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또래, 그러니까 마흔 언저리 친구와 직장 선후배 ‘여성’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책 한 권을 공유하며 열광하기 시작했다. 출판사 에디터로 13년을 살다가 고혈압과 스트레스, 저질 체력만 남은 저자가 나이 마흔에 운동을 시작해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에 15차례나 출전하는 ‘철녀’로 거듭난 자전적 자기개발서였다.
이라는 제목과 ‘마흔, 여자가 체력을 키워야 할 때’라는 카피가 한눈에 쏙 들어왔다. 출판계에서 대편집자로 통하는 이영미(사진) 작가의 책답게, 발행 2주 만에 3쇄를 찍고 5천 부 이상 팔려나가며 베스트셀러 조짐이 보인다. 1년 반 동안 운동과 식이요법을 작파한 ‘마녀’ 기자마저 ‘홈트레이닝(집에서 하는 운동) 체험기’ 발제로 이끈 ‘철녀’ 이영미 작가를 지난 6월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인터뷰했다.
<font size="4"><font color="#C21A1A"> “마흔이란 나이는 특별한 변곡점” </font></font>
개인적으로 운동을 그만둔 지 꽤 됐는데, 제목만 듣고도 가슴이 콩닥콩닥 뛰도록 운동이 하고 싶어졌어요. 수많은 ‘마녀’들을 ‘운동하고 싶게’ 충동한 책 제목은 직접 지었나요?제목부터 먼저 지어놓고 시작했어요. 마흔의 여자들에게 체력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마흔 체력을 키워야 할 때’는 어디서 들어본 듯하고, 줄여도 강력하고 풀어도 마음에 와닿는 제목으로 ‘마녀체력’이라고 지었지요.
왜 하필 마흔인가요?모든 여성에게 마흔이란 나이는 특별한 변곡점이에요. 젊어서 잘 몰랐던 체력의 한계가 여실히 느껴지고, 오십견이 찾아오면서 여기저기 몸이 아프기 시작해요. 여성으로서 성적 매력이 사라지기도 하죠. 제가 마흔에 운동을 시작하기도 했고, 마흔 살은 흔히 생각하듯 인생의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시기가 아니에요. 마음먹기에 따라, 관리하기에 따라 달라져요. 마흔이면 ‘애기’예요. 저는 30~40대 때 모습이 제일 후져요. 지금이 더 예쁘고, 체력도 40대보다 강해요. 이제 50대인데 정점이 아직 안 왔어요.
책을 쓸 때 목표가 뭐였나요?제 캐치프레이즈가 ‘대한민국의 온 여성이 운동하는 그날까지’예요. 여자들한테 ‘일하고 육아·살림하고 어떻게 다 잘하냐, 내려놓고 운동하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저는 운동할 무렵부터 살림을 놨어요. 아들 사립초 보내고 초3 때는 ‘엄마가 직장에 다녀서 애가 내성적이고 공부를 못하나’ 싶어 일을 그만둔 모성애 강한 엄마였는데, 애 재수할 때 수능 날짜를 까먹을 정도로 아이도 내려놨어요. 저성장 시대에 공부 잘해봐야 돈도 별로 못 벌 텐데, ‘아이는 다르게 살아도 되지 않을까’ 싶었죠. 아들은 일본 애니메이션에 빠져 있다가 일본말에 귀도 입도 다 트이고, 애니메이션 그린다고 미대 갔어요. 직장 다니는 엄마가 아이한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자립심이고, 엄마가 행복하게 사는 걸 보고 배우게 해주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font size="4"><font color="#C21A1A"> 늦었다고 생각할 때 운동하라</font></font>
에 자극받아 운동을 하고 싶지만, 막상 시작하려면 엄두가 나질 않아요. 운동을 시작하려는 독자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경구는 언제나 옳아요. 일단 본전 생각나게 비싸고 예쁜 옷이랑 운동화를 사세요. 책에 쓴 것처럼 사각 수영복도 한 벌 사시고, 자전거도 사시고. 그럼 돈 아까워서 일단 시작은 하게 돼요.
