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옥/ 영광 여성의 전화 사무국장
겨우내 대마면 농민회원들이 갈고닦은 풍물 솜씨를 전국에서 모인 농민들에게 선보인다. 꽹과리, 장구 따로 놀던 이채·삼채 가락이 몇 발짝 더 떼면서 제법 흥에 붙는다.
저만치 국회 앞엔 FTA 저지를 위해 일주일 만에 또다시 여의도 땅을 밟은 농민들이 저마다의 깃발 아래에서 머리띠 동여맨다. 자전거, 인라인스케이트 타는 젊은이들 사이로 아스팔트에 앉아 천대받는 흰 쌀밥 덩어리를 서둘러 목구멍으로 밀어넣고 있는 농민들이 점점이 박혀 있다.
길목마다 늘어선 경찰들이 어색하게 나눠준 유인물에는 ‘폭력 시위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경찰에게 유인물을 받고 보니 기분 참 묘하다. 폭력 진압이 없으면 폭력 시위도 없을 텐데.

집회가 시작되고 속속 국회 상황이 전달된다. 지난 2월9일 집회 때 경찰이 던진 돌에 안경이 깨져 실명 위기에 있는 농민을 돕기 위한 모금함에 너도나도 주머니 털어 보탠다. 찬 아스팔트에 농민들 앉혀놓은 채 결국 국회는 FTA를 통과시키고, 또다시 농민들은 철벽같이 늘어선 경찰병력과 물대포에 맨몸으로 맞선다. 16대 국회의 방망이질에 한국 농업이 죽임을 당하던 2월16일 여의도 하늘에 띄워진 헬리콥터가 농민들 머리 위를 맴돌며 위협한다.
“폭력 경찰은 들어라. 여기 계신 분들은 너희들의 어머니이고 아버지이시다. 돌 던지지 마. 물대포 쏘지 마.” 우렁찬 여성 농민들의 목소리가 날아드는 돌멩이와 물대포 사이를 가른다. 경찰이 던진 돌멩이에 맞은 농민과 학생들은 연망 입에 피를 물거나 피묻은 수건으로 머리를 감싸쥐고 무대 뒤편 앰뷸런스로 급히 호송된다.
쌀포대 자루를 뒤집어쓴 여성 농민들이 물에 흠뻑 젖어 힘없이 돌아나오는 틈에 안동에서 사과농사 짓는 민희 언니 모습도 보인다. 멀리 눈인사만 할밖에…. 갑자기 무대 뒤편의 전경들이 농민들의 퇴로마저 막고 압박해온다. 겨우 몸을 빼낸 뒤 본대로 합류해보니 악명 높은 1001부대 전경들을 쏟아놓았단다. 매캐한 냄새가 최루탄 냄새지 싶다.
1년여의 FTA 투쟁을 정리하는 집회는 농민들의 비통한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2004년 2월16일을 기억합시다. 오늘 한국 농업을 죽인 썩어 문드러진 16대 국회를 기억합시다. 농업을 지키는 일이 나라의 자주를 지키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임을 모르는 놈들에게 4·13 총선에서 사망선고를 내립시다. 그리고 이제 우리들의 땅으로 내려가 농민들과 함께합시다. 그럴 수 있죠?” 우렁찬 전여농 회장 금순언니와 농민 지도자들의 목소리에 다소나마 집회 내내 먹먹했던 가슴을 풀어내고 다시 영광으로 향하는 대절 버스에 몸을 싣는다.
피곤함에 밀려 눈을 감아봐도 부둥켜안고 울어대던 여성 농민들의 모습이 자꾸만 밟힐 뿐이다.
소주 한병을 홀딱 비워내도 쉬이 잠들지 못한다.
경찰의 진압에 밀려 불태우지 못한 허수아비에 새겨진 이름들만 곱씹힌다.
열우당의 임종석, 김근태........................................................... 이건 배, 배, 배, 배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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