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영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kimmy@hani.co.kr
생방송 도중 일어날 수 있는 방송사고는? 파리나 모기가 날아들거나, 세트가 무너질 수도 있겠다. 여차하면 조명과 마이크의 전원이 나갈 수도?
하지만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던 이런 대형사고(?)가 실제 방송 중에 일어난다면? 그 해답은 인터넷에 있다. 요즘 온라인에서는 한 케이블방송사에서 있었던 2건의 방송사고 동영상이 화제다.
먼저 알려진 것은 이른바 ‘파리와 경제’로 알려진 “나라의 경제를 얘기하는데 파리가 앉았습니다”. 이 사건은 3년 전 강기수 기자가 진행하는 생방송 프로그램에 나민호 대신증권 팀장이 출연했을 때 일어났다. 방송 도중 스튜디오로 파리가 날아들어 나 팀장의 안경에 앉았고, 예상치 못한 황당한 사태에 강 기자와 나 팀장의 웃음보가 터지기 시작했다. 한번 터진 웃음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번졌다. 강 기자가 “나라의 경제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파리가 앉았습니다”라며 응급 멘트로 수습에 나섰지만, 터진 웃음보는 주체할 수 없었다. 주조정실은 방송 화면 대신 VTR 자료 화면까지 ‘긴급 투입’했지만 결국 방송사고로 끝이 났다.
하지만 요절복통 ‘방송사고’ 동영상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며칠 뒤 전편의 주인공들이 고스란히 등장한 방송사고 동영상 2탄 ‘굳세어라 출연자’ 편이 인터넷을 떠돌았다. 사건 발생 시간은 ‘파리 사건’ 일주일 전으로 이번엔 강 기자와 김성훈 현대증권 연구원이 등장한다. 김 연구원이 강 기자의 ‘경기 사이클’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는 도중 갑자기 뒤에 설치된 세트가 무너져 김 연구원의 머리에 맞는 장면이 방송됐다. 카메라맨이 재빨리 강 기자쪽으로 카메라를 돌렸지만, 강 기자의 당황한 모습은 화면으로 고스란히 노출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쓰러진 세트가 다시 슬며시 세워졌는데, 숨은 공로자는 바로 ‘파리와 경제’의 주인공 나 팀장이었다. 방송사고의 ‘스타 탄생’ 순간이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확~ 풀렸다” “오랜만에 큰소리로 웃어봤다”며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더 엽기적인 것은 이 동영상 이후 줄줄이 방송사고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주인공은 한국방송의 뉴스 프로그램 <kbs> 염경철 앵커. 11월12일 이 동영상을 소개하던 염 앵커의 웃음보가 터졌고,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지승현 아나운서가 황급히 “죄송합니다”라며 수습에 나섰지만 결국 방송사고를 냈다. 어쨌든 잇따른 ‘방송사고 동영상’이 어려운 경제로 잔뜩 찌푸린 서민들의 가슴에 ‘웃음 보따리’를 풀어놓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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