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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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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 치다가 힘 뺀 초보 캠퍼들 주목!

텐트 구조 전문가·8년차 캠퍼·텐트 개발자가 조언하는

우리 가족 별장 고르기… 브랜드 따지기보다 목적·장소 따라 골라야
등록 2014-07-18 15:20 수정 2020-05-03 04:27
아웃도어 수입업체에서 일하는 오원천씨와 텐트 구조전문가 이창희씨, 13년차 캠퍼 한상우씨(왼쪽부터)가 지난 7월10일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한 캠핑용품 전문매장에서 만나 텐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아웃도어 수입업체에서 일하는 오원천씨와 텐트 구조전문가 이창희씨, 13년차 캠퍼 한상우씨(왼쪽부터)가 지난 7월10일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한 캠핑용품 전문매장에서 만나 텐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쇼핑 주문서- 텔레비전 프로그램 를 아이와 함께 보다가 아이의 부러워하는 눈빛과 마주쳤다. 해결책은 캠핑을 직접 떠나는 것. 캠핑을 가기 위해 만나는 첫 관문인 ‘텐트를 어떻게 사야 할지’가 궁금하다

주문 내역- 가장 손쉬운 방법인 온라인 쇼핑몰에 접속해 ‘텐트’를 검색해보니, 타프(그늘막)를 포함해 텐트가 2만911개나 검색됐다. 수십 개 브랜드가 있을 뿐 아니라 가격도 10만원 이하부터 1천만원까지 다양했다.

텐트 종류도 많다. 텐트는 돔형, 거실형, 터널형, 원터치형 등으로 구분된다. 돔형은 3~4명이 머무는 크기이고, 거실형은 가족이 텐트 안에 잘 수 있는 공간과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구분해 크게 만든 게 대부분이다. 터널형은 ‘비닐하우스’처럼 폴을 이용해 터널처럼 만들어 활용도를 높인 텐트다. 원터치형은 일반 텐트보다 치기 쉽게 펼치면 바로 모습을 갖추는 텐트를 말한다.

최근엔 미니멀 캠핑이 뜨고 있다. 가족이 쓸 수 있는 대형 텐트보다 작고 가볍게 만들어 등산가방에 넣고 움직일 수 있는 텐트도 찾는다. 캠핑문화의 확산으로 캠핑장 등이 번잡해지자 가볍게 떠나자는 사람이 늘었다. 이렇게 보니 머리가 복잡하다. 합리적인 가격과 사양을 갖춘 텐트를 찾는 방법은 없을까.

2만911개 텐트 중 4인 가족이 쓸 만한 텐트는?

쇼핑의 도움말을 얻고자 전문가 3명에게 도움을 청했다. 전세계 고급 텐트에 들어가는 폴 시장을 석권한 동아알루미늄의 이창희 헬리녹스(자회사) 부장, 아웃도어 수입업체 엑스페드(EXPED)의 오원천 부장(8년차 캠퍼), 13년간 캠핑을 즐기다 직접 다목적 텐트 개발에 뛰어든 한상우씨다. 이창희 부장은 텐트 구조의 전문가고, 오 부장과 한씨는 캠핑 경험이 풍부했다. 이들은 7월10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의 캠핑용품 전문매장 ‘캠핑이즈’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이들은 ‘카트21’ 첫 회에 나간 맥주 이야기처럼 텐트 브랜드를 줄세우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워낙 다양한 텐트가 있고, 텐트 치는 장소와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4인 가족이 쓸 만한 일반적인 텐트를 찾는 것부터 시작했다.

한상우(이하 한)- 보통 캠핑은 여름 바캉스 시즌에 시작하는 사람이 많다. 초보 캠퍼에게 처음부터 거실형 텐트 구입을 권하고 싶지 않다. 타프와 돔형 텐트를 사라고 하고 싶다.

