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006699">[쇼핑 주문서]</font> 카카오프렌즈 vs 라인프렌즈, 당신은 덕후?
[주문 내역] ‘까똑’과 ‘라인’에서 스티커로 만나던 아이들이 모바일 밖으로 튀어나왔다. 슈퍼에서는 ‘카카오빵’을 팔고 백화점에서는 ‘브라운’ 과 ‘무지’ 피규어를 파는 전용 매장이 생겼다. ‘뽀통령’과 ‘엘사 여왕’ 등이 점령한 어린아이들의 캐릭터 왕국 부럽잖다. 130여 종의 스티커(띠부띠부씰)를 종류별로 확보하기 위해 ‘카카오빵’을 사먹고, 연인끼리 팝업스토어를 찾아가 선물을 안겨준다. 인기 있는 제품은 ‘완판’되기도 한다. 한시적으로 ‘맛보기’처럼 운영됐던 팝업스토어는 아예 백화점 정규 매장으로 눌러앉았다. 라인프렌즈는 지난 4월 서울 을지로 롯데영플라자에 매장을 연 것을 시작으로 롯데백화점 잠실점, 제주 신라면세점, 에버랜드에도 팝업스토어를 잇따라 열었다. 카카오도 팝업스토어뿐만 아니라 캐릭터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프렌즈’라고 이름 붙은 이 아이들이 처음 등장한 건 2011년 10월이다. 라인이 코니, 브라운, 문, 제임스 등 4가지 캐릭터의 스티커를 선보였다. 이에 질세라 카카오도 디자이너 ‘호조’와 손잡고 2012년 9월 카카오프렌즈 스티커를 세상에 내놨다. 모바일 메신저가 ‘국민 소통 수단’이 되면서, 스티커와 이 아이들도 자연스레 일상으로 녹아들어갔다. 라인을 통해 전세계에서 스티커를 주고받은 횟수가 하루 최대 18억 회에 이른 날도 있고, 팝업스토어에서는 수백 명의 고객이 매장 오픈을 기다리며 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나의 문화 현상이라고 불러도 될 만한 모바일 메신저 캐릭터들의 인기가 궁금하다.
<font color="#006699">[구매 목록]</font> 각종 캐릭터 상품, 메신저 스티커
<font size="3">캐릭터 덕후에겐 천국인 팝업스토어</font>
상품을 좀더 입체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캐릭터와 밀접한 삶을 살고 있는 전문가에게 SOS를 쳤다. 어린아이처럼 여전히 애니메이션과 만화, 그리고 캐릭터를 사랑하는 만화가 김태권씨와 스마트스터디의 사업개발을 총괄하는 이승규씨가 흔쾌히 요청에 응했다. 스마트스터디는 ‘핑크퐁’ 등 모바일 애니메이션 플랫폼 앱을 개발·서비스하는 정보기술(IT) 회사다. 지난 11월12일 두 사람과 함께 서울 을지로 롯데영플라자 1층에 있는 ‘라인프렌즈 팝업스토어’와 현대백화점 신촌점 지하 1층에 있는 ‘카카오프렌즈 팝업스토어’를 직접 둘러본 뒤에 이야기를 나눴다.
<font color="#006699">황예랑(이하 황)</font>: 뭘 그렇게 많이 샀나.
<font color="#006699">김태권(이하 김)</font>: 라인에서는 티셔츠 2개를 샀다. 소심한 브라운과 헬렐레 뛰어가는 코니가 그려진, 캐릭터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디자인으로 골랐다. 카카오에서는 복숭아(캐릭터 이름은 어피치) 미니피규어, 수면안대, 볼펜, 노트를 샀다.
<font color="#006699">이승규(이하 이)</font>: 라인에서 브라운 피규어와 봉제인형, 자석, 배지, 도장 등을 샀다. 원래 곰 캐릭터를 좋아하는데 카카오에는 곰이 없다. 브라운은 기존 곰 캐릭터와 달리 ‘표정’이 있어서 좋다. 척 봐도 소심한.
<font color="#006699">김</font>: 무슨 상품을 샀는지에서도 취향이 드러난다. 난 평소 ‘복숭아’ 캐릭터를 좋아한다. 복숭아 스티커를 뽑으려고 카카오빵을 몇 번 사먹었는데, 항상 카톡개(프로도)만 나오더라. 하하.
<font color="#006699">황</font>: 팝업스토어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font color="#006699">이</font>: 패키징이 재밌다. 라인은 네모난 박스 안에, 카카오는 둥그런 원기둥에 인형을 담아놨다. 왜 그랬을까? 박스는 차곡차곡 쌓아서 많은 면적에 진열할 수 있다. 원기둥은 매장 면적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카카오는 원기둥 패키징을 선택했더라.
