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신문을 보는 다엘. 정은주
다엘의 학교에선 6학년 목공 수업이 있다. 올해 6학년인 다엘은 공구를 세심히 다뤄 정성껏 작업해서 시간마다 선생님의 칭찬을 듣는 등 목공에 재능을 보였다. 담임선생님은 다엘이 음악을 사랑하고 몸 쓰는 일을 좋아하는 활동적인 아이라면서 진학 조언을 해주셨다. 졸업 뒤 홈스쿨링을 하다가 다엘의 적성에 맞는 특화된 학교를 찾았을 때 진학해도 늦지 않다는 것.
다엘과 의논한 뒤 내년 1년간 홈스쿨링을 해보기로 했다. 대안학교 생활 6년을 마무리하며 다엘과 내게 안식년을 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홈스쿨링에 대한 책을 읽고 1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친구관계는 어떻게 이어갈지 생각해봤다. 그러다 새롭게 알게 된 용어가 ‘언스쿨링’이다. 일방적 지식 주입이 아닌, 아이가 가진 본연의 학습 욕구를 존중하는 교육을 뜻했다. 앞으로 다엘이 좋아하는 목공과 수영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지금까지 공부에 무관심했던 엄마 탓에 다엘은 학습과 거리가 먼 생활을 해왔다. 자전거 타기에 몰두해 허벅지는 웬만한 축구선수 못지않게 탄탄하고, 또래 친구들이 게임에 심취해 있을 때 자신은 하루라도 바깥에서 뛰어놀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말이 맞을 정도였다. 한편으로는 다엘이 검정고시와 일반학교 진학에도 관심을 가져서 심도 있는 계획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기초 학문에 쉽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을까? 먼저 청소년신문을 구독하기로 했다. 신문을 받아본 첫날, 관심 가는 기사가 있냐고 물으니 6·13 지방선거 기사란다. 정치에 관심 많은 다엘은 나름 지지 정당과 후보가 확실하다. 선거 유세 현장에서 본 다엘의 엉뚱함이 생각났다. 유세 차량을 향해 다엘이 힘차게 인사를 보내자 후보자가 외쳤다. “학교생활 재미있니?” “아니요!” “그래? 조금만 참아!” “네, 안녕히 가세요!”
다엘이 어떤 사람으로 살기 원하는지 나 자신에게 물었다. 100살이 되던 해 스스로 곡기를 끊고 ‘굿!’(Good)이란 마지막 말과 함께 세상을 떠난 사상가 스콧 니어링이 떠올랐다. 미국 버몬트주 숲속에 집을 짓고 자급자족하며 많은 정신적 유산을 남긴 그가 있었기에 세상이 더 나아졌다고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그러나 ‘세기의 지성’으로 기억되는 업적보다, 평생 뜻을 같이하는 이와 진정한 사랑을 나누며 살았던 그의 소박한 일상이 내게는 더 뚜렷하다. 물질과 경쟁에 대한 일말의 선망 없이, 험난한 여정이 될 수도 있는 내 아이의 앞날을 진정으로 축복할 수 있을까? 가보지 않은 길이지만 다엘의 충만한 생기에 용기를 얻는다. 며칠 전 다엘과 여행했던 제주도의 숲에서 만난 푯말 속 글귀를 새겨본다. “다른 사람의 속도는 신경 쓰지 마세요.” 앞으로 1년간 많은 것을 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많은 것을 내려놓는 일이 어쩌면 더 중요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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