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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서 싹튼 불안, 종착지는? [뉴스 큐레이터]

등록 2023-03-17 13:11 수정 2023-03-19 00:09
2023년 3월13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샌타클래라에 있는 실리콘밸리은행에 고객들이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UPI 연합뉴스

2023년 3월13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샌타클래라에 있는 실리콘밸리은행에 고객들이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UPI 연합뉴스

미국의 중소은행 세 곳이 자금난으로 폐쇄되고 세계적 투자은행 크레디스위스까지 휘청거리면서 2008년 금융위기가 재현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위기의 진앙은 미국 실리콘밸리다. 스타트업을 주 고객으로 하는 실리콘밸리은행(SVB)이 2023년 3월10일(현지시각) 자금난으로 파산했다. 고금리에 경기 불황으로 스타트업이 신규 투자 유치가 어려워지자 은행에 맡긴 돈을 찾아 운영자금으로 쓰기 시작했고, 실리콘밸리은행은 돈을 지급하기 위해 갖고 있던 미국 국채를 팔아야 했다. 그런데 최근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국채 가격이 떨어지면서 실리콘밸리은행은 10억8천만달러 손실을 입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불안한 고객사들은 앞다퉈 예금을 빼냈고, 3월9일 하루 동안 420억달러 인출 요청이 발생했다. 결국 캘리포니아 금융당국은 은행 폐쇄를 결정했다. 이 외에도 가상자산 시장에 진출한 실버게이트은행(3월8일 청산 발표)과 시그니처은행(3월12일 영업중지)이 자금난으로 문을 닫았다. 미국 정부는 3월12일 이례적으로 실리콘밸리은행과 시그니처은행 예금자의 돈을 전액 보호하겠다고 발표했다. ‘뱅크런’(은행에서 사람들이 한꺼번에 예금을 인출하는 현상)이 다른 은행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 위한 조처다.

하지만 불안은 바다 건너 유럽으로 번졌다. 수년간 투자 실패 등으로 위기설이 돌던 투자은행 크레디스위스가 3월15일 내부 회계 부실이 있었다는 사실을 공개하고 최대주주인 사우디 국립은행이 추가 자금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유동성 공급을 위해 최대 540억달러(약 70조8천억원)를 이 은행에 빌려주기로 하면서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세계 10대 투자은행에 속하는 대형 은행이 흔들리면서 각국은 금융위기가 다른 글로벌 은행으로 번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 정부도 은행 건전성 강화를 위해 추가 자본 확충을 요구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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