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난쏘공)을 쓴 조세희 작가가 2022년 12월25일 저녁 7시께 세상을 떠났다. 향년 80.
1942년 경기도 가평에서 태어난 조 작가는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돛대 없는 장선’이 당선돼 1965년 등단했다. 등단한 뒤에도 10년 동안은 소설을 쓰지 않고 잡지사 기자 등으로 일했다. 연작소설인 <난쏘공>의 첫 작품은 1975년작 ‘칼날’이었다. 이어 ‘뫼비우스의 띠’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은강노동가족의 생계비’ 등 12편을 묶어 1978년 소설집 <난쏘공>을 냈다. 서울시 낙원구 행복동 무허가 주택에 사는 도시 빈민 난쟁이 가족과 주변 인물의 삶, 계급 갈등을 담은 소설이다.
조세희는 한때 좋은 작품을 못 쓸 거라 생각한 적이 있었다. 2000년판 <난쏘공> ‘작가의 말’에서 적었다. “나는 육십년대 후반 어느 해에 작가가 되는 것을 포기했던 사람이다. 나는 좋은 작품을 쓸 자신이 없었다.” 시대에 대적해 산다는 것에 두려움도 있었던 것 같다. “스무 살 나이에 내가 제일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는, 많은 사람이 ‘인류의 자산’으로 칠 훌륭한 작품을 남긴 또 다른 예술가는 그의 시대가 대주는 고통들과 싸우다 죽고 말았는데 그의 장례식에 모인 사람은 가족을 포함해 여섯 명밖에 안 되었다.”
시간의 파괴를 견딘 것은 독자 때문이었다. “인간의 기본권이 말살된 ‘칼’의 시간에 작은 ‘펜’으로 작은 노트에 글을 써나가며, 이 작품들이 하나하나 작은 덩어리에 불과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파괴를 견디고’ 따뜻한 사랑과 고통받는 피의 이야기로 살아 독자들에게 전달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나는 했었다.” 그가 좋아했던 예술가의 장례식과 달리, 조세희 작가의 장례에는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장례식장에 화환을 보냈고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 등에서도 추모 페이지를 열었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
*뉴스 큐레이터: <한겨레21> 기자들이 이주의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뉴스를 추천합니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물에 빠진 늙은 개를 건져주자 벌어진 일 [아침햇발]
국힘, 한덕수 탄핵안 ‘부결’ 당론…“151석 정족수 땐 표결 불참”
모습 드러낸 윤석열 변호인단, 배보윤·배진한·윤갑근 누구?
조갑제 “윤석열 세상 만만하게 봤다…박근혜 탄핵 사유의 만배”
한덕수 ‘탄핵 정족수’ 151석? 200석?…국회의장실 “이미 판단한 상태”
한덕수 탄핵안 통과돼도, 국힘 ‘물고 늘어지면’ 더 큰 혼란일듯
“백령도 통째 날아갈 뻔…권력 지키려 목숨을 수단처럼 쓰다니”
[속보] 윤석열 쪽 “오늘 대리인단 헌재 탄핵 변론준비기일 출석”
[단독] 정보사, 계엄 10여일 전 몽골 북 대사관 접촉 시도…‘북풍’ 연관됐나
최상목 “한덕수 탄핵은 내각 전체에 대한 탄핵”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