식을 일깨우는 시각적 자극이 카메라를 들어 올립니다. 뉴스를 다루는 사진기자에서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변신한 이정우 사진가가 펼쳐놓는 프레임 안과 밖 이야기.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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