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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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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54개 중 2개 가동 중인 일본을 보라

후쿠시마 사고 이후 강력한 수요관리, 화력발전 가동률 높여
원전 전부 멈춰도 대한민국은 돌아갈 것, 당장 탈핵도 가능해
등록 2013-08-07 18:19 수정 2020-05-03 04:27

재작년 12월2일부터 100일 동안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원전에 반대하는 1인시위를 한 적이 있었다. ‘신규 원전 반대’라고 쓴 피켓을 들고 서 있으면, 가장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은 청소년이다. 가끔 인증샷을 찍고 가는 경우도 있다.
반면에 적대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그분들이 하는 얘기는 “당신은 전기 안 쓰고 사냐” “호롱불 켜고 살래” 같은 것이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얼마나 왜곡된 정보를 접하고 살았으면 이런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진짜 원전이 없으면 우리는 전기를 쓸 수 없을까?

사고 직전, 원전이 전기 26% 담당

결론부터 말하면, 당장 원전 전부를 멈춰도 대한민국은 돌아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른 탈핵을 주장하는 녹색당이 ‘2030년까지 탈핵’을 주장하지만, 사실 마음만 먹으면 당장 탈핵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런 얘기를 하면 눈이 휘둥그레지는 분도 있지만, 사실이다. 어떻게 가능한지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54개 원전 중 2개만 가동하면서도 전기를 쓰고 있는 일본을 보면 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에 따르면, 후쿠시마 사고 직전인 2010년에 원전은 일본에서 생산되는 전기의 26%를 생산하고 있었다. 그해에 29.9%의 전기를 원전에 의존하고 있던 대한민국과는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일본은 2011년 3월11일 후쿠 시마 원전 사고를 겪었고, 이후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면서 원전은 하나하나 가동을 중단했다. 한때는 전부가 중단되었지만, 지난해 2개 원전이 재가동을 시작하면서 지금은 2개만 가동 중이다.

어쨌든 26%에 가까운 전기가 순식간에 사라진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일본 사회가 마비되었을까? 그렇지는 않았다.

막상 원전이 문을 닫는 상황이 되자, ‘원전 없이는 못 산다’던 일본 정부는 대책을 내놓았다. 첫째는 강력한 수요관리였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2011년 첫 번째 여름에 일본 정부는 전기 소비를 줄이기 위한 강력한 대책을 내놓았다. 전기를 많이 쓰는 기업에 대해서는 일종의 강제 절전 조치인 ‘전력사용제한령’을 발동했다. 강제로 일정 비율 이상 전기 소비를 줄이게 한 것이다.

당시 도쿄전력과 도호쿠전력이 전기를 공급하는 지역에는 전년 대비 15% 이상 절전하도록 했고, 간사이전력이 전기를 공급하는 지역에도 10% 이상 절전하도록 강제했다.

일본 경제단체연합회도 정부 정책에 호응했다. 637개 업체가 참여해 자발적으로 전기 소비를 줄이기 위한 실천을 했다. 이 실천에 참여한 대규모 기업은 25%, 그보다 적은 규모의 기업은 20% 이상 전기 소비를 줄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일본 기업들은 목·금요일에 쉬고 토·일요일에 공장을 가동하거나,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등 근무 형태를 바꾸었다. 전기 수요를 분산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전등을 에너지 효율이 높은 발광다이오드(LED) 전등으로 교체하거나 냉방 온도를 조절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또한 일본 기업들은 공장 안에 있는 자가 발전기 가동률을 높였다. 그동안에는 전기를 외부에서 공급받으면서 놀리고 있던 자가 발전기를 가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도요타자동차는 자체적으로 소비하는 전기의 30% 이상을 자가발전으로 충당했다. 절전 컨설팅도 시작했다. 정부가 고용한 상담원이 어떻게 하면 전기 소비를 줄일 수 있는지 컨설팅하는 제도를 시행한 것이다.

