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방송(KBS) 예능프로 ‘옥탑방의 문제아들’ 속 한 장면. KBS 유튜브 화면 갈무리.
“그냥 ‘형, 왜 다시 돼지가 됐어요?’라고 물어봐.”
2025년 7월3일 방영된 한국방송(KBS) 예능프로 ‘옥탑방의 문제아들’의 진행자 송은이가 질문하기 전 말을 고르고 있는 공동 진행자 주우재에게 이렇게 말한다. 주우재는 무례한 질문을 하지 않으려는 눈치지만, 물은 이미 엎질러졌다. 그날의 게스트는 슈퍼주니어 신동. 이제부터는 그가 체중 감량에 성공했음에도 원래 몸무게로 되돌아간 게 자발적 선택이었는지에 관한 입장을 밝힐 차례다.
2020년 헬스케어 기업 ‘쥬비스다이어트’는 신동을 광고 모델로 발탁했다. 5개월 만에 37㎏을 감량하고 허리둘레는 9인치가 줄어든 신동의 비포 앤 애프터를 비교하는 영상 조회 수는 200만 회에 이른다. “이게 가능한 거였네, 역시 쥬비스는 달라!” 영상 속 신동의 입을 빌려 출력되는 건 꿈과 환상을 파는 광고주의 언어이지만, 동시에 그간 온갖 다이어트를 시도하며 실패와 좌절을 반복했던 신동의 생생한 증언이기도 하다.
신동은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 최근 비만치료제 주사를 처방받은 뒤 의사와 나눈 대화를 들려주는데 여기에는 얼마간의 자조가 섞여 있다. 비만 치료제 주사에는 식욕 저하 효과가 있는데 자신의 식욕은 이를 이겨낼 정도였다는 것. 그는 다시 익숙한 음식 앞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누구도 그의 인내심과 자제력 부족을 탓할 수는 없다. 영국의 저널리스트 요한 하리는 ‘매직필’에서 개인의 의지만으로 식품 환경을 거스르는 일의 어려움에 대해 말한다. 요한 하리는 이 책에서 신종 비만약을 일상에 들이면서 생겨난 신체적·정신적 변화를 들려주는데, 시간이 갈수록 몸이 가벼워지고 자신감이 올라오자 이게 바로 자신이 원했던 삶임을 깨닫는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에게, 특히 과체중을 고민하는 조카에게는 이 약을 권하고 싶지 않다는 제 안의 모순된 마음을 발견한다. 왜였을까?
‘정상 체중’은 한 사람을 이루는 체지방률과 근육량의 조합에 의한 결과이지만, 사실상 사회적으로 합의된 기준에 가깝다. 어느 시대든 비만한 사람들은 늘 있었다. ‘매직필’에서 이야기하듯, 중요한 건 우리가 ‘뚱뚱한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하도록 배워왔는가다. 우리는 뚱뚱한 사람들은 게으르고 의지가 약할 거라고, 같은 일을 맡기더라도 정상 체중인 사람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없을 거라고 지레짐작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질문도 던져보자. ‘뚱뚱한 아이돌’을 향한 대중의 시선은 신동이 속한 슈퍼주니어가 데뷔한 2005년 이래 지난 20년간 얼마나 달라졌는가. 물론, 남성 아이돌의 몸은 비교적 너그럽게 받아들여진다. 여성 아이돌은 더 가혹한 잣대에 놓이는데 그들은 순간적으로 접히거나 튀어나온 살집이 쇼츠 영상으로 무한 복제될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관리에 몰두한다.
문제는 여러 토크쇼와 인터뷰에서 아직도 신동을 향한 단골 질문 주제가 ‘다이어트’라는 점이다. 수상할 정도로 반복되는 그 질문을 듣는 사람에게는 낙인이 찍힌다. 살을 빼고, 찌우고, 다시 빼고, 도로 찌운 시간을 지나, 언제나 그의 앞에는 불완전하다고 여겨지는 몸만이 놓인다. 과거의 노력은 가상하지만 지금 턱선이 날렵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요요가 와버린 걸 보니 아이돌로서의 직업의식이 부족한 것 아닌가요? 다이어트, 식단, 요요… 이제 우리는 신동이 ‘자기 관리’ 말고 다른 ‘자기’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도록 새로운 질문을 발명해야 한다.
서해인 콘텐츠로그 발행인
*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은 케이팝을 듣습니다. 케이팝이 만들어낼 ‘더 나은 세계’를 제안합니다. 3주마다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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