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 자료
세기가 바뀌어 철 지난 비유가 됐지만 지난 세기에는 인터넷을 ‘정보의 바다’라고 불렀다. 출판계 그리고 출판시장에서 인터넷서점도 비슷한 역할을 한다. 출간되는 거의 모든 도서를 팔고, 가능한 한 최대 다수의 출판사와 직접 거래하고, 그리하여 해당 출판사의 담당자들이 찾아오고, (예스24·교보문고·알라딘 기준) 서점마다 1천만 명 넘는 회원이 책을 보고 사는 공간으로 활용하니 책과 관련한 소식, 책을 둘러싼 풍경을 가장 빠르고 크고 다채롭게 만날 수 있는 곳이라 하겠다.
상황이 이러하니 모여드는 이야기를 정리하고 분류해 소리의 크기를 조절하고 방향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야기를 전하는 거의 모든 이는 자신의 목소리가 가장 크고 넓게 퍼지기를 바라니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출판사는 왜 자사의 책이 주목도 높은 자리에 배치되지 않았는지 묻는 일이 당연할 수 있겠지만(그렇다고 설명이 가능하다는 말은 아니다), 왜 다른 출판사의 그 책이 그 자리에 놓였는지 해명을 요구하면 유한한 인생과 근무시간 내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설명해야 할지, 무엇보다 결국 납득되지 않을 이야기를 언제까지 나눠야 할지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거래처 사이의 이야기 외에 공적 대화도 인터넷서점을 중심으로 확인되고 이해된다. 도서정가제나 사은품 혜택 기준 등 제도와 규정이 달라지면 인터넷서점 담당자에게 원칙과 적용을 묻는 출판사의 연락이 쏟아진다. 이를 판단하고 안내하는 역할은 출판 관련 기관이 맡고 출판사와 인터넷서점은 모두 이를 따르는 처지임에도, 앞서 말했듯 최대 다수의 출판사와 직접 거래하니 제도와 규정의 적용 사례가 많고 언제든지 적용과 위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이기 때문이겠다. 어려운 점은 기준의 모호함을 피해 위반인 듯 아닌 듯 선을 넘어서려는 경우인데, 사례가 없으니 서점과 담당자마다 의견이 다르기도 하다. 이때도 주관 부서나 기관에 확인하기보다 다른 서점의 의견을 바탕으로 진행하자는 요구가 이어지니, 원칙을 강조하다보면 일을 도모하지 말자는 뜻으로 전달돼 오해를 사기도 한다.
최근 갈등 양상이 커지는 이야기는 독자의 반응과 요청이다. 인터넷서점의 소통 기능을 활용해 본인이 동의하지 않는 방향의 책에 낮은 별점과 악평을 남기는 일이 있는데, 최근에는 페미니즘·젠더 분야의 도서라든지 특정 정치 집단/지향을 지지하는 도서에 집단행동으로 반응을 남겨 판매와 홍보에 영향을 끼치려는 시도가 늘어난다. 저자의 범죄행위나 도서의 혐오 내용을 이유로 정보 게시와 판매를 중지하라는 요청도 과거에 비해 적극적으로 전달된다. 최근 아마존이 성정체성을 정신질환으로 규정하는 책을 팔지 않겠다고 했는데, 한국의 인터넷서점도 책이 알려지는 자리뿐 아니라 책이 만들어가는 사회의 자리를 더욱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책임을 높여가야겠다.
인터넷서점이 한국 사회에 등장한 지 20년이 넘었고 출판시장의 절반을 맡고 있음에도, 기존 오프라인서점(사진)과 구분돼 서점 아닌 인터넷서점으로, 그곳에서 일하는 이는 서점원 아닌 엠디(MD)로 불린다. 구분이 나쁘고 통합이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책을 알리고 나누는 공간으로서 서점,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서점원은 하나로 합쳐져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규모와 이익의 크기뿐 아니라 그에 합당한 책임과 역할에 힘을 쏟는다면 가능한 일 아닐까. 모든 인터넷서점과 서점원의 건투를 빌며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새긴다.
박태근 인터넷서점 알라딘 도서팀장
*‘책의 일-인터넷서점’ 편을 마칩니다. 다음 편은 장르문학 편집자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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