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한번 가야 되는데….” 입버릇처럼 말한다. 산에 가는 게 좋다. 나이를 먹은 거다. 자주 가지는 않는다. 1년에 서너 번? 산이 좋으나 가지는 않으니 배가 나올 수밖에. 친구의 차를 타고 경기도 고양시 부근을 지날 때 북한산이 눈에 들어왔다. “진짜 산에 한번 가야 되는데… 아예, 등산 동호회에 가입해버릴까?” 친구는 말렸다. 우리가 비록 아저씨지만 등산 동호회에 가입할 정도로 아저씨는 아니란다. 아저씨인데 아저씨가 아니라니 이게 무슨 해괴한 말인가. 물론 그 뜻을 모르지는 않았다.
차는 목적지로 달렸다. 북한산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등산 동호회 말고 다른 데 가입해봐? 동호회는 연애를 위한 만능 처방전이다. 함께 취미생활을 즐기는 게 목적인 공간이지만 연인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예전 여자친구도 동호회에서 만난 사람과 결혼했다고 했던가. 걔는 잘 살까. 쓸데없는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이혼을 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힘들다는 푸념을 늘어놓았다. 많은 사람들이 동호회 가입을 권유했다. 특히 댄스 동호회를 추천했다. 남녀가 짝을 이뤄야 춤을 출 수 있으니 취미가 아니라 연애를 목적으로 가입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거다. 결혼한 예전 여자친구가 살사 동호회였던가, 스윙 동호회였던가. 또 쓸데없는 생각이…. 구체적으로 탱고를 배우라고 조언해주는 친구가 있었다. 탱고는 절대적으로 남자가 리드하는 춤이라고 했다. 파트너와 가슴을 맞대고 춘다고 했다. 가슴을 맞댄다고?! 혹하긴 했으나 태어난 이래 리듬을 타본 적 없는 몸이 거부했다. 리드하는 것도 자신 없고. 소심해서 ‘셸 위 댄스?’를 할 수나 있을지. 상상만으로도 두렵다. 댄스 말고 다른 동호회는 없을까.
수영을 열심히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배가 좀 덜 나왔으려나. 수영이 너무 좋아 주 3일 강습 시간만으로 성이 차지 않았다. 다른 수영장을 찾아다녔다. 자유수영이라는 걸 했다. 혼자 다니니 심심했다. 누군가와 함께 하고 싶었다. 접영을 배울 때였는데 웨이브 동작이 잘되는지 봐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마음만은 펠프스였다. 자연스레 동호회에 가입했다. 심지어 정기모임에도 나갔다. 쭈뼛쭈뼛 인사하고 샤워를 하고 수영복으로 갈아입으니 아까 인사했던 회원이 누군지 알 수가 없다. 수영을 마치고 처음 인사했던 회원을 어렵사리 찾았다. 그를 따라 뒤풀이에 갔다. “대회 한번 나가보지 않을래요?” 앞에 앉은 수영 고수 회원이 말을 걸었다. “대회요?” “양수리에서 하는 오픈워터 시합인데….” “아~ 네….” 다음 정기모임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마음은 펠프스였으나 펠프스처럼 운동만 하려니 흥미가 떨어졌다. 그 동호회는 말하자면 수영 괴물들이 모여 훈련하는 곳이었다. 수영 3개월차인데 양수리가 웬 말인가.
차는 목적지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내비게이션은 자꾸 이상한 곳으로 안내를 한다. 외곽순환도로 고가 밑 어딘가에 있다던 배팅센터를 찾을 수 없었다. 맞다. 고속도로 휴게소 구석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그 배팅센터에 가는 길이다. 남자 둘이 주말에 참 할 일이 없다. 야구공이나 치러 가다니. 그래, 사회인 야구를 해볼까. 사회인 야구 동호회에는 여자가 없구나. 목적지를 찾지 못하는 자동차처럼 머릿속 동호회 탐색도 혼란스러워지고 있었다. 자전거 동호회? 돈도 없는데 비싼 자전거가 사고 싶어질 게 뻔하니까 패스. 캠핑 동호회? 돈도 없는데 비싼 장비가 사고 싶어질 게 뻔하니까 패스. 자꾸 돈이 많이 들고 남자들만 모이는 동호회밖에 떠오르는 게 없다.
싱글에게 가혹한 겨울은 다가오고 가입하고 싶은 동호회는 없다. 만능 처방전은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나약하고 게으른 나 같은 연애 환자는 처방전을 줘도 스스로 약을 조제하지 못한다. 결국 그 카드를 꺼내야겠다. 조제까지 완벽하게 끝내서 환자의 입에 넣어주는 것. 바로 소개팅이다. 나, 소개팅해줄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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