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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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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을 거리로 불러낸 폭력의 실상

남성들의 성폭력 부추긴 ‘소라넷’ 고발한 다큐소설 <하용가>
등록 2018-09-04 16:18 수정 2020-05-03 04:29

'하이 용돈만남 가능?’의 줄임말을 제목에 붙인 소설 (정미경 지음, 이프북스 펴냄)는 16년 동안 사용자 100만 명을 거느리며 남성들의 성폭력을 부추긴 ‘소라넷’을 고발한 다큐소설이다. 다른 남자와 사귀는 여자친구를 ‘징벌’하기 위해 술을 잔뜩 먹여 인사불성을 만든 뒤 소라넷에서 함께 성폭행을 저지를 남자들을 구하는 ‘초대남’ 사건, 공적 공간이든 사적 공간이든 곳곳에서 활개 치는 몰래카메라, 대학 엠티에서 여자친구 방에 스며들어 추행하고도 “여자친구를 좀 거칠게 대했다”고 말하는 남자 등 소설 속에 나타나는 남성들의 잔인함은 ‘다큐’다.

아무리 호소해도 소라넷 운영자를 처벌하지 않는 경찰에 기대는 대신, 모니터링과 국제적 청원운동 등 다양한 수단으로 여성들이 직접 소라넷 폐쇄를 이끌어낸 것 또한 실화다. 작가는 가상 인물인 20대 여성(동지수·기화영·구희준) 세 명을 통해 여성들이 피해자에 머물지 않고 적극적으로 소라넷 반대운동에 나서 결국 ‘승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로써 이 소설을 관통하는 열쇳말이 완성된다. 폭력, 분노, 연대.

남성은 물론 여성조차 수만 명이 모여 몰카 범죄 처벌을 외치는 ‘혜화역 시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이가 많다. 페미니스트 저널 편집장을 지낸 정미경 작가가 포착하는 것은 많은 여성을 거리로 불러낸 폭력의 실상이다. ‘육변기’ ‘봉지먹’ 등 소라넷 사용자가 거침없이 쏟아내는 여성 비하 표현들 앞에서 작가는 한동안 컴퓨터를 켜지 못할 정도로 망연자실했다. “소설은 영원히 현실을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실감했다.”

소설이 전해주는 현실을 따라가다보면, 폭력에 속수무책이었던 여성들이 ‘메갈리아’(이 책에선 ‘메두사’로 나온다)라는 둥지를 만들고 남자들이 내뱉는 욕설을 ‘반사’하는 미러링으로 대응한 것은 응당한 경로라는 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세상은 ‘폭력에 폭력으로써 대응하면 안 된다’ ‘또 다른 혐오다’라는 점잖은 말들로 타일렀지만, 그간 숱한 폭력을 저지른 남성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이 선행되지 않고선 이런 훈계는 폭력을 두둔하는 것이었던 셈이다. “소라넷을 포함한 남초 커뮤니티와 웹하드 같은 온라인 공간에서 매일같이 생산되는 여성을 향한 조롱과 혐오의 유희들을 접해본 이들이라면, 여성들의 미러링은 결코 남성들의 ‘원본’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다. 사회는 여성들의 미러링을 비난하면서, 여성들을 그저 살덩어리로 취급하는 원본의 극악함을 도외시한다”고 정 작가가 말하는 이유다.

‘분노하는 페미니즘’을 좀더 이해하고 싶다면, 에 앞서 지난 3월 이프북스가 출간한 을 일독하길 권한다. 메갈리아·워마드 등에서 활동한 당사자들이 직접 말한다. 왜 미러링에 나서게 됐는지, 왜 ‘남성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까지 감행하게 됐는지, 그리고 그 ‘일탈’에 대한 책임을 얼마나 혹독하게 추궁당했는지. 이들의 행동에 동의하든 못하든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류의 반쪽 삶을 이해하는 것은 절실하다. 작가는 다급하게 말한다. “한국 사회 젊은 여성들이 왜 거리로 나서는지, 왜 지금 이 시기에 페미니즘이 필요한지 성찰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공동체는 붕괴할지 모른다. 이건 겁박이 아니다. 레알 현실이다.”

이주현 문화부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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