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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은 있어도 대세는 없으니

인기 가속도 붙은 중형 디젤 세단 국내차도 속속 출시 중…도심 운전자보다는 먼 교외 출퇴근용으로 적합
등록 2014-08-30 14:17 수정 2020-05-03 04:27
이다일 〈세계닷컴〉 기자와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가 8월22일 경기도 파주 헤이리 마을에서 현대 그랜저 디젤과 폴크스바겐 파사트 앞에 섰다. 이날 쏟아지는 비를 피해 한 카페 주차장에서 사진을 촬영했다. 한겨레21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이다일 〈세계닷컴〉 기자와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가 8월22일 경기도 파주 헤이리 마을에서 현대 그랜저 디젤과 폴크스바겐 파사트 앞에 섰다. 이날 쏟아지는 비를 피해 한 카페 주차장에서 사진을 촬영했다. 한겨레21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쇼핑 주문서] 유행 탄 중형 디젤 세단, 어떤 차를 살까.

[주문 내역] 디젤(경유) 자동차의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수입차 시장에서 올해 7월까지 판매된 차 가운데 68.2%(7만6636대)가 디젤 모델이었다. 1~7월 기준으로 보면, 2011년 디젤차의 판매 비중은 34.3%(2만741대)였다. 3년 새 디젤차의 판매 비중은 두 배로, 판매량은 세 배로 껑충 뛰었다. 디젤차의 인기가 수입차 시장 확대를 견인한 셈이다. 이에 놀란 국내 완성차 업체도 속속 디젤 모델을 내놓고 있다. 올 초 한국GM이 중형 세단 말리부 디젤을 내놓은 데 이어, 6월에는 현대차가 수입차 공세에 맞서 그랜저 디젤을 출시했다. 7월엔 르노삼성이 ‘엔진 다운사이징 흐름에 맞춘’ SM5 디젤을 출격시켰다. 바야흐로 한국 자동차 시장을 놓고 디젤 쟁투가 펼쳐지고 있다. 선택 사항이 많아진 소비자는 반갑지만, 기름 냄새가 진동하면서 혼란스럽다. 차값은 수천만원, 한 번 뽑으면 몇 년을 타야 한다. ‘집 빼고는 아마도 가장 비싼 선택’을 앞둔 소비자를 위해 전문가와 함께 국내 판매 중형 디젤 세단을 살펴본다.

[구매 목록] 현대 그랜저 디젤, 한국GM 말리부 디젤, 르노삼성 SM5 D, 폴크스바겐 파사트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 8월22일 디젤 중형 세단을 시승하기 위해 모인 날, 서울에는 폭우가 쏟아졌다. 46.5mm로 8월 중 가장 많은 비가 내린 날이었다. 하지만 악천후에도 잘 달려야 하는 게 차다.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는 “빗길을 달려보면 빗소리가 차 안으로 들어오는지, 바닥에서 올라오는 물소리나 진동은 어떤지 더 잘 느낄 수 도 있다”고 했다. 자동차 관련 글을 쓴 지 17년 경력의 류청희 칼럼니스트와 이다일 자동차 전문기자가 이번 [카트21]에 함께했다.

디젤 연비 효과, 주행거리 고려해 따져야

이들은 이날 서울 상암동에서 경기도 파주 헤이리 마을까지 빗길을 뚫으며 그랜저 디젤과 파사트를 번갈아 운전했다. 디젤 차의 주행 성능과 승차감, 실내 인테리어의 감성적인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디젤차의 느낌은 어땠을까?

이다일(이하 이): 디젤 자동차의 주행 성능은 (일반적으로) 매력적이지 않다. 소음·진동도 크고, 엔진이 무거워서 차의 균형도 안 좋다. 유지·보수비도 많이 든다.

류청희(이하 류): 디젤 엔진의 특성상 처음 밟을 때는 차가 무겁다는 느낌이지만, 어느 정도 엔진 회전수가 올라가면 가솔린 엔진보다 힘이 좋다. 초반에 거슬리는 것을 빼면 일상적으로 운전하기는 편하지만, 고속 주행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가속감이 떨어져서 썩 재미있지는 않다.