오원천(이하 오)- 중간 가격대의 요즘 나오는 텐트는 어느 것을 선택해도 기본적으로 방습이나 투습 성능은 비슷하다. 바닥 면적을 따지자면 한쪽 길이가 270cm 이상 돼야 한다. 그래야 바닥이 넓어서 애들이 굴러다니며 잘 수 있다. 가방이나 중요 용품도 텐트 안에 넣으려면 그 정도가 돼야 한다. 타프는 가족 수에 상관없이 미디엄 사이즈 이상을 골라야 한다. 타프 한 번 치기도 힘든데 햇빛 방향에 따라 타프를 돌릴 수는 없잖아. (웃음)

텐트를 가지고 딱 한 번 캠핑을 한 적이 있었다. 남자 2명, 여자 1명이 함께 가는 1박2일 여정이었다. 캠핑 초보 남자 2명이 텐트 2동을 치려니 텐트만 치는 데 반나절이 걸렸다. 그리고 저녁 먹고 잔 뒤 다음날 오전 땀을 또 뻘뻘 흘리며 텐트를 걷고 돌아왔다. 텐트 치고 걷은 것밖에 생각나지 않는 여행이었다. 그 뒤로 캠핑을 가지 않았다.

- 한국 남자들은 ‘군대에서 24인용 텐트 쳐봤다’는 생각에 텐트 치는 것을 별거 아니라고 여긴다. 그런데 초보 캠퍼들이 타프를 사놓고 한 번도 비닐을 풀어보지 않다가 캠핑장에 왔다가 막상 타프를 못 쳐서 부인과 싸우는 경우를 많이 봤다. (웃음) 두 가족이 오면 그나마 남자 둘이서 하는데, 한 가족만 오면 혼자서는 힘들다

이창희(이하 이)- 일본 사람들은 텐트 설명서를 숙독하고 시작한다. 한국 사람들은 일단 펼쳐놓고 시작한다. 사실 폴 손상은 텐트를 설치할 때 많이 발생한다.

화제를 텐트 수리 문제로 돌렸다. 많은 블로거들은 애프터서비스(AS)를 받으려면 유명 브랜드 제품을 고르는 게 낫다고 조언한다.

- 텐트 AS는 브랜드들 모두 전문 업체에 맡긴다. 브랜드가 얼마나 책임감을 가지고 하느냐의 차이일 뿐 브랜드별로 AS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 국내에서 많이 팔리는 스노우피크, 콜맨, 코베아 모두 국내에서 텐트를 생산하지 않는다. 브랜드라서 자체 공장에서 수리할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됐다. 브랜드별로 보증을 어느 정도 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보증 비용도 이미 가격에 들어가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브랜드 달라도 같은 업체서 만들기도

국내에서 판매되는 텐트는 대부분 중국·베트남 등 아시아에서 만든다는 말에 놀랐다. 이들은 스노우피크, 콜맨, 코베아를 사실상 같은 업체에서 만든다고 귀띔한다.

- 텐트시장 초기에는 미국 회사들이 따로 텐트 개발실을 가지고 있었다. 1980~90년대에는 한국 텐트 생산업체에 디자인 등을 보내줘 만들게 했다. 그러다 한국 업체들의 기술이 발달하면서 미국 회사들의 디자인실이 축소됐다. 이제는 각 텐트 생산업체가 개발해서 제품을 보여주면 바이어들이 와서 디자인 정도를 바꾸고 있다. 그렇다보니 지금 나오고 있는 텐트들이 브랜드별 차이를 갖기가 점점 힘들다.

