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봉 시작 직후 최우리 기자가 직접 그린 그림. 최우리
그때 나는 슬펐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요즘 뭐하고 사냐’는 흔한 질문에도 답하기 어려웠다. 머릿속에는 항상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출퇴근길 만원 지하철에 몸을 구겨넣으며 그 답을 찾아보려 했지만 손에 잡히는 것은 없었다. 그런 고민을 하느라 하루가 끝나는 것도 참 허무했다.
30여 년 동안 내가 한 거라고는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 공부하고 돈 벌고 사람 만나고 기사 쓰고…. 분명히 많은 일을 했는데 남은 게 하나도 없는 느낌이랄까. “인생은 혼자”며 “삶은 고행이다”는 말을 습관처럼 내질렀다. 그때마다 상실감, 그리고 나 스스로 키워온 세상을 향한 분노가 봄바람처럼 훅 하고 불어왔다. 서울에서의 바쁜 삶과 복잡해지는 인간관계를 스스로 통제하지 못한다는 자괴감이 쌓여갔다.
더 짜증 났던 것은 바닥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다 내려놓고 떠날 수가 없었다. 세상에 혼자 덩그러니 놓인 것 같은 지독한 고독도, 믿고 의지하던 사람들에 대한 실망도, 지나고 나면 다 끝나 있다고 생각하는 걸 학습한 뒤였다. ‘시간이라는 구름을 타고 하늘 위에 떠 있다’는 상상을 하곤 했다. 다만 조금씩 용기 내어 일상을 긍정하고 싶었다. 일단은 마음 둘 무엇인가를 빨리 찾아야겠다고 진단을 내렸다. 좋아하는 일이 무엇이었나부터 찾아보기로 했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서인지 자연이 그리웠다. 어린 시절 가족과 집 근처 주말농장을 다니며 방울토마토나 상추를 키우며 행복했던 것 같았다. (지금은 더 외곽으로 나가야 한다.) 사회인이 된 뒤 사람들과 함께 옥상 텃밭을 하며 즐거웠던 것 같았다.
또 개나 고양이를 키우고 싶었다. 3년 전 여름, 17년을 키운 강아지를 하늘나라로 보낸 뒤부터 허전함을 많이 느꼈다. 하지만 가족의 반대로 새로운 반려동물과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길고양이나 동물원 동물에게서는 충만함을 느끼지 못했다.
양봉이 그 빈자리를 채워줬다. 지난해 봄 서울 남산에서 예비 사회적기업 ‘어반비즈서울’의 도시양봉 수업을 취재한 적이 있었고, 1년 만에 그 단체의 도시양봉 수업을 들을 기회가 생겼다. 귀농한 것도 아니고 털뭉치 동물도 아니었지만 괜히 끌렸다.
만나보니 내 눈에는 벌이 예뻐 보였다. 사람에 지친 내게 말을 걸어오지 않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강아지보다 독립적으로 자기 인생을 사니 존경스럽기도 했다. 벌은 자연 가까이에만 살기 때문에 내가 벌을 만나려면 꾸준히 숲으로 가야 하는 것도 좋았다. 덕분에 나는 매주 숲과 나무, 꽃이 나눠주는 선물을 듬뿍 받았다. 벌을 보러 가는 길이 나쁘지 않았다. 가끔은 설레기도 했다.
벌에 대한 경외심과 꿀을 향한 집착, 이 모든 것이 가능할 수 있는 계절의 변화, 그리고 땅에 대한 고민 등 양봉하며 느낀 감정을 적어보려 한다. ‘도시양봉’이라기보다는 ‘도시인이 양봉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소개하는 글이 될 것 같다. 그래도 나처럼 인생을 헤매는 애어른과 도시에 살면서 자연을 그리워하는 많은 도시남녀를 위로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양봉하며 겨우 극복한 상실감이나 분노를 다시 느끼게 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흉악하고 뻔뻔한 비선 실세 곁에서 ‘이동양봉’을 해볼까 싶다.
*‘도시인의 양봉분투기’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최우리 기자가 ‘인생 이모작’을 탐색하며 시작한 양봉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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