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튜브 채널 ‘워크맨’에 2025년 7월10일 올라온 ‘워크돌’ 영상 소개 화면. ‘워크맨’ 갈무리
구독자 417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워크맨’의 인기 코너 ‘워크돌’이 ‘아이들’의 슈화, ‘엔믹스’의 해원을 거쳐, ‘빌리’의 츠키에게 엠시(MC) 바통을 넘겨줬다. ‘케이팝 아이돌의 알바 도전기’를 그리는 이 코너에서 츠키는 소방서부터 경찰서까지, 요식업계부터 뷰티업계까지 종횡무진으로 어떤 일이든 해내는 일일 알바생이 된다. 하루 평균 대여섯 시간을 일하고, 일당을 정산받은 뒤에는 지폐뿐 아니라 동전까지 알뜰히 계수하고, 오늘의 업무 난이도를 별점으로 평가하고 나면 얼굴에 뿌듯함이 차오른다.
“‘츠키라는 애가 있었지’ 이렇게만이라도 (사람들의) 생각에 남았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으로 그냥 일하고 있어요.” 꽃게잡이 알바를 위해 어선에 오른 어느 날, 일일 사수이던 선장이 워크돌 합류가 후회된 적은 없었느냐고 묻자 그가 지체 없이 답한다. 그런데 츠키는 사실 아이돌이 되는 건 자기 꿈이 아니었다며 대화 주제를 틀어버린다. “이거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알바를 안 하고 자란 사람들은 진짜 사회성이 부족해.”
알바 경력과 사회성의 상관관계를 논하는 게 지나친 일반화처럼 보일 수 있다. 한 사람의 사회성이란 다양한 요인과 얽히면서 빚어지므로, 반드시 일 경험으로만 얘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워크돌 제작진은 ‘기습 소신 발언’ ‘따끔한 한마디’ 같은 자막을 배치하면서도 정작 이어지는 츠키의 목소리를 묵음 처리하길 택했다. 이는 최소한 출연진을 보호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확한 맥락을 알 수 없음에도 많은 누리꾼이 츠키의 말에 지지를 보냈다. 그처럼 건강한 정신을 가지고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표현하는 아이돌에게 더욱 호감을 느낀다고도 말했다.
일 경험을 자기 언어로 이야기하는 ‘생존형 아이돌’에게는 서사가 쌓인다. 2023년 보이그룹에 두 번째 기회를 주기 위해 열린 제이티비시(JTBC) 경연대회 ‘피크타임’에서 우승한 ‘배너’는 코로나19 여파로 팀이 해체 위기에 놓이자 멤버 전원이 알바를 했다는 사정을 토로했다. 비슷한 취지로 방영된 엠비엔(MBN) 예능프로 ‘미쓰백’에서 걸그룹 디아크 출신의 유진은 연예계 데뷔 6년차가 될 때까지도 배달앱 라이더, 피시방 등의 부업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예인이 아닌) 친구들은 이미 취직해 월급을 받는 상황인데 저는 계속 부모님의 도움을 받는 게 속상해요. 음악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음악을 하지 않는 나머지 시간에 알바를 합니다.” 이처럼 디아크 유진과 배너의 멤버들은 모두 좋아하는 음악을 지속하기 위해 움직였다.
엔터테인먼트업계가 아닌 다른 분야의 일 경험은 아이돌에게 ‘아이돌이 아닌 개인’으로서의 삶을 시뮬레이션해보게도 한다. 워크돌의 특별 엠시이던 우주소녀 다영은 굴착기 일일 기사로 1200평 농장에서 밭을 갈고서, 일당 30만원(장비 없는 신입 기준, 총 5시간)을 지급받은 뒤 이렇게 말했다. “아이돌 노후 준비를 하기 딱 좋지 않나.” 단 하루의 직업 체험이라 하더라도 건설계 조종사 면허증을 발급받아야 했고, 이를 위해 촬영 전에 12시간을 투자한 그의 얼굴에서는 빛이 났다.
음악방송에서 무대를 마친 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엔딩 요정’ 포즈를 짓는 아이돌과, 무대가 아닌 곳에서 자기 힘으로 무언가를 일궈나가는 아이돌. 둘 중 무엇이 더 숭고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때로, 우리는 그들을 통해 복합적인 노동의 세계를 만나고 거기에 우리 일을 포개어볼 뿐이다.
서해인 콘텐츠로그 발행인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은 케이팝을 듣습니다. 케이팝이 만들어낼 ‘더 나은 세계’를 제안합니다. 3주마다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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