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의 팬데믹으로 우리는 많은 변화를 겪어야 했습니다. 변화하지 않으면 사람이 다치고 심지어는 세상을 떠나야 했으니까요. 죽음이 유행한다는 것은 아주 공포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일을 하고 가게 문을 열고 아이들을 돌보고 내일을 위해 밥 짓고 잠을 잤습니다. 두려움과 불안을 옆에 두고서요. 코로나19가 유행하는 동안 우리가 잃은 것이 있지 않나요, 그럼에도 잃을 수가 없어서 어떻게든 놓치지 않기 위해 애쓴 것도 있고요. 그런 당신의 삶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잃은 것, 그럼에도 잃을 수 없는 것. 돌이켜보면 안전하게 사는 것 자체가 이렇듯 사명이던 때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사명을 위해 애쓴 당신의 이야기를 기다리겠습니다. 마스크 뒤로, 거리두기 사이로 흘러갔던 각자의 2년이 손에서 손으로 전해져 글로 기록되는 손바닥문학상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김금희 소설가
상처 입은 세계가 보내는 경고요즘 아침엔 리처드 세넷의 <살과 돌>을, 저녁엔 리처드 파워스의 <오버스토리>를 읽고 있다. <살과 돌>처럼 기원전 430년경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책들은 늘 흥미롭다. 우리의 오늘을 탄생시킨 기원전이라는 ‘어제’는 희망으로 가득 차 있고, 민주정과 도시의 기반을 다지는 생산성을 펼쳐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에도 수만 그루씩 베이는 나무들의 비명을 담은 <오버스토리>를 한밤에 읽노라면 내일은 반드시 어제보다 나아야 한다는 비장한 꿈을 꾸게 된다. 거기엔 도덕주의가 다소 스며들 수밖에 없는데, 지금까지의 역사가 인간의 과오를 너무 관대하게 봐줬기 때문이다. 과거는 미래에 항상 더 명확해진다. 즉, 우리가 맞을 미래를 불러내는 문학은 과거에 제대로 조명을 비추며 상상력을 발휘할 것이다. 어제보다 낫지 않으면 흠 많은 지구와 이 사회는 버틸 수 없으니 글쓰기가 여태 보지 못한 세상을 새롭게 인식하도록 촉구하는 매체가 됐으면 한다. 살아 있는 숲이 우리에게 거는 말을 작가들이 하나의 모토로 삼아도 좋겠다. “네 마음이 조금만 더 푸르렀어도 우리가 너를 의미로 가득 채울 수 있었을 텐데.” 상처 입은 사람들과 자연, 세계가 보내는 경고에 귀 기울일 수 있도록 우리가 여태 보지 못했던 글들을 내보여주길 기대해본다.
이은혜 출판사 글항아리 편집장·<읽는 직업>
한 사람의 일상은 그만의 언어가 되어 몸에 깊게 새겨지지만 그것을 발견하고 옮겨 적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우리가 어제와 오늘을 기억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손바닥만 한 지면이라고 해도 스스로를 기록하는 일은 중요합니다. 그래야 타인을 이해하고 그를 바탕으로 세계를 변화시키려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나보다 연약한 타인의 처지에서 사유해야 하고, 그래서 그를 위해 이 세계를 변화시켜나가야 합니다. 기억하지 않는 ‘나쁜 사람’은 자신의 어제를 추억하고 미화합니다. 타인을 변화의 대상으로만 두고 세계의 부조리함을 이해하려 합니다.
우리는 한 손에 든 펜으로 다른 한 손바닥에 기억해야 할 일상을 기록해나가야만 합니다. 그런 진실한 기록들이 우리의 오늘을 어제와는 다른 세계로 변화시키고 혹은 잘 지켜나갈 수 있게 합니다. 타인에 대한 다정한 이해를 바탕으로, 당신이 변화시키려는 냉정한 한 세계를 담아내주시기를 기대합니다.
김민섭 작가·<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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