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을 것이냐 말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2015년 새해, 흡연자들은 기로에 섰다. 지난해 정부·여당이 추진한 담뱃세 인상안을, 있는 줄도 몰랐던 야당이 어디선가 나타나 합의해줬다. 2015년 1월1일 부로 담뱃값은 대폭 올랐다. 시민들의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조치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언제나 시민만을 생각하는 고마운 정부를 가진 대한민국 백성들이다. 세수가 늘어나는 것은 부가적인 일이다. 불우이웃돕기 프로그램 같은 데서 사회자가 “좋은 일에 쓰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하는 것처럼 정부도 잘 쓰겠단다.
요즘 열차 안에서 담배를 피우면 즉각 신고된다. KTX의 경우 감지 센서가 작동해 열차가 정차할 수도 있다. 흡연자는 열차 운행 방해 혐의로 곤욕을 치를 각오를 해야 한다. 열차뿐만 아니라 역사나 승강장에서의 흡연도 금지돼 있다. 위반하면 장소에 따라 일정액의 범칙금도 물어야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역이나 열차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오래전에는 객실 안에 재떨이가 있었다. 버스 같은 경우 좌석 등받이에 붙어 있었지만 열차 안에는 객실 창문 아래 뚜껑이 달린 재떨이가 달려 있었다. 승객들이 달걀 꾸러미와 사이다를 내놓고 배를 채울 때 한쪽에서는 담배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랬던 것이 금연칸이 지정되면서 흡연자와 금연자가 분리되었고 마침내 객실 내에서 흡연이 금지되었다. 흡연자는 객차와 객차를 연결한 통로로 나와 담배를 피웠다. 요즘 열차 안내 방송 중에 “휴대폰을 이용하실 분들은 객실 밖 통로를 이용해주세요”라는 멘트가 나오는데 오래전에는 휴대폰 자리에 담배가 들어 있었다. 급기야 열차 어디에서도 흡연이 불가능해지자 흡연자들은 정차역만 기다렸다. 한겨울 외투를 입지 않고 정차역에 내리는 사람들은 열차가 역 승강장에서 잠시 정차한 틈을 타 부족한 혈중 니코틴 농도를 보충하는 사람들이다. 지금은 목적지 역에 도착해서야 얼른 역사 밖으로 나가 흡연실을 찾는다.
한국 철도에서 흡연자들의 설 자리는 없어졌다. 반면 해외의 일부 열차에서는 아직도 담배를 피울 수 있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객실 끝 부분 화장실 배치 공간 옆에 환풍기를 설치한 흡연실이 있다. 남녀노소 승객들은 흡연실에 선 채로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담배 연기를 빨아들인다. 빈~잘츠부르크 구간을 운행하는 오스트리아 열차에는 흡연칸이 있어 알프스 언저리를 바라보며 담배를 피울 수 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 안에서는 객실 연결 통로를 이용해야 한다. 요즘 같은 한겨울이면 시베리아의 한기가 그대로 몰려온다. 입에서 나오는 게 담배 연기인지 한파로 만들어진 입김인지 분간이 안 된다. 달리는 열차의 발판 밑으로 보이는 선로의 자갈들은 스릴을 더해준다. 이런 흡연 열차 중에 갑은 역시 철도왕국 일본이다. 도쿄와 오사카를 잇는 도카이도 신칸센 열차 중 일부는 아예 객실 한 량을 흡연실로 쓴다. 산뜻한 객실을 자랑하는 신칸센이지만 이 흡연객실로 들어서면 담뱃진으로 누렇게 객실 안이 변색돼 있다. 그럼에도 고속열차 객실 좌석에 앉아 담배를 피우는 맛은 흡연자가 누리는 최고의 호사다. 더구나 요즈음은 전세계적으로 흡연자가 설 땅이 없는 시기인지라 열차 안의 흡연실은 더욱 진기한 풍경이다. 일본 철도는 수백조에 이르는 적자를 빌미로 민영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소요된 엄청난 비용을 국가가 세금으로 감당했다. 이 와중에 인상된 담뱃세는 철도 적자를 메꾸는 데 활용됐다. 한국에서 서민들의 허리띠를 졸라 인상된 담뱃세는 어디에 쓰일까? 댓글 알바비나 군함용 물고기 탐지기 구매 같은 데로 낭비되는 세금 땜질 말고 제대로 쓰이기는 할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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