초반부터 난타다. 디젤차의 매력을 탐구하려 모였는데, 주행 성능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평부터 나왔다. 그럼 소비자가 주목하고 있는 디젤차의 연비 효과는 어떨까?

: 국내에서 스포츠실용차(SUV)가 인기 있는 것은 짐을 많이 실을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SUV가 디젤 엔진을 탑재해 연비가 좋은 게 판매를 늘린 면도 있다.

: 기름값이 워낙 내려오지 않으니,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디젤차를 선호한다. 같은 배기량을 놓고 보면 디젤이 가솔린보다 연비가 좋은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 디젤차는 가솔린(휘발유)차보다 비싸다. 가솔린보다 비싼 값을 줘도 디젤차가 필요한 사람은 1년에 3만~4만km 정도를 주행하는 운전자다. 우리나라에 그렇게 많이 운전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서울에 살고, 애가 둘 있는 30~40대 직장인에게는 디젤 세단을 추천하고 싶지 않다.

: 연비로 (경제적)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차를 많이 주행해야 하는데, 또 많이 주행할수록 차의 수리비용이나 유지비용이 커진다.

: 이율배반적이다. (웃음)

생각보다 좋은 그랜저 디젤

실제 디젤차의 가격은 가솔린차에 견줘 비싸다. 그랜저 디젤 2.2(3254만~3494만원)의 경우 가솔린 모델인 그랜저 2.4(3024만원)에 견줘 배기량이 작아도 가격은 더 비싸다. 말리부 역시 가솔린 모델(2.0)은 2423만~3015만원이지만, 디젤 모델은 2770만~3037만원에 이른다. 최소선택사양 기준으로 디젤차가 200만~300만원 더 비싼 셈이다. 경유가 휘발유보다 리터당 200원 정도 싼 것을 감안해보면, 말리부 디젤은 매해 2만km씩 5년은 주행해야 말리부 가솔린차 가격과의 차이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 기름값을 아낄 수 있다는 이유로 국산차보다 1천만원 이상 비싼 수입 디젤차를 사는 게 경제적 선택인지는 생각해볼 여지가 분명히 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좀더 큰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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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 까놓고 이야기하면 주행 속도도 잘 안 나오고 무겁고 복잡한 디젤차를 사는 것은 소비자가 유행을 좇는 것이다. (그러면) 굳이 살 필요 없다. 일본처럼 하이브리드카나 경차가 (국내엔) 알맞다. 수입 디젤차를 사는 것은 (남들에게) 보여주기식 선택을 하는 것이다.

: 차를 실제 사야 하는 이유와 평균적인 이유가 다른 셈이지, 겉 다르고 속 다르다.

디젤차 모델평에 앞서, 디젤차의 일반적인 성능에 대해 이야기하려 했더니 순식간에 성토장이 돼버렸다. 이다일 기자는 “연비와 친환경을 따진다면, 엔진의 연료가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무조건 작은 차, 배기량이 작은 차를 선택하는 게 맞다”고 했다. [카트21] 기사 최초로, 이 제품을 사는 것은 다시 고려해봐야 한다는 제안까지 나왔지만, 일단 디젤차도 자동차 시장의 한 축이니 모델별 개성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 타보니까 그랜저 디젤이 생각보다 좋다. 진동이나 소음 면에서 볼 때 그랜저 성격에 맞게 조율됐다. 편안하면서 고급스러운 느낌이다. 그런데 표현하기 어렵지만 싼 느낌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파사트가 근본적인 진동 억제에 신경을 썼다면, 그랜저는 나오는 소리를 적게 들리게 하는 방음 처리에 신경 쓴 느낌이다.

: 그랜저는 시트를 조절해도 개인적으로는 운전하기에 편하게 조절되지 않는다. 독일 차는 앉으면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게 만드는데, 국산차는 발을 뻗는 것 등이 독일 차에 견줘 불편하다.

: 운전에 집중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그랜저는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가운데에 있는 내비게이션 등에 시선이 분산되게 만들었다. 계기판도 상대적으로 작아 보인다.

