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이 쪄서, 또는 너무 말라서, 충분히 ‘여성스럽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키가 작거나 너무 커서, 미성년자라서, 또는 나이가 많아서, 검은색 옷만 입어서, 매우 화려한 패턴을 좋아해서…. 여기, 제각기 다른 이유로 자신의 몸과 옷에 대해 오랜 고민을 해온 여성들이 있다.
<몸과 옷>(김지양 지음, 66100PRESS 펴냄)은 제목 그대로 여성 89명이 자신의 몸과 옷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은 기록이다. 플러스사이즈 모델이자 쇼핑몰 66100 대표인 김지양씨가 인터뷰어가 되어 2017년 봄부터 2020년 겨울까지 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을 찍었다. 동명의 잡지 <66100>을 펴내온 김씨는 처음엔 작은 프로젝트로 시작해 잡지로 발간할 계획이었지만, 진행하다보니 이들의 이야기를 좀더 유의미하게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인터뷰 대상을 확장해 단행본으로 내놨다고 한다. 4년여 동안 틈틈이 이뤄진 이 긴 프로젝트에는 흥미로운 지점이 몇 있다. 김씨가 처음 이 프로젝트의 인터뷰이를 모집할 때 특정한 성별 조건을 내걸지 않았는데도 남성 지원자는 한 명도 없었다. 만 14살부터 75살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이 지원했고, 이들은 체형도 취향도 모두 달랐다. 공통점도 있다. 대부분 다이어트 경험이 있었고, 섭식장애를 겪은 이도 적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외모와 몸에 대한 강박의 시작이 대부분 부모, 특히 엄마에게서 시작됐다는 점이다.
이들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옷을 골라 입을 때마다 “왜 이런 옷을 입냐” “왜 살을 빼지 않냐” “여자는 날씬해야 예쁘다” “우리 딸이 너무 뚱뚱해서…” 같은 말을 엄마로부터 들어야 했다고 털어놨다. 숨 쉬듯 자연스럽게 자신의 몸을 타인의 시선으로 재단하고, 혐오하고, 부정적으로 인식한 것도 대부분 이때부터다. 섭식장애가 시작된 이도 있다. “만 11살 때 반년 정도 캐나다에 유학을 갔었는데 (중략) 반년 만에 한 10㎏이 찐 거예요. 그래도 아직 정상 범주였어요. (중략) 반가운 마음으로 인천공항에 갔는데, 엄마가 아이컨택도 안 하시고 안아주시지도 않고 (중략) 그때 처음으로 구토라든가 식사 거부 같은 섭식장애 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송주희) 하지만 89명의 여성들은 여기서 머물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내가 어떤 체형이든 취향껏 나를 표현하는 방법을 찾는다. 사회적 통념과 자신의 정체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 노력하고, ‘여성다움’ ‘학생다움’ 등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내 본래의 모습을 되찾고자 실천한다.
각자 자신만의 해답을 발견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나는 이대로 아름답다”고 말하고 또 누군가는 “아름다울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끝끝내 자신의 존재 그대로 빛나는 법을 알게 된 이들의 이야기다. 타인의 시선에 “너나 잘하세요”(황예지)란 시원한 일갈을 날리며.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이재호 지음, 이데아 펴냄, 1만8천원
사회적 재난 취재를 계기로 대학원에서 ‘건강 불평등’을 공부한 현직 기자가 ‘코로나와 마주한 한국 사회의 민낯’에 주목했다. 언택트 노동, 이주민, 여성과 성소수자, 정신장애인, 감염환자 등 사회적 약자들에 귀 기울이고 공감하며, 의료계와 종교계 등 전문가 집단 일부의 이기심을 질타한다.
최열 지음, 돌베개 펴냄, 5만5천원
저자는 추사의 출생지를 서울 명동(한양 남부 낙동)이라고 확정한다. 외할아버지 사촌의 일기를 통해서다. 일본인 학자 후지쓰카 지카시의 ‘예산 출생’설을 반박한 것. 스승과 제자, <세한도> 작성 시기, <불이선란도> 등의 논란도 문헌을 통해 고증한다. 추사의 이지적이면서 예술적이었던 면모를 삶의 행로와 더불어 철저하게 분석했다.
문영심 지음, 오월의봄 펴냄, 1만6500원
탈북민이 한국에서 제일 먼저 도착하는 국가정보원의 합동신문센터. 이곳은 ‘간첩 제조 공장’이라고도 불린다. 이곳에서 인권침해를 당하며 간첩 혐의를 받은 탈북민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탈북민이 어떻게 거래 대상이 되고, 이용되는지를 드러낸다.
이길상 지음, 푸른역사 펴냄, 2만원
커피나무의 고향은 에티오피아이지만 정작 커피의 탄생은 아직도 수수께끼다. 15세기 이슬람 커피 문화의 탄생부터 유럽을 거쳐 전세계로 전파되고 대중화하기까지, 1861년 한반도에서 첫 커피 향이 피어오른 때부터 한국이 세계 커피 수입 6위가 되기까지, 커피에 얽힌 흥미로운 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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