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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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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와 어깨춤, 가장 큰 무기는 ‘관객과의 호흡’

자라 라슨과 세븐틴 디노가 보여준 새로운 무대의 가능성
등록 2026-09-03 22:28수정 2026-09-09 11:39
2026년 8월23일 벨기에 하셀트에서 열린 '푸켈팝 페스티벌'에 참여한 관객들이 자라 라슨의 '돌고래 동작'을 따라하는 모습. 인스타그램 계정 ‘pukkelpop' 갈무리

2026년 8월23일 벨기에 하셀트에서 열린 '푸켈팝 페스티벌'에 참여한 관객들이 자라 라슨의 '돌고래 동작'을 따라하는 모습. 인스타그램 계정 ‘pukkelpop' 갈무리


“관객과 호흡한다”는 말은 이제 거의 모든 콘서트 후기와 보도자료에 등장하는 상투어가 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진짜 호흡은 기획되지 않은 자리에서만 증명된다. 명백히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스웨덴 팝스타 ‘자라 라슨’(사라 라르손)처럼 말이다.

라슨의 2017년 발표곡 ‘심포니’(Symphony)는 2024년 소셜미디어 틱톡의 한 사용자가 우울한 캡션을 붙인 돌고래 밈과 결합하며 뜻밖의 부활을 맞았다. 이 여파로 7년 전 발표된 곡이 갑자기 미국 내 틱톡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곡을 매주 집계하는 ‘틱톡 빌보드 톱 50’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발표한 정규앨범 타이틀곡 ‘미드나잇 선’(Midnight Sun) 무대에서는 댄서들이 라슨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려 돌고래 형상을 만드는 안무를 넣었다. 라슨 자신을 스타로 만든 밈을 오마주한 것이다. 이 판단이 영리했던 건 밈을 자신의 것인 척 재포장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2026년 8월23일 벨기에 푸켈팝 페스티벌에서 라슨의 무대가 시작되자 관객이 자발적으로 돌고래떼를 재현하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두세 사람의 손에 의지해 공중으로 들어 올려진 사람들이 순간적으로 돌고래 포즈를 취하는 걸 보던 라슨은 웃음을 참지 못했고, 더 많은 돌고래를 보고 싶다고 외쳤다. 팬과 아티스트의 생생한 호흡을 담은 이 쇼츠 영상의 조회수는 1312만 회에 달한다.

비슷한 시기 케이(K)팝 신에서도 전례 없는 팬과 아티스트의 교류가 있었다. 8월21일부터 사흘간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단독 콘서트 ‘길보드쇼’(吉BOARD SHOW)에서 노래 ‘미쳐 미쳐’가 나오자 세븐틴의 디노는 무대에서 벗어나 관객석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근처 팬들과 나란히 서서 같은 동작을 함께 췄다. 이 장면에서 눈에 띄는 건 관객의 반응이었다. 최애가 바로 옆에 있다면 대개의 팬이 가장 먼저 취하는 행동은 손을 뻗어 만지려 하거나 스마트폰을 들어 촬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많은 팬이 디노와 같은 동작으로 같이 춤추는 쪽을 택했다. 근접 촬영이나 접촉이 줄 수 있는 만족감보다 같은 리듬 안에서 함께 몸을 움직이는 몰입 자체가 더 큰 가치로 작동한 셈이다.

그룹 '세븐틴'의 맴버 디노.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세븐틴'의 맴버 디노.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이 순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븐틴 멤버가 왜 ‘미쳐 미쳐'라는 제목의 노래를 발표했는가부터 살펴봐야 한다. 디노가 부캐 ‘피철인’(‘피처링’에서 장난삼아 따온 이름)으로 8월3일 발표한 이 곡은 공개 직후 팬들이 반짝이 재킷과 색색의 운동복으로 ‘피철인 룩’을 갖춰 입고 자체적으로 챌린지 영상을 만들어 퍼뜨리며 확산됐다. 디노는 첫 미니앨범 ‘길보드’(吉BOARD)를 1990년대 길보드 차트 감성을 피철인 특유의 흥으로 재해석한 작업이라고 소개하면서도, 동시에 이 부캐가 너무 커진 나머지 정작 ‘디노’라는 본명이 잊히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팬들의 목소리를 한 인터뷰에서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자신은 피철인이 아니라 디노로서 오래 기억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면서도, 피철인이라는 캐릭터 자체를 부정하기보다는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장르이자 무기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그리고 다시 공연장에서 선보인 ‘미쳐 미쳐’는 케이팝의 화려한 퍼포먼스나 절도 있는 군무보다는 어깨춤에 가까운 리듬을 가지고 있었기에, 오히려 ‘짜지 않은 각본’을 가능하게 했다. 관객과의 호흡 속에서 디노는 또 하나의 무기를 손에 쥐게 되었다.

 

서해인 콘텐츠로그 발행인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은 케이팝을 듣습니다. 케이팝이 만들어낼 ‘더 나은 세계’를 제안합니다. 3주마다 연재.

 

그룹 '세븐틴'의 맴버 디노.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세븐틴'의 맴버 디노.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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