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있다. 안수찬 편집장이다. 40대 중반인데, ‘돼지바’는 알지만 ‘폴라포’는 모른다고 주장한다. 1980년대 초반 엇비슷한 시기에 나온 두 제품 가운데 어느 하나를 모르는 게 가능할까. 가능하리라. 인공지능이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의 선구자 앨런 튜링(1912~1954)은 말했다. “오류는 지성의 필수적 요소.”
대중에게 잘 알려진 인공지능 연구자 김대식 교수(KAIST 전기 및 전자과)가 ‘커다란 질문’을 담은 책을 또 하나 냈다. (동아시아 펴냄). 지난 3월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 이세돌 프로기사의 대국이 남긴 파문이 여전하다. 그는 말한다. “우리는 물어봐야 한다. 기계는 인간을 잘 알았지만, 우리는 기계를 몰랐다.”
인공지능 연구는 50년간 ‘삽질’을 반복하다 최근 3~4년 사이에야 비로소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삽질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언어와 정보의 괴리가 중대한 문제다. 언어로 처리할 수 있는 정보량이 10% 정도일 만큼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에게 성공 비결을 묻는다 한들 버핏조차 그것을 전부 설명할 수 없다. 전부는커녕 반의 반의 반도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정보와 언어 사이에 놓인 ‘근원적인 비대칭성’이거니와, 비트겐슈타인이 의 맨 끝에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우리는 침묵해야 한다”는 문장을 적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인공지능 연구에서 정보-언어 사이의 비대칭 문제를 해결한 게 ‘알파고의 공부법’ 딥러닝이다. “지금의 딥러닝은 표현할 수 없는 건 학습을 시켜서 해결하겠다는 원리입니다.” 고양이라는 개념을 기계에 설명하지 않고, 수천 수만 수억 장의 고양이 사진 정보를 기계에 제공하는 식이다. 경험이 지능을 낳는다.
여기에 알파고의 인공신경망은 48층의 추상화 단위를 갖고 있다. 이세돌을 비롯한 인간은 10~15층 정도다. 최신 인공신경망은 152층에 이른다고 한다. 이쯤 되면 현상 이해나 미래 전망의 능력에서 인간이 인공지능을 당해내기는 어렵게 됐다.
김 교수는 인공지능을 둘로 나눠 제시한다. ‘약한 인공지능’(인지 자동화)은 “세상을 알아보고 알아듣고 이야기하고, 글을 읽고 쓰고, 정보를 조합하고 이해하는 것을 사람하고 비슷한 수준으로 수행하는 인공지능”이다. 그는 30년쯤 뒤면 약한 인공지능이 실현되리라 추정한다. ‘강한 인공지능’은 약한 인공지능의 능력에다 “독립성이 있고 자아가 있고 정신이 있고 자유의지가 있는 기계”다. 김 교수가 보기에 강한 인공지능의 경우 실현될지 안 될지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강한 인공지능은 어차피 다 SF입니다.”
책 뒤편에 이르러 알짬을 만난다. 김 교수가 던진 문제다. 머지않은 미래 사회 곳곳에 구현될 인공지능 시대, 인간은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사회 불평등을 막을 재분배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사회 불평등이 극단으로 치닫는다면 로마의 역사처럼 중산층이 사라지고 시장경제와 민주주의가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또 하나는 이것이다. “인간이 가진 유일한 희망은 ‘우리는 기계와 다르다’입니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카카오톡에서 을 선물하세요 :) <font color="#C21A1A">▶ 바로가기</font> (모바일에서만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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