<font color="#006699">김</font>: 원통형은 선물이란 느낌이 강하다. 여학생들 선물 패키징의 전형이 원기둥이잖아. 종이학 1천 개 넣어서. (웃음) 매장 느낌도 ‘아트박스’ 같았다.
<font color="#006699">이</font>: 카카오는 타깃 자체가 ‘영’(young)한 것 같다. 카카오빵도 그렇고. 팝업스토어에서 파는 상품 구성도 그렇더라.
<font color="#006699">김</font>: 카카오 팝업스토어엔 작은 피규어가 주력인데, 학생들이 독서실 책상에 올려놓기 딱 적당한 크기다.
<font color="#006699">이</font>: 가격 면에서도 라인이 카카오보다 다소 높게 책정된 것 같다. 외국 디자이너와의 컬래버레이션 상품들도 있고. 어떤 상품에는 가격도 안 쓰여 있다. 살 사람은 가격과 상관없이 사라는 거다. 외국인 관광객이나 마니아 위주로 가겠다는 전략이 아닌가 싶다. 입맛에 맞으면 비싸도 상관없잖아. 매장을 꾸며놓은 것도 라인이 공항 면세점 같은 느낌이라면, 카카오는 중·고등학교 앞에 있는 선물숍 같은 느낌?
<font size="3">“단체채팅은 ‘카톡’, 아내와는 ‘라인’을” </font>
<font color="#006699">황</font>: 캐릭터로 볼 때도 카카오와 라인이 구별되는 점이 있나.
<font color="#006699">이</font>: 라인은 SM 같고, 카카오는 YG 같다. SM은 개별 인물의 개성이 잘 안 드러나지만 정교하게 비즈니스하는 느낌이고, YG는 시각적으로 화려하고 개개인이 명쾌하잖아.
<font color="#006699">김</font>: 카카오는 YG보다는 JYP 같다. 하나하나 정말 좋은 애들인데, 충분히 못 살리는 느낌이 있다. 카카오 캐릭터는 하나하나 개별적인 경쟁력이나 시각적인 디자인은 훌륭하다. 하지만 정작 캐릭터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다. 이를테면 이런 거다. 배우 신성록의 별명이 ‘카톡개’다. 정말 닮았다. 그런데 사람들은 ‘프로도’(캐릭터 이름)가 아니라 ‘카톡개’ 닮았다고 한다. 배우에 빗대는 건, 그만큼 ‘카톡개’의 캐릭터나 표정이 확실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분명히 카카오 쪽이 미는 건 ‘프로도’라는 이름일 텐데, 뭔가 작전대로 안 돌아가는 게 있다.
<font color="#006699">이</font>: 카카오 캐릭터들은 뭔가 한 꺼풀을 더 벗겨봐야 한다. 토끼옷을 입은 단무지(무지)라든지, 가발을 쓴 고양이(네오)라든지. 단순한 동물 캐릭터가 아니다. 하나하나의 느낌이 확 잘 들어온다. 하지만 카카오에는 내러티브가 없다. 드라마에서 배우들 얼굴만 보이는 느낌이다. 고양이(네오)와 개(프로도) 사이에 갈등관계가 뭔지 잘 안 보인다.
<font color="#006699">김</font>: 맞다. 카카오 캐릭터들은 줄거리나 플롯이 없다. 라인의 코니와 브라운 사이에는 관계와 스토리가 있다. 스티커도 라인은 ‘너와 나는 이런 사이야’라는 관계를 보여주는 게 많다. 반면 카카오 스티커는 ‘내 기분이 이래’를 설명하는 게 많다. 나는 카톡은 단체 대화용으로, 라인은 아내와의 대화용으로 주로 쓴다. 단체카톡방에서는 스티커로 자기 감정을 보여줘도 괜찮다. ‘카톡개’가 엎어져 있는 스티커로 ‘좌절’을 표현한다든가. 하지만 아무래도 라인에서 둘이 이야기할 때는 둘 사이의 관계에 집중하게 된다. ‘제임스’가 애교를 부리면서 하트 뿅뿅 날리면, 개가 으르렁거리는 스티커로 답하는 식으로.
<font color="#006699">황</font>: 그림 자체로는 어떤가.
<font color="#006699">김</font>: 카카오 캐릭터는 끝내주게 잘 그렸다. 가발 쓴 고양이(네오)는 머리가 움직일 때마다 스티커에서 가발의 방향이 바뀐다. 엉덩이를 뒤로 뺀 복숭아(어피치)를 봐라. S라인에다 복숭아에 엉덩이 골도 보인다. 단순히 ‘잘 그렸다’가 아니라 ‘야, 요런 게 있었나’ 싶은 야릇한 감성이 있다. 보통 캐릭터들은 깔끔하거나 표정이 없는데, 얘네들은 전형적이지 않은 표정이 많다. 자세들도 신난다. 디자인 면에서 엄청난 캐릭터성이다.
