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혐오 메시지의 파급 효과는 컸다. 2016년 11월 대통령 당선 전후 시기인 2015년 7월에서 2018년 2월 사이, 트럼프가 무슬림을 언급한 트위트 수와 무슬림에 대한 혐오범죄 빈도를 그래프로 그려보면 유사한 형태로 나타났다. 이 상관관계는 미국에서 발생한 반무슬림 혐오범죄에 트럼프가 반응한 것일 수 있다. 반대로 트럼프의 반무슬림 트위트가 무슬림에 편견을 갖고 있던 이들을 자극해 혐오범죄를 자극했을 수도 있다.
과학자들은 이 두 설명 중 어느 것이 더 타당한지 카운티(행정구역 단위) 수준에서의 인종 구성, 가계소득, 공화당 투표율 등 다양한 잠재요인을 연구했다. 과학자들은 트럼프의 트위트가 소수가 품었던 기존 편견을 부추겼고 이로 인해 혐오범죄가 증가한 것으로 결론 냈다고 <혐오의 과학>(노태복 옮김, 반니 펴냄)의 지은이 매슈 윌리엄스는 전한다.
영국 웨일스 카디프대학 범죄학 교수인 저자는 온라인 혐오발언과 혐오범죄를 모니터링하고 퇴치하기 위한 ‘헤이트랩’(HateLab)을 이끌고 있다. 20년 동안 혐오범죄를 연구했다. 그는 젊은 시절 혐오범죄의 피해자였다. 애초 기자가 되려 했던 그는 혐오에서 기인한 집단폭행을 당한 직후 범죄학 연구자로 진로를 바꿨다. 과학을 통해 혐오하는 마음의 본질에 다가가기 위해서였다. ‘편견’이 ‘혐오’ 행동으로 넘어가는 ‘티핑포인트’(작은 변화가 축적돼 추가적인 작은 변화가 큰 변화를 초래하는 단계)에 천착했다. 이에 대해 윌리엄스는 케이크를 분해하는 일과 비슷하다고 한다. 크림과 장식을 얹어 구워낸 케이크를 가장 기본적인 구성성분으로 분해하는 일처럼, ‘이미 구워진’ 상태와 같은 인간 마음의 내부 작동을 밝혀내기란 몹시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그는 혐오 발생과 관련해 두뇌, 트라우마 경험, 트위터·페이스북 등 온라인 생태계, 집단 위협, 하위문화 등에 대해 케이크를 분해하듯 다각적으로 검토한다.
자신에게 혐오범죄를 저지른 이들의 동기를 알아내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는 윌리엄스는 기나긴 탐구 끝에 뜻밖에도 가해자들과 자신 사이에 공통점이 더 많은 것으로 파악했다. 가해자들이나 자신이나 기질적으로 낯선 이를 대할 때는 조잡한 범주로 구분하고, 자신들과 비슷한 사람을 더 좋아하는 신경학적·심리학적 속성을 공유하는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차이점은 성장환경이나 접한 정보 등일 것으로 보는데 “그다지 근본적이지 않다”고 한다. 인간에게 편견은 불가피할 수 있지만, 그것이 혐오로 전염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러면서 윌리엄스는 이런 전염을 막기 위한 조처로 가짜 경보 알아차리기, 우리와 다른 이들에 대한 섣부른 판단에 의문 던지기 등 7가지 처방을 제시한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신채윤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1만5천원
저자는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는 10대다. 병이 망칠 수 없는 일상을 책에 담았다. 자신이 외면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게 아닌 삶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중3 때 국어선생님에게 글을 잘 쓴다는 칭찬을 받은 뒤, 글쓰는 일이 아주 고통스럽고 뜨거운 환희가 됐다. 저자는 <한겨레21>에 ‘노랑클로버’ 에세이를 연재하고 있다.
발레리 한센, 이순호 옮김, 민음사 펴냄, 2만7천원
‘세계화’는 언제 시작됐을까. 교통과 통신이 발전한 20세기? ‘신대륙’을 발견한 15세기 후반? 미국 예일대 역사학 교수인 저자는 기원후 1000년이 그 시작이라고 말한다. 아메리카, 아프리카, 중국, 중동, 북유럽 바이킹 등의 탐험가들이 물물교환하며 육로와 해로를 개척해 진정한 세계화가 시작됐다고 한다.
데번 프라이스 지음, 이현 옮김, 웨일북 펴냄, 1만8천원
사회심리학자이자 작가인 저자는 탈진을 겪고 병에 걸릴 때까지 일했지만 그 질주를 어떻게 멈춰야 하는지 몰랐다. 그러다 독감 증상을 1년 가까이 앓았다. 이후 자신의 고군분투가 ‘게으름이라는 거짓’에서 비롯됐음을 깨달았다. 저자는 게으르다는 죄책감은 사회가 만든 허상이라며 이를 파헤친다.
최민영 지음, 생각의힘 펴냄, 1만7천원
‘혁신’은 이제 모두의 관심사다. 국외에서 먼저 주목받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테슬라’와 경쟁하는 엔지니어, 쪽방촌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간병·요양 플랫폼을 창업한 혁신가 등 17명의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이룬 성취와 도전을 기록했다. 독자로 하여금 지금 당장 사표 던지고 창업할 꿈을 꾸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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