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로 지내면서 뿌듯해지는 순간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책의 편집적 요소로 칭찬을 들을 때다. (금태섭 지음) 출간 행사가 끝나고 뒤풀이 시간, 엄청난 독서가로 유명한 그날의 게스트가 내게 글 중제가 참 적절하게 붙었고 부록으로 본문에서 다룬 책 목록을 따로 정리해 실은 게 좋았다며 칭찬의 말을 건넸다. 독서계 초고수로부터 인정받은 느낌이랄까? 그 말을 듣고 민망하면서도 속으로 뛸 듯이 기뻤던 기억을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뛴다.
편집자는 저자와 독자 사이에서 둘을 이어주는 일을 한다. 저자의 이야기가 독자에게 더 잘 닿게 하기 위해 이런저런 친절한 요소를 준비하는 게 편집 과정이다. 글의 호흡에 따라 적절하게 단락을 구분하고 필요한 중제를 달거나, 독자가 더 궁금해할 듯한 정보를 헤아려 준비해놓는 것 등은 어찌 보면 티 안 나는 아주 작은 친절일지도 모르겠다. 경우에 따라 친절이 과한 게 부담이 되거나, 영혼 없이 습관적으로 베푸는 친절이 있는 것처럼, 편집도 불필요하게 과하거나 관습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있는 듯하다. 그래서 꼭 필요한 친절을 만나면 더없이 반갑고 고맙다.
(앨버트 O. 허시먼 지음, 강명구 옮김, 나무연필 펴냄)는 편집자의 친절에 감탄하고 고마워하며 읽은 책이다. 솔직히 편집자의 배려가 없었다면 끝까지 읽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원제는 ‘Exit, Voice, and Loyalty’인데 퇴보하는 기업이나 조직, 국가에서 ‘이탈’이나 ‘항의’ 혹은 ‘충성’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보는 내용이다. 앨버트 O. 허시먼은 국내에선 라는 정치사상서를 펴낸 저자로 유명하지만 그 전에 걸출한 연구 성과를 낸 발전경제학자였다. 이 책이 저자가 발전경제학자에서 사회사상가로 거듭나는 기점이 되었다고 하니 더욱 주목해볼 만하다. 특히 더 나은 기업이나 조직 혹은 국가를 만들려는 이라면 꼭 읽어보길 권한다. 그렇지만 대중서라기보다 연구서에 가까워 술술 읽어나가기 쉽지만은 않다.
바로 이 지점에서 편집자의 역할이 빛난다. 우선 충실한 해제 성격의 옮긴이의 글을 책 맨 앞에 배치해 독자가 책의 주된 내용과 의미를 먼저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편집자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내가 감탄하고 고마워하며 읽은 것은 각 장이 시작하기 전에 나오는 한 단락의 리드글인데 편집자의 깊은 내공이 느껴졌다. 어려운 내용을 완전히 소화한 뒤 핵심적인 문제의식을 제시하는 리드글이 없었다면 나는 책을 읽는 내내 헤매고 또 헤맸을 것이다. 그리고 너무나도 멋진 이 책의 맨 마지막 문단을 결국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꼭 끝까지 읽어보시길!) 끝까지 완주할 수 있도록 도와준 편집자의 공로에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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