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은 제주의 상징 한라산을 뛴다. 사람마다 ‘제주도’ 하면 떠오는 것이 다르겠지만, 한라산이 제주도의 상징이라는 걸 부정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제주울트라트레일러닝대회(이하 제주대회) 첫날 코스는 제주대학교에서 한라산 정상 백록담을 거쳐 성판악으로 내려오는 32km 코스다.
한라산은 ‘밀당’의 고수다. 정상에 어렵게 올라도 날씨 변화가 심해 백록담을 쉽게 내어주지 않는다. 바다 위에 우뚝 솟아 지나가는 구름을 그냥 보내지 않고 잡아둔다. 뛰는 날, 제주도에는 비가 왔는데 성판악에 도착하니 더 세차게 쏟아졌다. 비 오는 날 한라를 뛰어보는 건 흔치 않은 경험이라는 생각에 일회용 우비를 걸치고 바로 출발했다.
비가 오면 미끄럽다. 성판악 오르막은 관음사 오름길보다 편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지만, 그래도 무리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한라산 코스의 관건은 오르는 게 아니라 내려오는 데 있다. 대부분이 돌길인데, 체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발을 잘못 디딜 경우 부상당할 우려가 다분해 끝까지 집중력을 놓지 않는 게 중요하다.
<font color="#C21A1A"><font size="4">둘쨋날 코스, 제주의 진면목 ‘오름’</font></font>제주대회의 진면목은 둘쨋날 오름을 뛸 때 만나게 된다. 제주대회 디렉터인 안병식 선수가 코스 안내 겸 촬영을 위해 같이 뛰어주었다. 둘쨋날 코스는 제주도 표선면 가시리 ‘쫄븐 갑마장길’에 있는 두 개의 오름, 따라비오름과 큰사슴이오름을 뛰는 것이다. 조랑말 체험공원에서 따라비오름을 거쳐 잣성, 큰사슴이오름을 내려와 ‘유채꽃 프라자’를 찍고 다시 되돌아가는 경로다. 18km 코스를 두 번 왕복하는 셈이다.
왕복하면 지루하고 힘들 것 같지만 100% 기우다. 코스는 ‘곶자왈~오름`~잣성~오름’으로 이어진다. 곶자왈은 그 어떤 비싼 향수도 흉내 낼 수 없는 향긋한 숲속 내음이 진동한다. 따라비오름 길은 계단으로 돼 있어 한라산 코스에 비하면 어렵지 않다. 참고로 제주에서 한라산은 뛰어본 적 있지만 오름은 처음이었다. ‘아! 이게 진짜 제주의 진면목이구나!’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로 상상 이상이었다. 바람이 흘린 땀을 쓱 가져가버리는 건 덤이다.
오름에서 내려오면 잣성으로 접어드는데 쭉 뻗은 나무가 끝없이 이어지는 숲길이다. 그러곤 말이 풀을 뜯는 이국적 풍경을 지나 큰사슴이오름이다. 생각보다 긴 오르막이다. 힘들어도 오름에 오르면 몸이 편안해진다. 이날 코스는 전체적으로 한라산에 비하면 꽃길이지만 체력 안배에 신경 써야 한다. 숲속길에 동물 배설물이 곳곳에 있어 잘 피해서 달려야 한다는 것도 잊으면 안 된다.
<font color="#C21A1A"><font size="4">셋쨋날 코스, 제주의 일상 올레길</font></font>제주대회 마지막날 코스는 제주의 일상과 만난다. 트레일런 코스라기보다 마라톤 코스다. 너무 힘드니 조금 쉬운 올레길을 뛰면서 회복하라는 것인가 싶었다. 그러나 올레길을 뛰고 보니 제주도 사람인 안병식 선수가 왜 이 코스를 잡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성산일출봉 쪽에서 출발해 올레길 3코스를 따라 표선 민속박물관까지 32km를 달린다. 올레 3코스는 바다와 인접해 너른 바다를 막힘없이 볼 수 있다. 성산일출봉과 섭지코지까지 코스에 있으니 제주의 정취를 한껏 느끼며 뛸 수 있다.
그런데, 제주의 길을 달리며 느낀 제주의 멋은 다른 데 있었다. 제주 사람들의 일상이다. 조그만 항구에서 일하는 어른신들의 까무잡잡한 얼굴과 주름진 손, 집을 짓고 있는 노동자들의 땀방울, 동네를 지키는 백구의 낯선 짖음까지 바로 옆에서 볼 수 있다. ‘제2제주공항 건설 반대’ 깃발이 세워진 마을 어귀를 뛸 때, 그들의 삶이 망가지는 것보다 그저 편하게 제주에 갈 수 있다는 생각만 한 나를 반성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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