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하면 생각하는 건? 여름휴가지! 그럼, 사람들은 언제부터 휴가를 가기 시작했을까? 농경사회에선 딱히 이런 게 없었어. 계절의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바쁜 때랑 한가한 때가 나뉘었으니까. 하지만 산업이 확장되고 임금노동자 수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사실상 1년 내내 일할 수 있는 상황이 됐어. 일부러 시간을 내서 쉬지 않으면, 기계처럼 쉬지 않고 계속 일하는 거지.
더 행복해지는 법을 배우는 학교이모가 사는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노동자가 휴가를 얻어 산으로 바다로 떠나게 된 해는 1936년이야. 프랑스 역사책에서 1936년은 아주 의미 있는 해로 기록되어 있어.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동자 수는 600만 명이 되었고, 노동조합으로 뭉친 그들의 힘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지. 게다가 최초로 좌파 정부가 들어섰지.
노동자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임금을 올리고 쉬게 해달라고 요구하며 파업을 했어. 그 결과 ‘일주일 40시간 노동’과 ‘1년 15일의 유급휴가’가 처음으로 노동자에게 주어져. 그때 사진을 보면, 노동자들은 승리를 축하하면서 덩실덩실 공장에서 춤을 추고, 기차·자전거·자가용을 타고 멋진 휴가를 떠나.
지금은 유급휴가가 1년에 5주로 늘어나서 8월이면 대도시 인구 절반이 도시를 벗어나고, 빵집이며 공연장도 모두 문을 닫아. 식당들도 돌아가며 문을 닫고. 심지어 텔레비전에서도 재방송만 나와. 서로가 쉴 권리를 인정하고, 그때는 거의 아무도 일하지 않는 거야.
아이들도 마찬가지야. 고3도 똑같아. 방학 때는 그냥 놀아. 여가가 늘어나자, 사람들에게 문화생활이 중요한 삶의 일부가 되기 시작했어. ‘문화의 나라, 예술의 나라 프랑스’라는 명성을 얻게 된 배경에는 쉬는 시간을 확 늘린 혁명적인 휴가 정책이 있었던 거야.
비슷한 일이 핀란드에서도 있었어. 핀란드 아이들이 갑자기 세계에서 학습능력이 제일 뛰어나게 된 계기가 뭔 줄 아니? 학교에서 숙제를 없애면서부터야. 학교 수업시간도 줄이고 경쟁을 없앴어. 평가를 안 해. 등수도 매기지 않고. 그냥 가르치는 거야. 아이들은 누구한테 이기고 반에서 1등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르는 걸 배우고 알아가는 기쁨을 누리는 거야.
이렇게 학교에서 더 행복해지는 법을 배우는 거지. 어른, 아이 모두 마찬가지야. 휴식 없이 일만 하는 사람은 그 어떤 창조적인 작업도 할 수 없어. 인간은 때때로 일하고 때때로 휴식하게 만들어진 동물이거든. 빵 반죽을 한참 치대다가, 한동안 따뜻한 곳에 둬야 효모로 반죽이 부풀어오르고 좋은 맛이 나는 것처럼. 쉬지 않고 일하다간 반드시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어.
유명한 컴퓨터 회사를 만든 스티브 잡스가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전에 늘 하던 건 산책이었다고 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도 그랬고, 다윈은 배로 세계를 여행하면서 진화론을 발견했어. 집중해서 문제에 골몰할 때보다 내려놓고 쉴 때, 우리에게 지혜가 깃드나봐.
가끔 심심할 때 있니? 심심할 때가 있다는 건 좋은 신호야. 내 시간이 꽉 채워지지 않았다는 거니까. 그때부터 우린 세상을 나의 눈으로 관찰할 수 있어. 빈둥거리면서, 엉뚱한 생각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알게 되기도 하고.
이모는 어릴 때 심심하면 보물지도를 만들어서 그걸 물에 적셨다가 말리고, 불에 그슬려 오래된 종이처럼 보이게 한 다음 그걸 친구 집에 보내서 친구가 진짜로 보물지도를 발견했다고 착각하게 하고, 친구들과 걸어서 동네 탐험도 했어. 종이에 집을 그리고, 마을을 그리고, 때론 도시 전체를 그리기도 하고. 걸어서 1시간이고 2시간이고 멀리멀리 가기도 했지.
세상을 발견하는 시간엄마가 집을 비우면 이것저것을 넣은 엉뚱한 상상 속 요리를 만들어보기도 했어. 살짝 위험도 했지만, 그렇게 심심한 시간을 보내면서 나는 세상을 발견해나갈 수 있었어. 우린 정해진 트랙을 달리는 경주마가 아니야. 너른 초원으로 달려나가 내 맘대로 풀을 뜯고 푸른 초원을 누벼야 해. 심심한 시간을 가질 권리! 그게 없다면 요구해야 해.
목수정_다른 사람들이 시키는 대로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한 대로 살아가는 이모야. 편견과 관습을 뛰어넘어 자유롭게 살아가는 삶을 실천하려고 노력해. 프랑스에 살면서 여러 신문에 글을 쓰고 있어. 쓴 책으로 등이 있어.* 하나뿐인 어린이 교양지 와 만나세요. 구독 문의 031-955-9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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