이러한 정책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도쿄 전력 관할에서는 18%, 도호쿠전력 관할에서는 15%나 전기 소비가 줄었다. 일본 사람들 스스로도 놀랄 만한 일이었다. 이 정도로 전기 소비를 줄일 수 있었는데, 전혀 그런 사실을 모르고 원전에 의존해왔던 것이다.

전기요금 10% 오를 때 전기 소비 10% 줄이면

물론 전기 소비를 줄이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었다. 원전이 생산하고 있던 26%의 전기 중 일부는 전기 소비를 줄여서 해결했지만, 모자라는 부분은 다른 방식으로 발전을 해서 충당할 수밖에 없었다.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거기에는 시간이 소요된다. 당장 필요한 전기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문제였다.

방법은 있었다. 일본에서 화력발전의 비중이 늘어났다. 전기 생산에서 화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60%대에서 90%대로 늘어나 원전을 대체한 것이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의문이 들 수 있다. ’화력발전 비중을 늘리려면 화력발전소를 새로 지어야 하지 않나? 발전소를 지으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나’라는 것이다. 발전소 가동률을 높이면 전기 생산을 늘릴 수 있다.

일본이나 우리나라는 전기를 생산할 때 원전이 싸다는 이유로 원전부터 가동해왔다. 그다음 순서는 석탄화력발전소다. 그리고 같은 화력발전이라도 석유발전이나 액화 천연가스(LNG) 발전은 후순위로 밀린다. 발전 단가가 비싸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화력발전, 특히 석유나 가스발전소의 가동률은 낮은 수준이다. 한마디로 발전소가 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에도 그 발전소들의 가동률을 높임으로써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었다.

이것은 수치로 명확하게 드러난다. 2010 년 일본의 화력발전소 가동률은 석탄발전 73%, LNG발전 53.9%, 석유발전 15.3%였다. 그런데 2012년에는 가동률이 석탄발전 85%, LNG발전 70%, 석유발전 45.4%로 각각 올랐다. 석유발전량은 197% 증가했고, LNG발전량은 29.8%, 석탄발전량은 16.5% 증가했다.

물론 화석연료 발전에 의존하면서 발생하 는 문제들도 있다. 첫째, 당장 눈에 보이는 발전 단가가 원전보다 비싸다. 그러나 원전은 숨겨진 비용이 많은 발전 방식이어서 반드시 그런지는 따져봐야 한다. 후쿠시마 이후 일본 정부가 운영한 ‘발전단가 검증위원회’의 검증 결과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원자 력발전 단가는 ㎾h당 8.9엔 이상으로 석탄 화력(9.5엔) 및 LNG화력(10.7엔)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어쨌든 발전에 사용하는 화석연료의 양이 늘어나면 연료비가 증가해 전기요금 인상 압 력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기 소비를 줄이면 개별 기업이나 가정의 전기요 금 부담이 반드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단순하게 생각해서 전기요금이 10% 올라도 전기 소비를 10% 줄이면 전기요금 부담은 비슷한 것이다.

둘째, 화력발전이 증가하면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하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원전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우 라늄을 채굴하고 핵연료로 제조·가공하는 과정에서 다량의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원전에서 냉각수로 사용한 후 바다로 배출하는 온배수는 바다의 온도를 상승시켜 온실 가스 배출의 원인이 된다. 그리고 화석연료 중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LNG발전을 많이 하면,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화석연료 발전은 태양 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늘릴 때까지 사용 하는 과도기적인 조치라는 것이다.

가동 중단된 원전 늘어난 6월에…

대한민국의 상황도 후쿠시마 사고 이전의 일본과 유사하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강력한 수요관리를 하고 화력발전 가동률을 높이면 당장 원전을 멈춰도 나라가 망하지는 않는다. 최근의 상황은 이를 뒷받침한다.

물론 당장 원전을 전부 멈추면 여러 부작 용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차츰 줄여나가자는 것이다. 조금만 노력하면 10년, 20년 내로 탈원전(탈핵)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이 정도면 매우 합리적인 주장이 아닌가?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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