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액셀러레이터를 힘껏 밟아도 앞바퀴는 헛돌고 진흙 구덩이 속으로 깊이 빠질 뿐이다. 같이 탔던 선배언니가 뒤에서 밀어보지만 차 엉덩이만 칠흑 같은 밤하늘을 향해 높아만 간다. 후진도 안 되고 대책이 안 선다.
논둑 옆의 저수지에서는 ‘콸콸’거리며 빠른 물살로 긴장감을 더해주고 진흙 한가운데 들어서고 보니 식은땀은 물론 가슴까지 쿵쾅거린다. 차가 빠져나간다 한들 길이 나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진퇴양난이다.
오랜 만에 만난 선배와 수다에 빠져 고창쪽으로 차선을 잡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돌아오는 길에 공사 중인 도로에서 영광~고창 경계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1시간이 넘도록 헤매고 있다. 같은 길에 두 번째 들어서고 나서야 우리는 심각성을 깨닫고 지나는 차라도 세워 길을 물어볼 참이었다. 마침 동네가게 앞에서 술 마시고 있던 아저씨에게 반가운 마음에 길을 물으니, “지금 아줌마들 여그 두 바퀴째 뱅뱅 돌고 있당께. 이짝으로 쭉 가다보면 공사하는 길이 나오요. 거그서 좌회전해서 가씨요”라며 포장 안 된 도로쪽으로 가라고 설명을 덧붙인다.

포클레인이 서 있는 곳에서 비포장도로쪽으로 가라는 말에 장맛비로 진창이 된 논둑길로 겁 없이 들어섰다. 중간쯤 오니 길도 울퉁불퉁하고 쑥쑥 빠지는 기분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가보자는 심보로 앞으로 향하는데 딱 중간쯤에서 진흙만 바람에 날리며 더 이상 차가 움직이지 않는다.
소심하고 겁 많은 나는 차라리 빨리 ‘SOS’를 치기로 하고 후배집에 전화를 한다.
우리가 있는 곳을 설명하려고 사방을 둘러봐도 고창과 영광의 경계선에 있는 논둑이라는 것밖에는 짐작이 안 간다.
“영광~고창 경계선쯤이고 도로에는 포클레인이 서 있다. 빨리 구해주라”는 내 설명이 성에 안 차는지 후배는 “도대체 워디여?”라며 “아무튼 가볼 테니 기다려”라고 한다.
기름도 달랑달랑한지라 에어컨은 염두도 못 내고 창문 열고 모기 뜯기며, 구원병 기다리는 와중에도 수다는 멈추지 않는다.
30분쯤 지났을까? “근처까지는 온 것 같은데 어디냐”며 전화가 온다. 깜빡이를 켜대도 도로쪽에서는 안 보인단다. 여기서는 훤히 잘만 보이구만...
도로입구 근방에서 한참을 헤매다 간신히 찾아들어선 후배는 “야밤에 뭣 하러 여기까지 왔냐”며 핀잔한다. “영광 끝에서 다시 되짚어가는데 계속 같은 길만 뱅뱅 돌아,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는 내 변명에 “귀신에 씌였구먼”하며 어이없어 한다.
그 틈에 후배 남편이 트럭에 있는 호미를 걸어 밧줄과 연결해 쑥 잡아당기자 차가 일없이 빠진다. 들어온 길만큼 진흙길을 후진으로 빠져나가니 긴장했던 왼쪽 발목이 시큰하다. 논둑 진흙에 갖힌 지 1시간 만의 구출이다.
바로 옆에 버젓이 난 길을 두고 진흙을 찾아 ‘난리부르스’를 춘 것을 생각하니 후배 말짝시나 귀신에 홀렸었나보다. 잠 잔뜩 끼인 눈을 비비며 달려와준 후배 부부는 씽하니 가버리고 오지체험에서 놓여나온 우리는 한여름밤의 추억이었다고 서로를 위로한다.
야심한 밤, 논둑 한가운데서 모기에게 수혈해가며 떨었던 선배와의 수다도 오래토록 잊혀지지 않을 듯싶다.
이태옥 | 영광 여성의 전화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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