책에서 “저 같은 저질 체력에 마흔 넘은 여자도 10년간 천천히,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운동을 계속하면 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하셨는데, 사실 꾸준히 뭔가를 한다는 건 대단한 능력이라고 생각해요.저는 같은 책을 좋아하고, 습관의 힘과 시간의 힘을 추종하는 사람이에요. 운동을 핵심 습관으로 만드는 게 중요해요. 제가 한 아파트에 14년째 사는데, 남들이 ‘돈 벌기 틀렸다’고 해도 이사 안 가는 이유가 있어요. 집 앞에 수영장 있고, 뛰고 자전거 탈 수 있는 중랑천이 있어요. 옷 챙겨 입고 운동하러 가는 건 너무 귀찮고 힘든 일이죠. 특별히 운동을 생각하지 않아도 슬리퍼 신고 나오면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이 굉장히 중요해요.
또 운동량을 계속 늘려가면 몸이 좋아진단 걸 깨달았기 때문에, 그전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아무리 하기 싫어도 운동 안 하는 건 최대 3~4일’이라고 원칙을 세웠어요.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혼자 하는 운동은 시간이 갈수록 재미없어요. 저는 자전거·수영·달리기도 동호회에 가입하거나 모임을 따로 만들었어요. 여럿이 할수록 재밌고 강제성도 있고, 운동 끝나고 친구들과 맛있는 거 먹고 헤어지면 행복해서 계속하게 돼요.
<font size="4"><font color="#C21A1A"> 정신적 스트레스를 견디게 하는 체력 </font></font>
마흔은 육체적으로도 그렇지만 육아나 직업적으로 불안감이 커지는 나이이기도 해요. 책에서 일과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퇴사를 고민하는 후배들, 육아 스트레스를 받는 엄마들에게 “체력이 강해지면 스트레스를 극복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고 조언해주신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제가 처음 취직한 뒤 지금까지 직장을 여섯 번 옮겼어요. 다섯 번은 운동하기 전에 옮긴 거예요. 갈수록 직책도 올라가고, 일도 어려워지는데 언제 더 힘들었겠어요? 처음보다 나중에 더 힘들었데도 안 옮겼어요. 젊을 때는 사람이 마음에 안 든다고, 일이 힘들다고 그만뒀는데 그만큼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한 거예요. 운동을 하고 체력이 굉장히 강해진 것뿐인데, ‘나한테 이 상황을 이길 수 있는 힘이 있구나’ 느껴지고 견뎌지더라고요. 제가 자기 분야에서 롱런하면서 탁월한 성취를 낸 정신노동자들도 연구했어요. 올리버 색스도 하루 1.6㎞씩 수영을 했고, 98살 철학자 김형석씨도 30년간 일주일에 세 번 수영을 꾸준히 했대요.
주변에 실제로 이 작가님을 보면서 운동으로 삶을 바꾼 지인이 있나요?을 낸 출판사 ‘남해의 봄날’ 후배(정은영 대표) 보세요. 큰 사업을 하다가 체중이 38㎏으로 내려갈 정도로 힘들어서, 일 다 집어치우고 해산물 먹으며 요양한다고 경남 통영에 간 거예요. 부부가 주말마다 자전거를 타더니 건강해졌어요. 책 나온 다음에는 주위에서 수영장 등록하고, 오래 안 탄 자전거 들고 철물점 가서 자물쇠 끊고 난리예요, 난리.
끝으로 독자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제 책을 잘 보시면 첫 장을 ‘영웅’으로 시작해서 마지막 장도 ‘영웅’으로 끝나요. 자아의 균열·선택·극복·성장, 전세계 영웅 신화의 공통점이에요. 위대한 사람의 얘기일 수 있지만, 지금 내 삶에서 힘든 부분을 극복하면 누구나 자기 삶의 영웅이 될 수 있어요. 전 허약한 체력을 극복한 거고요.
<font color="#008ABD">글 </font>전정윤 기자 ggum@hani.co.kr<font color="#008ABD">사진</font>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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