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제1205호)에 내가 붙였던 제목은 ‘낳아준 분을 그려봐’였다. 이후 편집자가 고친 제목은 ‘낳아준 엄마를 그려봐’였고 나는 이를 원래대로 되돌려달라고 요청했다.
‘낳아준 엄마’는 혈연의식에 따른 오랜 역사성을 가진 말이다. 그렇기에 이 고정관념을 깨는 것은 매우 어렵다. 서구에서도 ‘생물학적 엄마’ 또는 ‘낳은 엄마’라는 표현을 쓴다. 나 역시 다엘이 어릴 때엔 다엘의 생모를 지칭할 때 ‘낳아준 엄마’라는 말을 썼다. 그것이 다엘의 생모에게 예를 갖춘 표현이고, 이를 통해 아이도 자신의 생애 초기 역사를 존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입양가족모임을 하면서, 어린아이들은 ‘엄마’라는 유일한 창을 통해 세상을 본다는 걸 알게 됐다. 엄마의 자리는 다른 이와 공유하지 않는 온전하고 배타적인 것이어야 하며, 두 세트의 부모(생부모와 양부모)가 있다는 사실이 아이에게 큰 혼란을 줄 수도 있음을 깨달았다. 그렇기에 생모가 출산에 이르기까지 어려운 역할을 한 것에는 감사하되, 어딘가에 존재하는 또 다른 부모로 자리매김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이후 생모에 대해선 엄마라는 말 대신 ‘낳아준 분’이라고 표현하면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 낳아준 이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삶의 잃어버린 퍼즐 조각을 맞출 수 없어 생의 한 구성이 텅 비는 것도 아니고, 혈연과의 재회 여부가 삶을 좌우하는 것도 아님을 알게 됐다. 내 마음이 가벼워짐에 따라 다엘도 앞으로 입양을 생각할 때 객관적 거리두기가 가능할 것이라 믿는다.
또 하나 문제의 표현은 ‘버려진 아이’라는 말이다. 이에 대해서는 입양가족 안에서도 논란이 있었다. 새롭게 문제제기를 한 쪽에서는 “생명을 버렸다는 표현은 잘못됐으며 버린 것은 양육권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쪽에서는 “‘버린다’는 표현은 사전상으로도 관계를 끊는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게다가 실제 참담한 장소에 아이를 버려서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라고 물었다. 나는 답했다. “일반적인 인간관계에서 ‘버린다’는 표현을 쓸 때 관계를 끊는다고 생각하지 사람 자체를 쓰레기처럼 버리는 것을 연상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생력 없는 아기에 대해 말할 때는 물건처럼 버리는 걸 쉽게 연상한다. 이는 생명을 대하는 자세로 합당하지 않다. 앞으로 ‘버려진 아이’라는 표현 대신 ‘해연(인연이 해체됨) 아동’이란 말을 쓰면 어떨까?”
입양가족모임 ‘물타기연구소’가 집중하는 과제는 언어 사용에 반전을 꾀하는 일이다. 첫 작업으로 현재 입양 동화를 만들고 있다. 편견을 깨는 출발점은 기존 언어를 새롭게 보는 시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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