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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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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정치는 없다

청소년을 몫과 권리를 지닌 시민으로 대우하라, <우리는 청소년-시민입니다>
등록 2022-03-03 16:21 수정 2022-03-04 04:04

2020년 국정감사 때 벌어진 일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한 국회의원이 기후위기에 따른 기업의 책임 문제를 다루는 자리에 시민단체 ‘청소년기후행동’의 윤현정 활동가를 참고인으로 부르려고 했다. 그러나 무산됐다. 몇몇 국회의원이 ‘청소년은 미성숙하고 선동당하기 쉽다’는 이유를 대며 반대해서다. 2021년 국정감사에서야 참고인으로 참석한 윤 활동가는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기후 영역에서도 청소년을 (보여주기식) 그림으로 쓰기에 좋은 대상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2019년 12월 선거권 연령 하향(만 19살→18살)이라는 오랜 숙원이 이뤄졌다. 그 결과 2020년 4월 국회의원선거 때 18살 청소년들이 처음 투표에 참여했다. 2021년 12월31일 피선거권이 만 25살에서 18살로 낮아졌고, 2022년 1월 정당 가입 연령도 만 18살에서 만 16살로 조정됐다. 청소년의 정치 참여 저변이 넓어졌지만, 청소년이 시민으로 대접받고 있는지 물었을 때 누구도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우리는 청소년-시민입니다>(휴머니스트 펴냄)는 우리 사회가 청소년을 ‘몫과 권리’를 지닌 시민으로 대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저 시간이 흘러 일정한 나이가 돼야 형식적으로 시민에 편입시킬 뿐, “대학 가서 알아도 늦지 않다” “중2병이라 그래”라며 청소년의 감정이나 의견을 외면하고 무시한다. 청소년을 위한 공약을 내건 정당이나 국회의원도 찾기 힘들다.

책은 “청소년은 지금 시민과 비시민을 나누는 경계 위에 위태롭게 서 있다”며 “청소년이 시민다운 시민으로 대접받게 하려면” 두 가지를 질문해야 한다고 짚는다. 청소년의 일상, 정치, 학교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청소년의 자각을 위해 어떤 만남이 필요한가. 인권교육센터 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에서 활동하는 인권운동가 5명(박지연·배경내·이묘량·이은선·최유경)이 그에 대한 답을 찾아나간다.

책이 보는 현실은 이렇다. “청소년이 정치적으로 ‘순수’해야 한다는 통념은 청소년 당사자들에게 정치를 ‘내 삶의 변화’를 위해 필요한 일이 아닌 ‘관심 가질 필요 없는 남의 일’로 받아들이게 만들고 있다.” 책은 ‘나를 지지하는 법을 만들어본 적 있나요’ ‘내 삶을 대변하는 정치를 본 적 있나요’ 등 11가지 질문을 던지며 청소년이 가지고 있는 시민으로서의 몫과 권리를 일깨운다. 그리고 사회가 청소년 시민을 맞이할 준비가 됐는지 묻는다. 책은 성인(成人)이라는 표현을 쓴다면 청소년이 미완성된 존재라는 의미에 동의하는 꼴이 된다며 18살 이상은 ‘비청소년’이라 표현한다. 그리고 법과 제도의 변화뿐 아니라 ‘동료 시민’으로 청소년의 곁에 서줄 더 많은 ‘비청소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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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인간종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개·고양이는 반려동물이라 부르고, 닭·돼지·소는 자원처럼 취급한다. 동물권 옹호자인 전직 기자는 인문 에세이를 통해 모든 살아 있는 존재에게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자고, 반종차별주의에 동참하자고 촉구한다.




혐오와 대화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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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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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은 열매나 꽃에 비해 연구가 깊이 이뤄지지 않았다. 25년간 전국을 돌며 나무를 기록해온 칼럼니스트 고규홍은 나뭇잎의 생명 활동에 주목한다. ‘생명의 창’인 나뭇잎이 에너지원을 만들지 않으면 나무의 생존은 물론이고, 식물에서 시작되는 생태계 먹이사슬도 깨지며, 대기의 빛깔마저 흔들린다.

한 세대 안에 기후위기 끝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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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를 해결하는 것은 인간에게는 제대로 준비가 안 된 부자연스러운 행위다. 우리의 정신이 그런 방향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기업가이자 환경운동가인 저자는 “지구를 구하는 것이 당신의 임무는 아니”라며 기후위기로 인한 우울증과 무기력감을 호소하는 이들에게 행동을 위한 지적 해결책, 정서적 토대를 마련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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