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은) ‘서울의 달’류의 이야기가 무수히 변주되고 반복되어온 것에 반해 그동안 드물게 말해져온, ‘남은 자’ 혹은 ‘보낸 자’에 대한 이야기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세이수미)을 가장 부산 밴드답게 하는 것은 합주실이 광안리에 있다는 것도, 바다가 있는 도시에서 서프락을 한다는 것도 아닌, 부산이 아니고서는 쓸 수 없는 이 가사다.”(페이스북, Minyoung Oh, 2018년 2월) 서울로 ‘떠나온’ 친구는 그렇게 말했다. 그 글에서 최수미(세이수미의 보컬·기타)는 친구에게 묻는다. “니 라고 아나?”
“니 라고 아나?”친구의 말대로 도 알까 말까 한데 라니. 는 미국의 대중음악 웹진이고, 밴드 세이수미의 2집 앨범 《웨어 위 워 투게더》(Where We Were Together)가 2018년 4월 발매되자 긴 리뷰 기사를 실었다. 세이수미는 현재 최수미, 기타 김병규, 베이스 하재영, 드럼 김창원으로 구성된 부산의 밴드다. “지난해 매일 일어나면 놀라운 일들이 생겨 있더라.” 최수미는 2019년 2월26일 제16회 대중음악상 시상식이 열리기 전 구로아트밸리 근처 커피숍에서 만났을 때 그렇게 말했다. “나는 매주 바뀌어(I am changing every week)”(1집 노래 ) 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진 것이다.
는 리뷰에서 “1990년대 록의 정전에 바치는, 하늘거리면서 감동적인 노래에서 그들은 우유부단하고 외롭고 술을 많이 마신다. 아주 많이”라고 말한다. “록밴드 욜라텡고나 페이브먼트의 텍스처를 재현하는 듯 울리는 기타는 좋은 감각을 뽐낸다.” ‘놀라운 일’에는 엘튼 존도 있다. 자신이 진행하는 애플 라디오 방송 한 회는 ‘세이수미를 소개합니다’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인터넷 음악 사이트 ‘밴드캠프’의 얼터너티브 록 부문 앨범 판매에서 1위를 기록한 뒤 올해의 앨범에서 10위를 차지했다. 놀라운 일의 첫발은 2017년 영국 댐나블 레이블과 한 계약이다. 영국에서 1집 《위브 소버드 업》(We’ve Sobered Up)과 싱글을 묶은 앨범 《세이 수 미》를 발매하고 곧 2주간 영국 투어를 감행했다. 2집을 내고는 영국·유럽으로 봄 5주, 가을 6주의 장기 투어를 했다. 영국은 “한국 밴드 중 그렇게 샅샅이 훑은 밴드가 없”(일렉트릭 뮤즈 김민규 대표)을 만큼 많은 도시를 돌았다. 너바나, 데이비드 보위도 무대에 섰던 네덜란드 파라디소, 700명 규모의 영국 스칼라 클럽에서 공연했다. 미국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 페스티벌’(텍사스 주 오스틴)과 영국 ‘더 그레이트 페스티벌’(브라이튼) 무대에 섰다. “이제는 크고 작은 무대에 연연하지 않는다. 이왕이면 많이 와서 큰 공연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한국 공연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나이 드신 분이 많다. 정말 앨범과 굿즈를 많이 산다.”(수미, 아래 별도 표시 없으면 모두 수미의 말)
2018년 12개국 58개 도시 110번 무대에 섰다. 정규 앨범 외에도 두 장의 이피 앨범, 한 장의 싱글을 내고 두 장의 컴필레이션에 참여했다. 인터뷰한 날에는 올해의 앨범, 노래(), 음악인 종합 분야와 모던록 앨범과 노래 등 다섯 부문에 이름을 올린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 참가하는 참이었다. 종합 세 부문에 오른 건 방탄소년단과 세이수미뿐이다. 이날 이들은 모던록 앨범과 노래 상을 받았다.
두 번의 역경, 두 번의 크라우드 펀딩상을 받기 위해서 “오긴 와야 될 것 같아서” “몇 명만 가긴 그래서” 다 왔다. 버스를 타고. “저희가 케이티엑스(KTX)를 탈락 말락 했거든요.” 케이티엑스가 버스가 되어버린 사연은 좀 길다. 투어 일정이 많아지면서 ‘직장인 밴드’인 세이수미는 ‘전업’ 밴드가 되었다. 2017년 투어가 결정되자 수미는 무역회사를 그만두었고, 휴가를 내 투어를 갔던 하재영도 2018년에는 다니던 인쇄소에 사표를 냈다. 전업이 되고 나니 수익이 슬슬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밴드 초창기에 서울에 오고 그럴 때, 교통비도 안 나오는 출연비를 받곤 했지만 신경 쓰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제는 이것저것 계산하게 되네요. 전업 2년이 돼가니까 미래를 걱정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죠.”(수미) 음악을 전업으로 하니 재미는 더 있어졌지만 “수익이 있다고 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재영)란다.
