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엘의 할머니가 틀어놓으시는 TV 드라마를 옆에서 가끔 본다. 드라마에서 결혼을 반대하는 소재가 난무하기에 한번은 지인에게 말했다. “난 다엘이 누굴 배우자감으로 데려오든 환영할 거야.” 지인이 물었다. “다엘이 남자를 좋다고 데려오면 어떡할 건데?” 나는 바로 답했다. “그럼 어때? 본인이 좋다면 상관없어.”
나중에 다시 생각해보니 마음이 복잡해졌다. 정말 그런 일이 있다면 어떨까? 소수자로 사는 삶의 무게가 묵직하니 가슴에 걸릴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건, 성적 취향이나 정체성은 옳고 그름과 상관없다는 점이다. 앞으로 아들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어떤 마음을 가질지 생각해본다.
얼마 전 성교육 강의에 참석했다. 성관계는 몇 살부터 할 수 있냐고 자녀가 묻는다면 뭐라 답할지 생각해보라고 했다. 강사는 자신의 답을 전했다. “되도록 네 몸이 다 만들어진 20살 이후에 하면 좋겠어.” 그의 답은 미묘한 타협점을 보여준다. 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부인하진 않지만 가능한 한 성관계는 어른이 된 뒤로 미뤘으면 한다는 것. 지난날의 성교육보다 진일보했다고 해야 하나?
많은 부모가 청소년기 자녀의 왕성한 성적 에너지를 두려워한다. 자기 세대가 배운 것은 성에 대한 회피와 억압이었기에 다른 방향을 바라보지 못하는 거다. 나 또한 다엘이 최대한 늦게 성경험을 하기 바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근대 계몽기에 혼전 순결을 극도로 강조하던 의식이 21세기인 현재까지 면면히 이어지는 것이다. 이는 입양가족으로서 직시해야 할 가치관과도 맞닿아 있어 반드시 짚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린 양육을 택한 미혼모에게 어린 나이에 어떻게 처신했기에 아이가 생기냐고 수군거리고, 입양 보낸 미혼모를 향해 제 자식을 버렸다고 손가락질하며,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는 말을 입양가족에게 쉽게 내뱉는다. 이런 인식은 청소년의 성을 바라보는 왜곡된 시각에서 출발한다. 10대의 성과 쾌락을 부도덕하다고 비난하는 손가락질 속에 편견의 자양분이 자란다.
청소년기 성적 자기결정권은 성년으로 진입하는 시기의 인간관계에서 배워야 할 중요한 덕목이다. 부모로서 자녀의 성을 바라보는 두려움과 편견을 직시할 때 미혼모와 입양가족에 대한 편견이 깨지기 시작한다. 청소년기 성경험을 정말 늦추고 싶다면 사회적으로 입증된 확실한 방법이 있다. 미혼부에게도 책임지게 하는 ‘미혼부 법’이다. 이 법이 실행되는 나라에서 청소년 첫 성경험 연령이 높아졌다는 결과를 새겨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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