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민속학자 야나기 무네요시가 수집한 한·일 민예 전시회
▣ 오현미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역사를 위해서, 도시를 위해서, 특히 그 민족을 위해서 저 경복궁을 건져 일으켜라. 그것이 우리의 우의가 해야 할 정당한 행위가 아니겠는가.” 이 문구는 우리에게 친숙한 일본의 민속학자인 야나기 무네요시가 1922년 9월 잡지 에 실었던 ‘없애버려지려고 하는 한 조선 건축을 위하여’라는 글에서 한 말이다.
이 글은 당시 광화문을 헐어버리려 하던 조선총독부의 만행을 조선 내에서 민감한 정치적 사안으로 전환시켜 쉽게 없애버리지 못하는 문제로 만들었던 야나기의 중요한 사회적 발언이었다. 실로 일본의 지식인으로서 조선의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한 용기 있는 실천이라 하겠다. 이를 통해 그가 ‘조선 아름다움의 권화’라고 평가한 광화문이 오늘에 이를 수 있었다.
1922년 9월 광화문 보호를 위한 야나기의 발언과 2006년 11월 광화문 복원사업 시작, 이렇게 시대를 넘어 그의 철학과 세계관이 남긴 유물들이 지금 일민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문화적 기억-야나기 무네요시가 발견한 조선 그리고 일본’전은 민중의 생활 속에서 사용되는 공예품들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고, 그때까지 눈길 한번 제대로 못 받았던 생활 공예품에 ‘민예’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그 독특한 아름다움을 체계적으로 연구했던 야나기 무네요시가 수집한 유물 200점과 기록 사료 60여 점으로 구성된 전시다.
서구적 기준을 버리고 조선과 일본의 민중 속에서 문화적 개성과 독창적 미를 발굴하려 했던 야나기 무네요시의 컬렉션으로 이뤄진 이 전시는 모든 하찮은 미물에서도 신을 보았던 야나기 무네요시의 미감을 총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된 우리나라 최초의 전시라 할 수 있다. 1월28일까지, 서울 세종로 일민미술관, 02-2020-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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