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저 아무개예요. 잘 지내셨죠.”
2024년 9월2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 들머리가 신부와 신도, 각계각층의 시민, 용산 참사 희생자 유족, 2009년 정리해고에 맞서 파업했던 쌍용자동차 노조원 등 참석자들의 이야기 소리와 웃음으로 가득 찼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이 창립 50주년을 사흘 앞둔 이날 감사 미사를 봉헌했다. 참석자들이 미사를 마치고 단체촬영을 하는 사제들을 휴대전화에 담고 있다.
유신독재에 맞선 사제단은 1974년 9월26일 명동성당에서 ‘순교찬미 기도회’를 열고 출범했다. 50년 전 그날, 첫 미사를 열었던 입당 성가에 맞춰 김인국 사제단 대표 등 사제들이 대성당에 들어섰다. 어느덧 백발의 신부들이 후배 신부가 든 십자가를 따라 한발 한발 내디뎠다.
사제단은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 1980년 광주의 진실을 앞장서 알렸고,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조작 사실을 폭로해 6월 항쟁을 이끌었다. 용산 참사와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미사를 봉헌하는 등 사회 정의를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제단은 성명서를 통해 “밤낮 대한민국을 무너뜨리는 데 일로매진하는 검찰 독재의 등장은 민주화 이후 우리가 무엇을 고쳐서 무엇을 창조해나갈 것인지, 그리하여 어떤 나라를 이룩할 것인지 그 목표와 의지가 흐릿해지면서 벌어진 변칙 사태”라며 “우리가 ‘제1시국 선언문'에서 천명했던 유신헌법 철폐와 민주헌정 회복 등은 지금 짓다 만 밥처럼 이도 저도 아니게 돼버렸다. 살벌하고 교활하고 악랄했던 독재 권력에 맞서 피눈물로 이룩한 성취가 시시각각 급속도로 무너져 내리고 있으니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다시 한번 민주의 이름으로 크게 일어설 때가 왔음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사진·글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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