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기 말고 고백부재중 전화가 휴대전화 화면에 떴다. 언제나 그렇듯 약속 없는 일요일, 뭐할까 뭐할까 하다가 수영장에 가서 1시간 수영하고 나와 확인한 것이다. 전화 건 사람은 사촌형이었다. 평소 연락을 자주 하는 사이는 아니다. 무슨 일인지 도무지 짐작도 안 갔다. 형에게 전화를 걸...2016-07-16 17:04
엑스 생각 ‘전남편’이라는 말은 입에 착 감기는 느낌이 있다. 심지어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단어다. ‘전부인’이나 ‘전아내’는 그렇지 못하다. 나는 ‘아내’나 ‘부인’이라는 말을 자주 쓰지 않았다. 차라리 ‘마누라, 마눌, 와이프, 와잎’ 같은 말이 더 입에 붙는다. 이혼 뒤...2016-06-17 17:07
게임 같은 연애 “설마 하루 종일 게임한 거야?” “아니, 2박3일. 수요일 저녁부터면 3박4일인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앞뒤로 둔, 국가가 급조한 나흘의 연휴가 주어졌을 때 딱 한 번 외출을 했다. 그때 만난 친구와의 대화는 저렇게 시작됐다. 너무 오랜만에 TV 모니터가 아닌 ...2016-05-21 17:33
심야영화관에서의 데자뷔밤 12시40분에 영화 를 보러 갔다. 평일 심야 시간, ‘다양성 영화’로 분류되는 영화의 상영관에는 관객이 많이 없었다. 혼자 온 여자 관객을 봤다. 그 여자는 후드티셔츠의 모자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앉아 지루한 표정으로 영화가 상영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문득 예전에...2016-04-21 18:59
미술관 데이트는 어때요?겨울이 물러갔다. 외투가 가벼워지니 밖으로 나가고 싶어졌다. 햇살이 좋은 주말 오후. 어디 갈까 고민을 했다. (이혼한) 아저씨가 혼자 갈 만한 곳이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 소파에 앉아 아니, 누워 고민만 했다. 봄 햇살에 취해 낮잠을 자버렸다.새 일주일이 시작됐다. ...2016-03-26 23:03
마법처럼 사라지는 그 냄새5분 정도 지나면 익숙해진다. 다만 뇌가 코로 들어오는 냄새가 무해하다고 인정하기 전까지 기분이 좋지 않다. 아저씨 냄새가 어느새 집안 가득이다. 퇴근 뒤 집에서 이혼남을 반기는 건 글로는 묘사하기 힘든 그 냄새가 전부다. 아, 나는 내 냄새가 싫다. 집에 오는 손님들...2016-02-26 11:20
축의금은 무조건 10만원!점심시간이 지난 오후였다. 사무실에 앉아 멍하니 컴퓨터 화면을 쳐다보고 있었다. “우웅~” 휴대전화가 떨린다. 또 스팸전화인가 싶었다. 휴대전화 2년 약정 기간이 끝나니 하루에 한 번씩 070으로 시작되는 번호의 스팸전화가 온다. 시큰둥하게 고개를 떨궈 휴대전화 화면을...2016-01-14 18:36
집에 가고 싶다혼잣말이 늘었다. 집에 혼자 있으니 당연하다. 자주 하는 혼잣말은 “뭐 먹지?” “담배나 하나 피울까?” “그만 잘까?” 같은 의문문이다. 듣는 사람이 없는데도 질문을 한다. 이상하게 그렇게 된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얼마 전에 만난 프리랜서 친구도 그렇다고 했다....2015-12-19 18:29
그래서 예뻐?띠링. 문자메시지 알람이 울린다. “선배, 에 칼럼 써요?” 회사 후배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뭐라고 대답할까 고민했다. “어떻게 알았어? ㅎㅎ” 어색한 ‘ㅎ’이 추가된 답장을 보냈다. 돌아온 후배의 말은 이랬다. “딱 선배 얘기더구만.” 소설을 쓸 수는 없으니 실제로...2015-11-19 20:55
그냥 나 소개팅 좀 해줘요“산에 한번 가야 되는데….” 입버릇처럼 말한다. 산에 가는 게 좋다. 나이를 먹은 거다. 자주 가지는 않는다. 1년에 서너 번? 산이 좋으나 가지는 않으니 배가 나올 수밖에. 친구의 차를 타고 경기도 고양시 부근을 지날 때 북한산이 눈에 들어왔다. “진짜 산에 한번 ...2015-10-31 03:14
불효자의 아버지는 웁니다결혼하기 전 이야기다. 몇 년 전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추석이었는지 설이었는지 모르겠다. 또렷이 기억하는 건 큰아버지가 내게 던진 질문과 이어진 대화다. 질문은 뻔하다. “그래서 결혼은 언제 하려고?” 큰아버지가 1년에 두 번 만나는 조카에게 건넬 수 있는 유일한 ...2015-10-08 21:36
청첩장 같은 ‘이혼장’이 있었으면시골집. “아버지, 저 이혼하겠습니다.”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이혼할 거라는 사실을 가장 먼저 알아야 하는 사람은 부모님이었다. 부모님께 이혼 사실마저 숨긴다면 진짜 불효자가 되는 기분이었다. 고개 숙인 아들을 본 아버지는 말이 없었다. 어머니는 눈물을 훔치셨...2015-09-08 21:26
화려한 돌싱, 현실은 배 나온 아저씨파스타 면을 삶는다. 오늘은 봉골레 파스타다. 어느새 파스타가 주식에 가까워진 느낌이다. 가장 많이 만들어 먹는 건 토마토바질 파스타다. 재료는 올리브유, 방울토마토, 바질, 마늘, 파스타 면이 전부다. 파스타 면을 냄비에 삶는다.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두른다. 달궈지...2015-08-20 1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