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9월7일 경기 연천 호로고루에 해바라기가 푸른 하늘 아래 피어있다. 김혜윤 한겨레 기자 unique@hani.co.kr
오늘의 날씨가 탄생하는 곁으로 가서 쓰세요. 등장생물의 곁, 등장시간의 곁, 등장공간의 곁. 곁에서 오래 머물 때 비로소 생물과 생물, 때와 때, 곳과 곳의 사이가 보이는 법입니다. 그 사이가 만들어지고 선명하게 벌어졌다가 흐릿하게 사라지는 과정이 담긴 글이라면 정확하면서도 아름다울 겁니다.
날씨를 느끼려면 마음은 물론이고 몸도 기꺼이 움직여야겠지요. 오감을 살리기 위해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세요. 길눈을 맞으며 언 강을 건널 수도 있고, 모래사장에 드러누워 여름 한낮의 해를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힘들고 어색하고 불편하겠지만 그것을 견뎌 문장으로 완성한다면, 몸도 맘도 한결 단단하고 다정하게 바뀌며, 글도 그러할 겁니다.
김탁환 소설가

2023년 7월1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장대비가 내리고 있다.김경호 한겨레 선임기자 jijae@hani.co.kr
나는 모든 날씨를 좋아한다. 춥고 더운 날, 비 오고 맑은 날, 음산한 날까지. 날씨는 기분과 감정을 건드리는데, 스무 살쯤 바람이 뼛속까지 스미던 날 길을 걸은 것은 청춘의 기억 중 가장 강렬하다. 축축한 날씨는 늘 쓸쓸하게 해 독서의 효율성을 최고로 끌어올린다. 문제는 내가 책 읽기 좋아하는 날씨는 많은 사람의 일을 망치거나 생명을 위협해 늘 입조심, 마음조심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7월 청주 오송 참사 직전 며칠 계속 비가 왔고, 착 가라앉은 세상은 집중력을 올려줘 속으로 난 날씨에 열광하고 있었다. 하지만 곧이어 오송 지하차도 속 14명이 죽는 사회적 참사가 일어났다.
올 9월 미국 뉴욕을 여행했다. 그 기간의 절반은 비가 왔다. 비 오는 거리에서 물 튀기며 걷는 것을 즐겼는데, 돌아와서 뉴욕이 침수됐다는 뉴스를 들었다. 게다가 그때 난 1차 세계대전 관련 책을 읽던 중이었고, 끊임없는 비로 진창에 빠져 참호전을 치르는 병사들의 증언을 접하면서 아무래도 어떤 날씨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건 이제 경박한 일이 되어 발설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이전에 날씨는 우리가 여행과 산책을 즐기도록 밖으로 끌어냈지만, 요즘은 어쩐지 점점 더 인간 행동의 바로미터가 되거나 윤리적 사안이 돼버렸다.
좋은 날씨와 그로 인한 적절한 삶을 전적으로 신과 과학에 기댈 수 없다면, 인간은 상상력을 동원해 태도와 입장을 바꿈으로써 뭐든 새롭고 긍정적인 세계를 스스로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일을 문학과 논픽션이 해낼 수 있을까? 마치 문학이 세상을 바꿀 것처럼 위기의 시대에 많은 작가와 독자는 문학에 의지해왔지만, 곧 실패 사례가 쏟아지곤 했다. 문학이 당장의 날씨를 변화시킬 순 없겠지만, 변화의 단초 하나쯤은 마련해줄 거라 기대한다. 폭우가 점점 흔해지는 시기에 안으로 침잠해 책으로 눈을 돌리는 사람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은혜 글항아리 편집장
*김진해(경희대 교수) 심사위원의 ‘이런 글을 바란다’ 글은 ‘무적의 글쓰기’ 칼럼 다음 연재(제1488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
김탁환 소설가·<사랑과 혁명> <거짓말이다> <불멸의 이순신> 등
김진해 경희대 교수·<말끝이 당신이다> 등, <한겨레21> 칼럼 ‘무적의 글쓰기’ 필자
이은혜 글항아리 편집장·<읽는 직업>
대상 논픽션·픽션 불문 ‘오늘의 날씨’를 주제로 한 문학글
분량 200자 원고지 50~70장 (원고 분량을 지켜주세요. 감점 요인이 됩니다.)
응모 방법 아래아한글이나 MS워드 파일로 작성해 전자우편(palm@hani.co.kr)으로 접수
*전자우편 제목에 [제15회 손바닥문학상 공모] 쓰고 ‘작품명’ ‘응모자 이름’ 포함, 전자우편 본문에 응모자 연락처 기재
마감 2023년 11월12일(일요일) 밤 12시
발표 12월11일 배포되는 <한겨레21> 제1492호(12월18일치)
상금 대상 300만원, 우수상 100만원(제세공과금 본인 부담)
*원고 응모와 문의는 전자우편으로만 받습니다.
*주제어 외에 작품 제목을 정해주세요.
*선정 이후 표절이나 중복 응모가 밝혀지면 수상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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