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편집장 배경록 peace@hani.co.kr
7월의 아스팔트만큼이나 서울이 뜨겁다. 이명박 서울시장 때문이다.
샐러리맨 성공신화의 주인공인 이 시장이 샐러리맨들을 녹초로 만든 것은 아이러니다. 1일부터 시행된 새로운 교통체계가 기대와 달리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는 탓이다. 시행 나흘 만에 ‘불도저’ 이 시장이 사과를 하기에 이른 것을 보면 새 교통체계가 얼마나 졸속으로 시행됐는지 짐작케 한다. ‘졸속’은 이번만이 아니다. 이 시장은 지난 5월 초로 예정된 ‘하이 서울 축제’에 맞추기 위해 시청 앞 광장 설계공모작을 보류시키고 지금의 잔디광장을 만들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그 때문에 이번 새 교통체계가 시장 취임 2주년에 맞추기 위해 서둘러 시행됐다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지도자는 인기가 없더라도 국익을 보고 가야 한다”고 말했지만, 혹시 인기만을 좇는 전시행정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 그래도 이런 불편은 서울과 수도권 주민만이 겪는 것이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최근 한 기독교 행사에서 이 시장이 낭독했다는 봉헌서의 내용은 전국민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기독교 집안에서 자랐고 교회 장로이기도 한 이 시장이 근무시간 외에 종교 행사에 참석한 것을 문제 삼을 일은 아닌 듯싶다. 그의 사생활은 분명 보장받아야 하지만 시장과 장로라는 두 직책을 혼동하는 처신은 곤란하다. 교회쪽에서는 시장을 맡고 있는 장로가 이상할 게 없을지 모르지만, 시민 입장에서는 혹시 이 시장이 형평에 어긋난 시정을 펴지 않을까 색안경을 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5일 첫 방영된 한 방송사의 기업 드라마는 예상한 대로 이 시장을 많은 사람들의 입길에 올려놓았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과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성공신화를 다루는 드라마에 그가 등장하는 탓에 이 시장의 과거 행적도 미화될 게 뻔하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이 시장을 모델로 삼았던 10여년 전의 TV드라마 이 현대그룹 최고경영자(CEO)에서 재선의 국회의원, 민선 서울시장으로 잇따라 변신하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점을 그 자신도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드라마 제작에 이 시장이 간여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고위공직자라면 지나친 미화를 경계한다는 입장 표명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이 시장은 때로 억울하고 불만스럽기도 할 것이다. 때문에 그에게 다산 정약용의 를 다시 꺼내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목민관의 직책은 백성을 가르치는 데 있을 따름이다. 전산(田産)을 고르게 하는 것도 장차 가르치기 위함이요, 부역을 고르게 하는 것도 장차 가르치기 위함이요, 관직을 마련하고 목민관을 두는 것도 장차 가르치기 위함이요, 죄를 밝히고 법을 경계하게 하는 것도 장차 가르치기 위함이다. 모든 정치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아서 가르칠 겨를이 없다면 이는 오랜 세월이 지나도 선치(善治)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이 시장은 시민들을 ‘가르치기 위해’ 어떤 행정을 펴고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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