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하는 인간은 공감능력을 키울 수 있다. 이는 여러 심리학 연구로 입증된 명제다. 한 연구팀은 여성과 남성으로 나뉜 참가자에게 감정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영상을 보여주고 주인공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알아맞히게 했다. 예상과 다르지 않게 남성이 여성보다 감정을 잘 파악하지 못했다.
후속 연구에서 성별에 따른 공감의 격차는 낮아졌다. 감정을 정확히 이해하면 돈을 주겠다는 조건을 달아서다. 또 다른 연구에서 여성은 세심한 남성에게 매력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성애자 남성은 열과 성을 다해 여성과 공감하려 했다. 공감하는 인간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걸까.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공감과학을 연구해온 심리학자 자밀 자키는 심리학과 신경과학의 연구성과를 톺아보며 ‘우리는 더 친절한 세계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을 던진다.
<공감은 지능이다>(자밀 자키 지음, 심심 펴냄)는 심리학과 신경과학 논문을 동원해 인간이 공감능력을 키워가는 가능성을 탐구하는 책이다. 인간의 지능이 정해졌다고 보는 고정주의자는 한 사람의 설정값에 초점을 맞추고 그 사람이 얼마나 똑똑하냐 묻는다. 다만 인간의 가능성에 관심 갖는 유동주의자는 사람이 변화할 수 있는 범위에 초점을 맞춰 얼마나 똑똑해질 수 있냐 질문한다. 지은이는 “현대사회에는 친절함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아주 많은데, 우리는 고정주의를 채택해서 또 하나의 장애물을 추가했다”며 “지능, 성격, 공감이 어느 정도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우리는 유동주의자가 되어 공감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젖힐 수 있다”고 밝혔다.
고통을 겪은 인간은 때때로 공감하는 힘이 더 커지곤 한다. 심리학 연구를 보면 크나큰 고통을 감당해낸 사람은 타인에게 더 깊게 공감하는 경우가 발견된다. 물론 트라우마 생존자가 상처에서 더 잘 회복할 조건은 주변 사람들의 지지다. 상처가 아문 이들은 괴로워하는 사람을 치유하는 일에 발 벗고 나선다. 세월호 생존 학생 가운데 많은 이가 사회복지학과, 간호학과, 물리치료학과 등 누군가를 돕는 일을 배우는 학과에 진학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종류의 친절을 ‘고통에서 태어난 이타심’이라고 부른다. 다만 지은이는 공감의 긍정적인 면만을 보지 않는다. 의료·돌봄종사자가 지나치게 공감하다보면 번아웃을 겪어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코로나19로 인류가 고통을 겪지만 공감의 크기는 커지고 있다. 팬데믹 기간에 기부 행렬이 이어지자 지은이는 “코로나19는 전세계에 ‘친절’이라는 전염병을 일으켰다”고 <월스트리트저널> 칼럼에 썼다. 재난은 줄곧 자기 자신에게 의존해온 인간이 서로를 향해 완전히 의존할 수 있게 도왔다는 뜻이다. 지은이는 공감능력을 개인 과제로 돌리지 않는다. 우리 모두의 문제로 삼자고 말한다. 책의 원제는 ‘친절을 향한 투쟁: 파편화한 세계에서 공감 만들기’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
마들렌 치게 지음, 배명자 옮김, 흐름출판 펴냄, 1만8천원
식물은 들을 수 있다. 뿌리를 딸깍거리거나 가시나 독 혹은 화학적 신호를 사용해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지킨다. 식물이 발산하는 화학물질 종류만 100가지가 넘는다. 버섯은 덫을 놓고 곤충은 다리로 바이올린을 켠다. 그러니 어찌 숲이 고요하겠는가. 동식물의 바이오커뮤니케이션 세계.
채혜원 지음, 마티 펴냄, 1만5500원
저자가 독일 베를린의 ‘국제여성공간’에서 일하며 만난 여성들을 기록했다. “한국은 자산 2조 이상 상장사 가운데 80퍼센트가 여성 임원이 없고 독일은 상위 30개 기업 중 여성 이사가 2명 이상인 곳이 없다” 등 한국 여성운동의 미래형을 만나는 경험도 가치 있지만 저자가 더 소중히 여기는 것은 ‘연대의 감각’이다.
레슬리 제이미슨 지음, 오숙은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 2만2천원
<공감연습> 저자의 알코올중독에 관한 자전적 회고록. 전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소설처럼 펼쳐 보이면서 레이먼드 카버, 존 치버 등 작가의 중독 경험이 드러난 작품을 읽어주고, 회복 모임에서 겪은 일 등을 풀어쓰는 매력적인 글이 “그저 또 하나의 중독 회고록”을 넘어선다.
버나드 크릭 지음, 이관후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 1만6천원
선과 악의 구도도 민주주의라는 개념도 넘어서는 정치의 본래 의미는 무엇일까. 정치는 인간에게 법적 지위를 주고, 안전을 제공하고,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도록 의사표현 수단을 보장한다. 지은이는 말로 달래어 세상만사를 조정하는 행위를 정치라고 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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