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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잔치’ 은행의 독과점을 깨라 [뉴스 큐레이터]

등록 2023-02-17 13:53 수정 2023-02-18 23:51
2023년 2월15일 시민들이 서울시내 은행 현금인출기를 이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3년 2월15일 시민들이 서울시내 은행 현금인출기를 이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이자 장사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은행업계의 과점 구조를 깨도록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은행 간 경쟁을 촉진해 대출이자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2023년 2월15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우리 은행산업의 과점(소수 대기업이 시장 장악) 폐해가 크다. 실질적인 경쟁시스템 강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에게 지시했다. 은행업은 공공재 성격이 강하고 엄격한 인허가 제도로 보호받는데, 기존 은행들이 그에 따른 공적 역할을 다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은행연합회에 등록된 국내은행은 20곳이다. 이 가운데 5대 은행인 케이비(KB)국민·신한·하나·우리·엔에이치(NH)농협의 대출시장 점유율은 2022년 말 기준 74.1%에 이른다. 이들 은행을 각각 자회사로 둔 5대 금융지주가 2022년 벌어들인 이자이익은 총 49조원으로, 전년 대비 18.5% 늘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대출이자를 빠르게 올리면서 ‘앉아서 돈을 쓸어모은’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5대 은행이 2022년 직원들에게 지급한 성과급은 1조원가량으로 추산되는데다, 코로나19 이후 단축한 은행점포 영업시간을 기존으로 되돌리는 것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여론의 불만도 높아졌다.

국내은행의 과점 구조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32개 은행이 합병 등으로 현재 20개로 줄어들면서 고착화했다. 대형 은행들은 손쉽고 안전한 담보대출 위주로 영업하면서 스스로 혁신하지 못했다. 정부의 허가로 2017년부터 인터넷전문은행(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이 등장했지만 이들의 영업 범위는 개인이나 중소기업으로 제한돼 업계의 판도를 크게 흔들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는 향후 금융과 정보기술(IT) 업계 간 장벽을 낮춰 실질적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뉴스 큐레이터: <한겨레21> 기자들이 이주의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뉴스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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