- 최근 국내 텐트는 특징이 없다. 새로운 시도도 없고 모양도 거기서 거기다. 그래서 요즘 캠퍼들이 새로운 제품이나 세분화된 사양으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유명 브랜드가 아닌 곳에서도 합리적인 가격대의 좋은 제품을 찾을 수 있고, 캠핑 동호인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서 아이디어를 내 함께 만든 텐트도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중저가로 샀다가 고가로 바꾸는 경우 많아

이 대목에서 전문가들 사이에 약간 목소리가 높아졌다. 오원천 부장은 온라인 카페에서 만들어 내놓는 텐트가 기존 업체의 개발 의지를 꺾는다고 주장했다. “브랜드가 내놓은 텐트를 두고 카페 내에서 어떤 게 부족하다는 얘기나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 등걸이를 하나 더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오면 그 브랜드가 내놓은 텐트 디자인을 카피한 다음 거기다 아이디어를 조금 첨가한다. 고유의 디자인 영역을 침해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한상우씨는 “디자인을 카피하는 곳 말고, 순수하게 새로운 디자인 변화를 시도하는 카페들이 있다. 과거 디자인만 유지하는 회사는 소비자에 의해 도태될 수 있다”고 받아쳤다.

브랜드별 생산 방식이나 AS가 크게 다르지 않다면 스노우피크 등 비싼 텐트를 살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캠핑이즈의 허성천 팀장은 “캠핑을 처음 갔다가 앞집·옆집 텐트를 보고 ‘부럽다, 위축된다’는 생각에 다시 찾아와 텐트를 고가 브랜드로 바꾸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오원천 부장도 “스노우피크가 비싸지만 좋은 점은 AS가 확실하다. 산 지 7년이 지난 제품도 문제가 있어 보내니까 다 수리해 포장까지 해서 보내준다”고 덧붙였다.

AS나 생산 방식을 따졌을 때 고가 브랜드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도 나왔지만, 현실적으로 믿고 살 텐트를 찾기 힘들고 캠핑장에 가서 기죽을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일리 있다. 그러면 전문가 자신이 텐트를 산다면 무엇을 살지 되물었다.

- 텐트를 사기 전 처음으로 돌아가 고른다면 스노우피크의 어메니티돔이나 미니멀웍스의 바나나텐트를 사겠다. 둘 다 가격 대비 성능이 좋다. 누구한테나 추천할 만한 제품이다.

- 초보 캠퍼이면 여름형 텐트를 사라고 이야기했는데, 진짜 캠핑은 가을이다. 가을에 쓸 텐트는 중간 사이즈 말고 큰 것으로 골라야 한다. 가을에는 생각보다 무척 춥다. 거실형 텐트 안에서 난로도 피울 수 있으려면 어느 브랜드를 막론하고 큰 텐트를 사야 후회가 없다.

브랜드명 정답 없어, 간접경험 해봐야

이 부장은 텐트 전문가지만 “텐트 욕심은 없다”고 했다. 캠핑은 텐트를 보러 떠나는 여행이 아니다. 드넓게 펼쳐진 산과 강, 바다를 보지 않고, 앞집·옆집의 텐트 종류·브랜드·가격을 따지다 올 필요가 있을까. 이 부장은 “국내 브랜드가 외국 것보다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거의 없다. 브랜드명은 정답이 없다. 캠핑 가는 친구를 따라가서 간접경험을 해보고 고르라”고 조언했다. 자, 이제 텐트를 비교하기 위해 집에서 온라인 쇼핑, 홈쇼핑 클릭은 그만하고, 일단 텐트를 빌려 떠나자.

글 이완 기자 wani@hani.co.kr·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 가족 텐트 살 때, 이것만은 꼭!
1. 처음부터 비싼 텐트를 사지 않는다. 캠핑에 안 맞으면 창고 또는 중고시장행이다.
2. 텐트 사용 목적을 생각하자. 캠핑장 내에서만 시간을 보낼지, 바깥에서 놀다 들어와 잠만 잘지 생각해야 한다.
3. 4인용은 바닥면의 한쪽 길이가 270cm 이상 돼야 지내기 편하다
4. 타프(그늘막)는 미디엄 사이즈 이상의 사각(렉타)으로 사는 게 햇볕을 막는 데 좋다.
5. 매장에서 점원의 권유만 듣고 사지 말자. 점원이 다른 브랜드의 텐트까지 쳐봤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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