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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하라, 어떤 체형의 나든

여성 89명의 몸과 옷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 <몸과 옷>
등록 2021-08-21 12:06 수정 2021-08-24 06:26

살이 쪄서, 또는 너무 말라서, 충분히 ‘여성스럽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키가 작거나 너무 커서, 미성년자라서, 또는 나이가 많아서, 검은색 옷만 입어서, 매우 화려한 패턴을 좋아해서…. 여기, 제각기 다른 이유로 자신의 몸과 옷에 대해 오랜 고민을 해온 여성들이 있다.

<몸과 옷>(김지양 지음, 66100PRESS 펴냄)은 제목 그대로 여성 89명이 자신의 몸과 옷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은 기록이다. 플러스사이즈 모델이자 쇼핑몰 66100 대표인 김지양씨가 인터뷰어가 되어 2017년 봄부터 2020년 겨울까지 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을 찍었다. 동명의 잡지 <66100>을 펴내온 김씨는 처음엔 작은 프로젝트로 시작해 잡지로 발간할 계획이었지만, 진행하다보니 이들의 이야기를 좀더 유의미하게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인터뷰 대상을 확장해 단행본으로 내놨다고 한다. 4년여 동안 틈틈이 이뤄진 이 긴 프로젝트에는 흥미로운 지점이 몇 있다. 김씨가 처음 이 프로젝트의 인터뷰이를 모집할 때 특정한 성별 조건을 내걸지 않았는데도 남성 지원자는 한 명도 없었다. 만 14살부터 75살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이 지원했고, 이들은 체형도 취향도 모두 달랐다. 공통점도 있다. 대부분 다이어트 경험이 있었고, 섭식장애를 겪은 이도 적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외모와 몸에 대한 강박의 시작이 대부분 부모, 특히 엄마에게서 시작됐다는 점이다.

책 <몸과 옷>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포즈를 취했다. 66100PRESS 제공

책 <몸과 옷>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포즈를 취했다. 66100PRESS 제공

이들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옷을 골라 입을 때마다 “왜 이런 옷을 입냐” “왜 살을 빼지 않냐” “여자는 날씬해야 예쁘다” “우리 딸이 너무 뚱뚱해서…” 같은 말을 엄마로부터 들어야 했다고 털어놨다. 숨 쉬듯 자연스럽게 자신의 몸을 타인의 시선으로 재단하고, 혐오하고, 부정적으로 인식한 것도 대부분 이때부터다. 섭식장애가 시작된 이도 있다. “만 11살 때 반년 정도 캐나다에 유학을 갔었는데 (중략) 반년 만에 한 10㎏이 찐 거예요. 그래도 아직 정상 범주였어요. (중략) 반가운 마음으로 인천공항에 갔는데, 엄마가 아이컨택도 안 하시고 안아주시지도 않고 (중략) 그때 처음으로 구토라든가 식사 거부 같은 섭식장애 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송주희) 하지만 89명의 여성들은 여기서 머물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내가 어떤 체형이든 취향껏 나를 표현하는 방법을 찾는다. 사회적 통념과 자신의 정체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 노력하고, ‘여성다움’ ‘학생다움’ 등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내 본래의 모습을 되찾고자 실천한다.

각자 자신만의 해답을 발견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나는 이대로 아름답다”고 말하고 또 누군가는 “아름다울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끝끝내 자신의 존재 그대로 빛나는 법을 알게 된 이들의 이야기다. 타인의 시선에 “너나 잘하세요”(황예지)란 시원한 일갈을 날리며.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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