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같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생각나는 그 꿈이 ‘꿈 같’았던 적이 있었나. 당신의 어제 꿈에서 바라는 시험에 합격하고 좋아하던 사람과 이루어지고 상사에게 칭찬받았는가. 기억나는 꿈이라고는 쫓기고 넘어지고 절벽에서 떨어지는 것뿐이니 ‘꿈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다행이지 않았나.
‘인간은 왜 그토록 이야기에 빠져드는가’라는 부제가 붙은 (민음사 펴냄)의 저자 조너선 갓셜은 꿈의 이 아니러니가 픽션의 아이러니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부제의 이 질문에 많은 사람들은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런데 소설 속의 이들은 행복하지 않다. 백설공주는 계모에게 쫓겨나고 신데렐라는 언니한테 구박당하고 행복한 왕자는 눈알이 뽑힌다. 이 역설을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미 알고 있었다(). 우리는 도피를 해서는 무시무시한 세계로 진입한다. 가벼운 주제를 다루는 유쾌한 장르에도 말썽이 없는 경우는 없다. 소설의 기승전결은 ‘갈등’의 상승과 소멸이다.
인간이 평온한 현실을 제쳐두고 끔찍한 소설의 세계로 기꺼이 뛰어드는 ‘본성’을 지닌 것은 왜일까. 연습이다. 삶의 연습. 해군 전투기 조종사가 실제 비행기를 몰기 전에 모의 비행 장치에서 연습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일상에서는 감정에 대가가 따르지만 문학에서는 위험 없이 감정들을 느낄 수 있다.”(재닛 버러웨이) 저자는 이 인간 본성을 거울 뉴런을 통해 설명한다. 거울 뉴런은 태어난 지 40분밖에 안 된 아이가 어른의 얼굴 표정을 흉내 내도록 한다. 우리는 키스 장면을 읽으며(혹은 보며) 침이 마르고 금방 들이닥칠 악당을 마주칠 주인공 때문에 손에 땀이 밴다. 이런 감정적인 훈련을 겪다보니, 픽션을 즐겨 읽는 사람이 논픽션을 즐겨 읽는 사람보다 사회적 능력과 공감 능력이 뛰어나게 된다. 소설 읽느라 방에 틀어박힌 히키코모리는 사회적 능력이 뛰어나다는 말이다.
소설처럼 꿈 또한 비슷한 훈련을 우리에게 무작위로 시킨다. 꿈을 꿀 때(렘수면 중) 우리는 무긴장증을 겪는다. 꿈에서 일어나는 일을 행동으로 옮겼다가는 큰일이 생기니까 우리 몸에 심어진 진화의 산물이다. 이 바리케이드가 사라진 장애를 지닌 사람들은 자는 내내 몸을 움직인다. 꿈속의 우리는 평온하다기보다는 싸우고 쫓고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더 자극적인 4D 영화와 롤플레잉게임(RPG)이 우리를 유혹하는 시대에 ‘유행성 정신 당뇨병’에 대한 우려를 표현한다. 옛날 과식 습성이 남아 있어서 배가 고프지 않아도 먹게 되는 현대인이 당뇨병에 걸리듯이 말이다. 소설이 사라지는 것이 걱정이 아니라 너무 많은 게 걱정이다. “이야기가 미래에 인간의 삶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완전히 집어삼키는 것이다.” 뉴스도 소설을 써대는 시대에 필요한 건 진짜 뉴스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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