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결산 특집이에요. 내 한 몸 불사르는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2013년 상반기 ‘부글부글’ 지면을 빛낸 인물들의 노고를 기리는 자리예요. 그중에서도 으뜸의 재량을 보여준 인물들에겐 특별한 시상도 준비했어요. 엄청난 경쟁률을 뚫을 이들에게 줄 상패와 상금은 없지만 이름을 남겨드려요. 그럼 편집장도 모르는 내 맘대로 시상식을 시작할게요.
노력상은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 돌아갔어요. 홍 지사는 변치 않는 노력으로 변방의 ‘진주의료원’ 폐업을 전국구 이슈로 만들었어요. 이후 병원환자·도민·보건복지부·국회의 압박에도 소신을 굽히지 않고 결국 진주의료원 문을 103년 만에 닫는 데 성공했어요. 최근 국회가 추진 중인 진주의료원 등에 대한 국정조사에는 당당히 출석을 거부했어요. 대신 보란 듯이 폐업 업무를 담당한 공무원을 승진시키는 뚝심을 끝까지 발휘했어요. 지사님, 숱한 노력 똑똑히 기억할게요.
포토제닉상은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 몫이 됐어요. 수상작이 기가 막혀요. 그가 지난 6월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야당 의원들을 향해 하트를 날리는 사진이에요. 양팔로 완벽한 하트를 만들어낸 ‘포즈’, 가지런한 치아를 대방출한 ‘표정’, 북방한계선(NLL) 파문을 일으킨 데 대한 야당의 사퇴 요구에도 해탈한 듯한 무념무상의 ‘내면 연기’가 10점 만점에 10점이에요. 의원님, 그런데 웃음이 나오긴 하나봐요.
아차상은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 차지예요. 그는 정말 안타깝게도 지난 6월26일 열린 당 비공개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나도 대선 전에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봤는데 충격적이더라”는 취지로 말한 김무성 의원의 발언을 언론에 흘린 주범으로 지목됐어요. 얼마나 ‘아차’ 싶었는지 김무성 의원에게 문자로 “저는 요즘 어떻게든 형님 잘 모셔서 마음에 들어볼까 노심초사 중이었는데 이런 소문을 들으니 억울하기 짝이 없습니다”라고 눈물겹게 결백을 주장했어요. 나중에는 직접 찾아가 90도로 인사했어요. 조폭도 울고 갈 충성 맹세에 이 상을 드려요. 의원님, ‘아차’ 자주 하다간 ‘아주’ 가는 수가 있어요.
남양유업은 공로상의 주인공이 됐어요. ‘갑의 횡포’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일으켜 국정철학인 경제민주화를 앞당기는 데 혁혁하게 기여했어요. 남양유업이 불공정하게 대리점에 물건을 마구 ‘밀어내기’한 사실이 잇따라 알려지면서 국회가 ‘갑을관계 민주화법’ ‘대리점법’ ‘남양유업방지법’ ‘을지로’(을을 지키는 로법) 등을 쏟아냈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남양유업이 여성의 권익 보호에도 기여하겠다고 나서고 있어요. 남양유업은 여직원이 결혼하면 계약직으로 전환시키고 임신을 하면 그만두도록 압박해온 사실이 최근 드러났거든요. 덕분에 조만간 ‘여성임신 민주화법’도 나올 것 같아요.
두구두구. 영예의 부글상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에요. 이견이 있을 수 없어요.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 기간에 인턴 여직원의 엉덩이를 움켜쥔 사건은 두 달이 지난 지금도 놀라워요. 윤 전 대변인 덕에 박 대통령이 이번 중국을 방문할 때는 수행단이 성교육을 받는 아름다운 관행이 생겨났어요. ‘음흉하고 징그러운 아저씨’의 고유명사인 ‘윤창중’이 탄생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예요. 이런 공로에도 아직까지 자택에서 두문불출하는 겸손함을 보세요. 유력한 ‘2013년 왕중왕’ 후보예요. 올 상반기에 ‘부글부글’ 지면을 채워주느라 열심히 뛰어준 영광의 주역이 이렇게나 많아요. 하반기에는 뉴페이스들의 활약을 기대할게요. 누구나 ‘넥스트 윤창중’이 될 수 있답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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