<font size="3">스티커로 의사소통하는 날 올까? </font><font color="#006699">이</font>: 카카오 캐릭터를 디자인한 게 가수 싸이의 캐릭터를 그린 디자이너 ‘호조’다. 손맛이 살아 있다.
<font color="#006699">김</font>: 물론 라인 캐릭터에도 손맛이 있다. 코니가 수줍게 서서 발을 안쪽으로 모으고 있는 걸 봐라. 어깨도 움츠리고. 이렇게 작은 스티커 안에 디테일이 다 있다.
<font color="#006699">이</font>: 나는 사실 라인처럼 무난한 의인화를 좋아한다. 카카오는 약간 어지럽다. 캐릭터가 너무 많은 걸 말로 하고 시각적으로 보여주면 관객이 들어갈 부분이 없기도 하고.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아~’라고 해야 하나. (웃음)
<font color="#006699">김</font>: 나는 완전히 동의하진 않는다. 카카오 디자인에는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 같은 뭔가가 있다. 걸작이다. 물론 라인에 비해 캐릭터 사이의 관계나 성격에 대한 설명이 없는 건 아쉽다. 설명이 있더라도 ‘이게 뭐야?’ 수준이고. 취향의 문제인 것 같다.
이 맞다. 마티스를 좋아하냐, 피카소를 좋아하냐의 문제다.
<font color="#006699">황</font>: 메신저 스티커로만 머물 수도 있는데, 팝업스토어에서 캐릭터 상품을 파는 단계로까지 진화한 건 어떻게 해석하는가.
<font color="#006699">김</font>: 메신저에서 사용하는 스티커는 일종의 상용문자다. 예전에 이모티콘이 언어를 변화시킨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어떤 상황에 대해 스티커로 설명하는 건데, 실제도 메신저 스티커 식으로 사고하기 시작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 지금 내 기분은 ‘복숭아가 찡그리고 있는 상태야’, 이런 거.
<font color="#006699">이</font>: 비약하자면, 어느 순간 스티커만 골라서 의사소통을 하게 될 수도 있을 듯하다. 실제 그러고 있고. 메신저 대화창에 ‘고맙습니다’라고 하기보단 ‘하트’ 스티커를 쓰면 사람들이 무슨 맥락인 줄 안다. 스티커가 나의 감정을 대신 전해주는 전령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러다보면 스티커 캐릭터에 점점 감정이입이 되고, 현실에서도 얘들을 갖고 싶고.
<font color="#006699">김</font>: 스티커를 많이 쓰다보면 이런 단계에도 이른다. 황당무계하거나 재밌는 뉴스가 있으면 친구들이랑 메신저로 공유하고 싶어진다. 그럴 땐 링크 보내고 스티커를 붙인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뉴스를 읽으면서 ‘여기에 맞는 스티커는 뭘까’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있더라.
<font color="#006699">이</font>: 카톡의 영향력이 그만큼 엄청나다. 무료 스티커라서 누구나 쓸 수 있다는 접근성을 생각하면, 캐릭터의 잠재력이 더 커진다. 이름도 라인프렌즈, 카카오프렌즈라고 붙였다. 친구, 즉 애완견이 아니라 반려견이라는 거다. 내가 카톡, 라인으로 생활하려면 이 캐릭터는 꼭 있어야 한다고 인식시키려는 작명이 아니었을까.
<font size="3">스티커 친구, 애완 아닌 반려 캐릭터 </font>
<font color="#006699">김</font>: 이들은 공중파보다 더 좋은 플랫폼을 갖고 있는 셈이다.
<font color="#006699">이</font>: 카톡이나 라인이 캐릭터의 존재감을 높이는 건 좋은 전략 같다. 캐릭터의 인기와 메신저의 사용 빈도 사이에 선순환 구조가 생기니까. 모바일 시대를 배경으로 태어난 아이들이니 점점 삶의 다양한 영역에 더 침투해 들어갈 거다. 그러고 보니 캐릭터가 플랫폼 밖으로 튀어나온 것에도 어떤 흐름이 읽힌다. 졸라맨, 마시멜로는 플래시애니메이션이 퍼지면서 봉제인형 등으로 튀어나왔고, 온라인게임인 메이플스토리도 초딩의 극진한 사랑을 받아서 베스트셀러 만화책이 됐고. 새로운 매체나 특정 플랫폼이 생기고 인기를 끌면서 주인공들이 생명력을 얻어 밖으로 튀어나오는 건 재밌는 현상이다. 하필 매장 이름도 (튀어나온다는 뜻의) 팝업스토어고!
<font color="#006699">김</font>: 캐릭터들이 아직은 스티커에 많이 기대고 있지만, 스티커 밖에서 별도의 변이를 겪고 이게 다시 스티커에 반영되고. 그런 과정을 겪지 않을까 기대된다. 카카오프렌즈와 라인프렌즈 가운데 그 과정에서 시너지를 얻는 쪽이 승자가 되지 않을까?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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