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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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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가 ‘기후변화’를 해석하면

세계의 불균형 발전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 <대혼란의 시대>
등록 2021-04-25 21:23 수정 2021-04-30 19:23

20세기 이후 급속한 지구온난화와 이로 인한 위기는 지구 역사상 전례 없는 인위적 사태다. 지난 200년 새 화석연료 사용에 기반한 탄소경제가 현재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꼽힌다. 기후위기 관측과 그에 대응하는 노력도 산업화의 주축이던 서구 선진국이 주도하고 확산했다. 인도의 사회인류학자 아미타브 고시가 2016년에 낸 <대혼란의 시대>(김홍옥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는 지금껏 서구 중심으로 펼쳐진 기후변화 담론을 비서구적 시각으로 바라본 책이다. 더 정확히는, 세계의 불균형한 발전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이 투영됐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지은이가 기후변화의 실태와 대안을 설명하는 틀은 지구과학, 계량경제학, 친환경 기술 같은 익숙한 도구가 아니다. 책은 문학·역사·정치, 3부로 짜였다.

지은이는 현시대의 뜨거운 이슈인 지구온난화가 주류문학보다는 공상과학이나 사변소설이 다루는 ‘경이로운 이야기’ 정도로 치부되는 현실을 지적한다. 이른바 ‘근대성’이 문학과 과학을 별개의 영역으로 구별했으며, 이는 기후변화에 관한 한 문학적 상상력의 빈곤을 불렀다고 본다. 지은이는 ‘근대성’과 ‘과학’이 서구가 주도하고 세계화한 담론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이는 역사 되짚어보기로 이어진다.

인류세와 기후위기 서사의 중심에서 무시돼온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제국주의’다. ‘제국’이란 프리즘으로 기후위기를 보면 아시아의 독특한 위상이 선명해진다. 지난 200년 새 서구 제국의 침탈을 받았고, 인구가 많으며, 뒤늦게 고도성장을 한 지역이다. 중국과 인도가 대표적인데, 공교롭게도 두 나라는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인구 대비로 따지면 서구보다 가해 정도는 낮고 피해는 훨씬 크다. 미얀마(옛 버마)는 1885년 영국이 완전히 합병하기까지 석유가 솟아나는 땅이었으나 탄소경제와는 거리가 멀었다. “근대성이 잉태한 생활 유형은 세계 인구 가운데 오직 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있다. ‘공적 위기의 정치적 해결’을 ‘사적 문제의 도덕적 의무’로 치환하려는 시도에도 지은이는 경종을 울린다. 기후위기 대응을 ‘도덕적 의무’로 몰아가는 것은 ‘정치’라는 공공 영역과 별개로 실제 권력을 행사하는 거대 자본과 ‘딥스테이트’(정부 안에 깊숙이 자리잡은 그림자 통치세력))의 신자유주의 논리다. 그러나 “기후변화의 규모는 방대하므로 집단적 결정과 행동이 없는 개인의 선택은 거의 무용지물”이다. 지은이가 책의 마지막 문단에 담은 희망은 세계 시민을 향한 호소이자 인간에 대한 성찰로 읽힌다. “나는 그러한(기후변화에 올바르게 맞서는) 투쟁을 통해 이전 세대보다 더 밝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줄 아는 세대가 출현하리라고 믿고 싶다. 또한 그들이 지금 인류가 빠져 있는 ‘대혼란’을 뛰어넘으리라고, 다른 비인간 존재들과의 유대 관계를 재발견하게 되리라고, 이처럼 새롭고도 유구한 전망을 달라진 예술과 문학 속에 담아내리라고 믿고 싶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21이 찜한 새 책

파시스트 되는 법

미켈라 무르자 지음, 한재호 옮김, 사월의책 펴냄, 1만3천원

“(민주주의 제도는) 기껏 지도자를 선출해놓고서 과도한 절차주의와 관료주의를 통해 그를 통제하려 든다.” ‘파시스트’에 빙의한 저자가 민주주의가 쓸모없음을 강조하면서 파시스트의 세계로 유혹한다. 마지막에 ‘자가진단법’이 실려 있다. 민주주의와 파시즘이 얼마나 가까운지 실감된다.

인구 대역전

찰스 굿하트·마노주 프라단 지음, 백우진 옮김, 생각의힘 펴냄, 2만원

거시금융정책학자인 저자는 30년 이내에 인플레이션이 올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 이유는 선진국의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와 코로나19 대유행 등으로 인한 역세계화다. 급증하는 노동 인구가 견인해온 지난 40년간의 세계경제 성장이 주춤하게 된다.

네가 여기에 빛을 몰고 왔다

김혜영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1만4천원

2016년 드라자 제작 현장의 부당한 업무를 고발하며 세상을 떠난 이한빛 피디의 어머니가 아들을 기억하며 쓴 글이다. 처음 한빛 없이는 무엇도 할 수 없다는 절망적인 마음을 표현하던 저자는 점점 아들의 위치에 서보면서 미래를 보면서 약속을 한다. 

구멍가게 이야기

박혜진·심우장 지음, 책과함께 펴냄, 2만8천원

시골의 구멍가게는 우체국이자 은행이자 정류장이자 술집이다. 마을공동체의 이야기가 모이는 곳이다. 저자들은 3년간 비교적 변화가 느리고 마을공동체가 살아 있는 전라남도 지역의 구멍가게 100여 곳을 예고 없이 방문했다. 구멍가게의 변화, 인테리어 등을 살피면서 주인의 이야기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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