거기에는 예기치 못했던 사고도 한몫했다. 지난해 투어 일정의 반 정도 시점,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도둑을 맞았다. 차 타이어에 구멍을 내고 주의를 돌린 사이 훔치는 수법에 걸린 것이다. 그 많은 짐 중 돈과 컴퓨터 등 값비싼 것이 들어 있던 가방만 들고 갔다. 그래서 8천 파운드를 목표로 크라우드 펀딩(www.gofundme.com/say-sue-me)을 진행 중이다. 이것은 밴드의 두 번째 크라우드 펀딩이다. 2017년 2집 준비 중 사고로 의식을 잃은 드러머 세민을 돕는 크라우드 펀딩을 했다.
1집이 나온 시절, 세이수미는 광안리 바닷가에서 200 걸음 떨어진 작업실과 서프록을 연결시킨 이와이 ??지풍 결성기를 작성했다. “일요일 오후 광안리 해변을 걷다보면 에르난데스(개 이름)를 산책시키며 직접 구운 쿠키를 나눠 먹는 멤버들의 하하호호 웃음소리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에르난데스는 잘 있나요”라고 묻자 “그건 세민이 만들어낸 상상 세계예요. 우리가 쿠키를 굽지도 않죠”라고 말한다. 형광색 일러스트와 거칠면서 귀여운 캐릭터를 그리던 세민은 팀의 ‘상상력’을 담당했다. 지금은 그들의 ‘상상 멤버’가 되어 함께한다. 2집의 제목(‘같이 있던 때’)도 그렇지만 등 많은 곡이 그에 대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 정규 앨범의 두 곡은 세민을 위해 만든 싱글에서 왔다.
세이수미는 최수미에게는 첫 밴드였지만, 다른 멤버들은 좀 다른 노래를 하고 싶어서 세이수미를 만들었다(2014년). 부산에서 활동하는 밴드 지니어스에는 영어를 하는 외국인이 두 명이 있었는데, 보컬인 김일두는 간단한 문장으로 된 영어로 노래를 불렀다. 최수미는 그걸 보며 “아 저렇게도 되는구나”라는 생각에 노래 가사를 영어로 썼다. 모두 “시작할 때는 상상도 못했고 의도를 갖고 한 건 아닌 일”들이다. 그런데 그런 영어 노래가 묘하게 부산 리듬을 닮는다. ‘올드 타운’은 부산 사투리처럼 틱틱거리면서도 살랑거린다. ‘올드 타운’은 ‘본격 부산 시장 저격곡’이었다. 로컬이 글로벌이다.
“고향이 뭐가 좋다고 안 버리는데요?”“자는 동안에 듣고는 울면서 깼다” “들으며 밤새 춤을 췄다” 등 여러 가지 언어로 유튜브 노래에 감상평이 달리고, 일본 아티스트가 그려준 멤버 캐리커처를 갖고 있지만 그들은 별로 바뀌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비행기 탈 일이 많은데 “떠나고 싶지만 머물고 싶기도 한”(‘올드 타운’ 가사) 부산에 살고 있다. 인터뷰 자리에서 수미는 갑자기 멤버들에게 물어보았다. “고향이 뭐가 좋다고 안 버리는데요?” 그러고는 스스로 답도 한다. “부산에 있어도 세계의 많은 이가 유튜브, 인터넷 음악방송으로 음악을 들으니까요. 1990년대 음악을 하지만, 우리가 (지금) 시대의 혜택을 많이 보았어요.”
“‘재능이 없다’던 수미는, 베이스먼트(부산의 클럽)에서 잘 들리지도 않는 노래를 하던 수미는, 무대에서 천연덕스럽게 농담을 하고 귀엽게 자랑을 (또) 하고 있었다. 서울로, 미국으로, 탄자니아로, 캐나다로, 진주로, 프랑스로 떠났던 모두가 각자의 자리를 찾은 지금, 수미는 다음달부터 미국 투어에 나선다.”(앞의 글) 2월 비수기가 끝나면 공연이 줄지어 있다. 지난해만큼의 공연이 기다리고 있다. 3월8일부터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 페스티벌에 참여하고 돌아오면 대만의 가오슝, 타이베이 두 도시에서 공연을 한다. “올해는 아시아를 많이 돌 생각이다. 아직 발표 전이지만 하반기에는 큰 페스티벌 참가 스케줄도 있다.”(김 대표)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전화신청▶ 1566-9595 (월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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