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 강재훈 선임기자
과거 <개그콘서트>(KBS)를 연출한 김상미 PD는 여성 개그맨 캐릭터는 주로 세 가지로 압축된다고 말한다. 뚱뚱한 여성, 못생긴 여성, 예쁜 여성. 그중 박지선은 주로 못생긴 여성을 맡았다. 그의 <개그콘서트> 데뷔작은 ‘3인 3색’, 성형수술 부작용을 겪는 역이었다. 다른 2인은 각각 성형수술 전과 후의 역이었고 외모에 따라 남성들이 다르게 대하는 상황을 풍자했다. 이후 새로운 개그 코너에서 박지선의 캐릭터는 분명했다. 연인이 되기를 열렬히 원하며 사랑 앞에 직진하는 여성을 연기했다. 그러나 그는 상대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매번 실연을 겪었다. 때론 시련이라 할 만큼 가혹한 거절과 면박도 당했다. 매주 새로운 설정으로 찾아오는 프로그램의 특성처럼 그는 마치 처음 사랑하듯, 아니 더 뜨겁게 사랑을 표현했다.
박지선은 자신의 외모를 개그 소재로 삼았지만 자학 요소로 발전시키지 않았다. ‘희극 여배우들’에선 “저는 못생기지 않았습니다. 귀여운 편입니다”라며 외모에 대한 세간의 경직된 평가를 흔드는 말로 코너의 문을 열기도 했다. 그는 분명 이전과 다른 여성 개그맨 캐릭터였다.
박지선의 일상은 마치 시트콤 같다. 남다른 관찰력, 순발력 그리고 뛰어난 창작력이 트위터에서 이야기 타래를 만든다. 가족, 동료와의 대화에서 포착한 촌철살인과 그의 ‘팬질’(좋아하는 연예인을 위한 팬의 활동)이 담겼다. 개그 프로그램을 떠난 뒤, 그는 아이돌그룹 쇼케이스와 영화 시사회 사회자로 활약했다. 팬의 마음은 팬이 안다는 ‘덕후 대변인’은 사려 깊은 진행으로 정평이 났다. 생전 공식 팬클럽은 없지만 많은 팬이 그를 위해 추모글을 올렸다. 사랑을 많이 주고 떠난 그가 미처 못 모은 이 사랑의 흔적을 다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임경지 학생, 연구활동가
관심분야 - 주거,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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