: 파사트는 도요타 캠리가 생각난다. 어디 하나 특별한 것은 없지만 트집 잡을 것도 없다는 느낌이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파사트는 미국형 파사트다. 미국 시장을 겨냥해 열심히 만든 차라서, 전문가들이 평가한 것을 종합해보면 장거리 주행에 적합한 차다.

특별한 것도, 트집 잡을 것도 없는 파사트

: 파사트는 아쉽지 않은 성능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부드럽다거나 힘이 여유가 있어서 느긋하게 가속할 수 있는 성격의 차도 아니다. 차를 많이 쓰면서 실질적인 연비에 신경 쓰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차다.

: 기본적으로 차가 필요하고 달려야 하는 이에게는 파사트를 추천하겠다.

: 그래도 ‘이 돈 주고 뭐 살래’ 하면 그랜저 디젤을 선택하지 않을까 싶다. 운전하는 사람만 재미있다고 차를 고를 것도 아니고, 온 식구가 함께 타는 차로 상품성을 본다면 말이다.

물론 그랜저 디젤과 파사트는 성격이 다른 차다. 그랜저 디젤은 국내에서 파사트보다 가격이 낮지만, 배기량만 놓고 보면 더 윗급의 차다. 미국 시장에서도 그랜저 아랫급인 쏘나타가 파사트와 겨룬다. 하지만 현대차는 아직 쏘나타 디젤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이외 다른 차들은 어떨까.

: SM5 디젤은 중형차에 1500cc 엔진을 얹었다. 예전에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했는데, 철저하게 경제성 위주로 만든 차다.

: SM5 디젤은 배기량이 작아도 달리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마력 수(110마력)가 낮아 보이는데 듀얼클러치가 들어가서 차가 조화롭게 됐다고 생각되지 스펙이 부족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다른 것은 다 괜찮은데 핸들에 조작 스위치가 하나도 없어 깜짝 놀랐다. (웃음) 편의 사양이 별로 없어서 100% 운전에만 집중하게 만든다.

: 말리부 디젤은 (가솔린 모델에 견줘) 뺀 것도 없고 갖출 것은 다 갖춰서 일반 소비자가 타기에 나쁘지 않다.

: 조금 비싸다.

: 그게 문제다.

디젤 선호 시장은 유럽뿐

전세계에서 디젤 승용차를 선호하는 시장은 유럽뿐이라고 한다. 여전히 가솔린 위주인 미국 시장도 있고, 두 바퀴 오토바이를 선호하는 동남아 시장도 있다. 즉 유행은 있을지언정, 대세는 없다는 이야기다. 류청희 칼럼니스트는 “파주처럼 멀리 살면서 서울로 출퇴근하면 디젤이 매력적이다. 도시에서만 생활한다면 굳이 디젤차가 필요하지 않다. 합리적으로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자동차 살 때, 이것만은 꼭!
1. 용도와 예산부터 확실히 정하라. 자동차만큼 감가율이 큰 재산도 드물기 때문에, 처음 살 때부터 낭비 요소를 최소화하는 게 손해를 줄이는 방법이다.
2. 자신의 연간 주행 패턴을 파악하자. 어떤 차가 맞을지 선택의 폭을 좁힐 수 있다.
3. 예산을 세울 때는 꼭 부대비용(각종 세금 및 공과금, 보험료, 할부나 리스 때 금융비용 등)을 포함시켜라.
4. ‘유지비=연료비’라는 생각을 버려라. 새 차를 사면 무상보증기간이 있기는 하지만, 모든 정비와 수리가 무상은 아니다.
5. ‘풀옵션’이 좋다는 생각은 버리자. 안전장비를 제외하고, 사용빈도가 낮은 선택사항은 과감히 포기하라. 차에 들어간 장비가 많을수록 쓰기 번거롭고 기름은 더 먹는다.
6. 할인폭이 지나치게 큰 차는 이유가 있다. 공식 프로모션의 할인폭이 크다면 연식 변경을 앞둔 재고 처리인 경우가 많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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