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별 뒤 입양의 자세“아무도 없는 폐허의 전쟁터에 한 사람이 쓰러져 있습니다. 가슴에는 치명상을 입고, 온몸을 압도하는 통증에 숨소리도 내지 못한 채 눈을 감고 있습니다. 자그마한 발소리가 들려옵니다. 가만히 다가온 손길이 차갑게 식어가는 얼굴을 만져줍니다. 깊이 팬 상처를 매만진 다음 ...2018-08-07 16:28
죽음을 성찰하기 시작할 때지난 6월 말, 죽음교육 강연회에서 한 꼭지를 맡아 강의했다. 중·고등 대안학교에서 한 수업 내용을 되살려 청소년 죽음교육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자리였다. 강의가 끝난 뒤엔 초등학교 선생님의 그림책을 활용한 죽음교육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내 마음속에도 작은...2018-07-17 16:56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다엘의 학교에선 6학년 목공 수업이 있다. 올해 6학년인 다엘은 공구를 세심히 다뤄 정성껏 작업해서 시간마다 선생님의 칭찬을 듣는 등 목공에 재능을 보였다. 담임선생님은 다엘이 음악을 사랑하고 몸 쓰는 일을 좋아하는 활동적인 아이라면서 진학 조언을 해주셨다. 졸업 뒤 ...2018-06-19 16:58
망측해!경비원 근무 여건과 관련해 입주자대표회의와 부딪쳤던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다. 우리 아파트 단지는 20년 나이를 먹은 아름드리나무가 많아 봄이면 목련, 벚꽃 등이 축제처럼 꽃망울을 터뜨리곤 한다. 그러나 올봄은 살풍경한 폐허의 현장으로 변해버렸다. 나무들이 여기저기 하...2018-05-08 16:04
‘해연(인연이 해체됨) 아동’이란 표현을지난 칼럼(제1205호)에 내가 붙였던 제목은 ‘낳아준 분을 그려봐’였다. 이후 편집자가 고친 제목은 ‘낳아준 엄마를 그려봐’였고 나는 이를 원래대로 되돌려달라고 요청했다. ‘낳아준 엄마’는 혈연의식에 따른 오랜 역사성을 가진 말이다. 그렇기에 이 고정관념을 깨는 것은...2018-04-18 22:47
낳아준 분을 그려봐다엘이 자신을 낳아준 분에 대해 말할 때 보이는 감정은 조금씩 변해왔다. 어린 시절엔 잠자리에 누워 궁금증을 이야기하며 나중에 함께 찾아보자는 약속을 하곤 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는 자신을 키우지 않고 ‘포기’한 것에 분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사춘기 초입에 접어든 ...2018-03-27 18:16
국외 입양인이 불행하다는 편견평창겨울올림픽 응원차 미국에서 온 국외 입양인 20여 명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함께한 자리는 오붓하고 따뜻했다. 원탁을 가운데 두고 국내외 입양가족이 앉아 얘기를 나누는 동안, 맞은쪽 한 사람에게 관심이 갔다. 그의 이름은 데릭 파커, 40대 중반의 남성이었다. 소아...2018-03-09 10:35
입양부모를 죄인 취급 말라얼마 전 다엘과 함께 국회의 입양법 관련 토론회에 참석했다. 입양가정에서 일어난 아동학대 사망 사건을 계기로 입양특례법 전체를 개정하자는 토론의 자리였다. 아동학대 사건이 입양가정에서 일어나면 모든 입양부모는 죄인이 되곤 한다. 입양 절차가 더 엄격해야 학대를 막을 수...2018-02-08 01:31
선생님이라는 큰 선물다엘을 대안초등학교에 보낼 때 지인이 조언했다. 중학교에 진학할 때 대안학교를 생각해봐도 늦지 않다고. 그러나 나는 대안초등학교에 보내는 것이 아이에게 더 큰 선택의 기회를 주는 거라고 생각했다. 공교육에 대한 정보는 차고 넘치지만 대안학교는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2018-01-17 00:52
배제를 배제하는 스포츠다엘이 또래와 관계 맺기를 어려워했던 이유 중 하나는 스포츠 활동에 있었다. 다엘의 학교 남학생들은 야구와 축구에 몰입해 틈나는 대로 함께 운동하며 어울렸다. 다엘도 참여하려고 몇 번 시도했으나 통 끼지 못하는 걸 보고 운동엔 아예 소질이 없나보다 생각했다. 그러나 다...2017-12-30 23:27
아이의 동선, 어른의 시선다엘이 학교 여행을 떠났을 때였다. 가끔 다엘이 빌려 쓰는 할머니 휴대전화로 아파트 경비 아저씨의 문자가 왔다. ‘여행이 재미있고 공부에 보탬이 되나, 어떠신가. 기쁘고 행복한 여행되셔, 다엘선생.’들여다보니 그간 주고받은 문자들이 있었다. ‘아저씨, 파이팅 하세요.’...2017-12-09 21:58
“나도 입양되지 않았다면…”예전에 다엘이 아기 때 있었던 보육원 수녀님에게서 들은 얘기다. 정성껏 아이들을 키워 8살이 되면 다른 시설로 보내는데, 그 아이들이 가끔 찾아온단다. 옮겨간 시설에서 형들에게 맞아 상처 난 아이의 얼굴과 헌 옷, 헌 신발을 보면 가슴이 아파 이것저것 먹이고 위로한 뒤...2017-11-17 11:06
‘싱글맘의 날’을 아시나요지난 9월 미혼모 단체 ‘인트리’에서 개최한 좌담회에 참석했다. 미혼부모 연구를 진행하는 일본 도요대 교수와 우리나라 미혼모들이 만나는 자리였다. 이곳에서 미혼모들의 생생한 증언을 들을 수 있었다. 한 미혼모는 아이의 생부가 양육비 지급은 않고 면접교섭권을 수시로 행사...2017-10-26 05:00
미혼부 법’을 도입하라다엘의 할머니가 틀어놓으시는 TV 드라마를 옆에서 가끔 본다. 드라마에서 결혼을 반대하는 소재가 난무하기에 한번은 지인에게 말했다. “난 다엘이 누굴 배우자감으로 데려오든 환영할 거야.” 지인이 물었다. “다엘이 남자를 좋다고 데려오면 어떡할 건데?” 나는 바로 답했다...2017-09-28 23:54
아빠를 부탁해다엘에게 멘토 같은 ‘아빠’가 생겼다. 이혼 후 간간이 안부를 전하던 전남편이 최근 다엘의 아빠 역할을 맡기로 한 것이다. 아빠의 빈자리가 채워진 것으로 다엘의 소원이 이뤄졌다. 다엘을 입양할 때 생모에 대해서는 비교적 자세히 들었지만 생부 정보는 듣지 못했다. 우리 ...2017-09-06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