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어떤 사건을 겪고 나서 예전 세계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게 되는 이야기’. 소설이 이런 것이라면 손바닥문학상은 제 인생이란 소설에서 그 결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밥벌이에 치이면서도 해마다 이맘때면 손바닥문학상 응모 공고를 보며 글쓰기라는 오래되고 낯선 꿈을 기억해냈습니다. 글쓰기는 보잘것없는 자신을 받아들이고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일이었습니다. 그 글쓰기를 시작하겠다고 마음먹기까지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 소설을 썼습니다. 쓰고 나니 달라졌고 예전 세계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억울하고 슬프고 후회되고 진실이 궁금해서 도저히 떨쳐지지 않는 장면. 다들 그런 장면들 있지 않습니까? 그 장면은 생생히 오래도록 마음에 살아 있었는데 쓰면서 의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미안하다’고 ‘잊지 않겠다’고 말하고 싶었구나. 이렇게 써도 되나, 이런 것도 소설인가, 어떤 사람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수많은 망설임과 고민이 들러붙었지만 부딪치고 깨지며 또다시 시작하면 되지, 그러라고 살아 있는 거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인간이 어떻게 변하나요? 사랑은 어떻게 변해도,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소설은, 사람이 사건을 겪고 달라지는 이야기라잖아요, 변해야 하잖아요. 그러니까 소설을 쓰려면 믿어야 했습니다. 인간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배우고 성장하고 어제와는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요.
글쓰기는 강요된 침묵으로 떨어지기를 거부하는 몸짓이고 그 순간은 모두에게 지울 수 없는 가치를 갖는다고 믿습니다. 손바닥문학상이라는 사건을 겪고 나서 저는 오늘도 어떤 장면의 의미를 알기 위해서, 어제보다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소중한 사람들과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또 써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습니다.
손바닥문학상에 응모하는 당신은 쓰는 과정에서 달라질 것이고 그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에게도 손바닥문학상이 결정적 사건이 되길,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는 성장한다는 사실을 믿으시길, 그리하여 이미 우리가 먼 형제임을 알게 해주는 당신 이야기를 듣게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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