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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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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그리고 죽음

등록 2021-11-20 13:57 수정 2021-11-23 00:55
막심 구체크

막심 구체크

이마엔 ‘죽음’, 뺨에는 ‘나는 아기예요’라고 붉은 글씨를 적은 한 소녀가 2021년 11월17일(현지시각) 폴란드와 국경을 맞댄 벨라루스 그로드노의 난민 천막에서 카메라를 마주하고 섰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시리아 등 중동 지역 출신 난민들은 9월께부터 유럽연합(EU) 국가로 넘어가려고 벨라루스로 들어왔다. 11월8일 난민 수천 명이 폴란드 쪽 접경으로 몰려들어 국경을 넘으려다 충돌이 빚어졌다. 폴란드는 접경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대와 경찰을 증강 배치했다. 11월16일엔 ‘브루즈기-쿠즈니차’ 검문소에서 난민 수백 명이 돌을 던지며 월경을 시도하자 폴란드 국경수비대가 물대포와 최루가스, 섬광탄까지 쏘며 막아섰다.

더 안전한 삶을 찾아 EU 국가를 향했던 난민들은 영하 5~7℃까지 내려가는 추위 앞에 죽음의 공포와 맞닥뜨렸다. 유럽 각 나라 정부는 벨라루스와 러시아가 EU 회원국의 분열을 조장하려고 난민을 동원한다는 의혹을 품고 있어, 어린이가 다수 포함된 난민에게 주저 없이 물리력을 사용한다. 이미 난민 천막에선 최소한 11명이 추위에 희생된 것으로 전해진다. 막심 구체크가 찍은 이 사진은 로이터를 통해 배포됐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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